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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사 트러플 짜파게티가 jmt인 이유

조회수 2019. 7. 12. 11:3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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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요즘 통 입맛이 없는 에디터M이에요. 불과 한 달 전까진 정말 내 직업이 푸드파이터인가 싶을 정도로 먹고 다녔는데. 요즘은 날이 더워서 그런가 뭘 먹어도 통 시큰둥하네요. 오늘은 저의 집 나간 입맛을 되살려보고자! 먹고 사는 이야기를 준비해봤어요. 며칠 전 저는 여느 날처럼 뉴스창에서 내 마음을 뒤흔들 신제품을 찾아 헤매고 있었죠. 그런데! 아니 세상에 농심에서 짜파게티35주년을 맞아 트러플 짜파게티를 출시했다는 게 아니겠어요?

[아무리 찾아도 트러플 짜파게티를 못 구했어요. 그냥 짜파게티랑 트러플 오일을 함께!]

트러플은 말이죠. 푸아그라, 캐비아와 함께 세계 3대 진미로 불리는 음식이란 말이에요. 아니 그 귀한 걸! 게다가 천원 대에 사서 삼분이면 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 음식에 넣는다뇨. 놀라운 마음에 군침을 질질 흘리며 다들 이거 보라고 호들갑을 떨고 있는데 사무실의 다른 에디터들은 눈을 멀뚱멀뚱 뜨더라구요. 다들 트러플이라고 들어만 봤지 정확히 무엇인지 잘 모르는 거예요.

[트러플 짜파게티를 위해서는 트러플 오일을 정말 생각보다 더 많이 콸콸 부어주어야해요]

그래요, 그럴 수 있죠. 저도 사실 생트러플을 먹어본 건 몇 번 안 되거든요. 짜파게티에 넣을 정도로 대중화되긴 했지만 트러플은 여전히 고급 식재료에요. 그런데, 왜 이렇게 갑자기, 트러플이 인기가 많아진 걸까요? 얼마 전 MBC의 예능프로 <나 혼자 산다>에서 화사가 짜파게티에 트러플 오일을 뿌려 먹어서 일까요?

[아 정말 맛있었어요…]

사람은 누구나 안 먹어본 것에 대한 호기심과 약간의 모험심이 있잖아요. “트러플? 대체 그게 뭔데 그렇게 맛있다는거야?” 라고 할 수 있죠. 저도 최선을 다해 아직 트러플을 한 번도 맛보지 못한 분들에게 어떤 맛인지 설명해 드리고 싶지만요… 사실 트러플은 트러플 맛이에요. 어디에도 비유할 수 없는 독보적인 향이기 때문에, 이게 참 설명하기 거시기합니다.

[이건 트러플을 절인 가공식품이에요]

트러플의 향은 기본적으로 흙 내음에 가까워요. 비온 뒤 깨끗한 흙에서 나는 냄새, 잘 달군 불판에 소고기를 올렸을 때 나는 고소한 향기, 끝에 퍼지는 약간 시큼한 식초의 향. 트러플 향을 난생처음 맡아본 디에디트의 뉴페이스 우리 인턴은요. 트러플 소스를 처음 맛보고는 화학물질인 니스 같다고 할 정도로 강력하고 생소한 향이죠. 에디터B는 버섯을 아주 진하게 우린 듯한 향이 난다고 하네요. 에디터 기은은 해조류의 맛을 느꼈구요. 정말 다양하죠? 같은 음식을 두고 이렇게 다양한 그림을 그릴 수 있다니. 이게 바로 트러플의 매력이 아닐까요?

[아 정말 보기만해도 사치스럽네요]
어떤 향과도 달라서 조금만 넣어도 강력한 자기주장을 한다고 할까요? 짜파게티, 파스타, 계란후라이, 감자튀김에 뿌려도 음식을 전혀 다른 차원으로 한 단계 올려주는 그런 향이랍니다.

사실 요즘 세상에 새로운 맛을 느껴볼 일은 흔치 않죠. 세계는 옆집만큼 가까워지고 이태원에서 맛으로 떠나는 세계 여행도 할 수 있어요. 다들 해외도 자주 나가서 전 세계 방방곡곡 다양한 나라의 음식을 직접 탐하는 그런 시대 아니겠어요?


이런 상황에서 무엇과도 다르고 내가 아직 못 먹어 봤으며 심지어 수많은 사람들이 하나같이 맛있다고 찬양을 하는 맛이라니. 나만 빼고 모두 그 맛있는 걸 먹는 것 같은 찝찝함! 아, 정말 참을 수 없는 괴로움이죠. 사실 몇 년 전부터 꽤 많은 레스토랑에서 트러플이 들어간 요리를 메뉴판에 올리기 시작했어요. 그게 다 이유가 있다구요. 처음부터 다 알려주면 재미없으니까, 맛있는 건 제일 나중에 맛보도록 하고! 일단은 트러플이 뭔지 설명부터 하고 차근차근 설명해 보도록 할게요.

그래서 대체 트러플이 뭔데?

트러플(truffle)은 우리나라 말로 하면 송로버섯. 그러니까 소나무 송(松)에 이슬로(露)를 쓰는데요. 소나무에 맺히는 이슬처럼 귀하다는 뜻인데, 사실 소나무랑은 별 상관이 없어요. 일단은 버섯의 일종이라는 것만 아시면 됩니다.

[트러플의 단면이에요. 주로 얇게 떠서 음식위에 올리곤 하죠]

보기엔 그냥 울퉁불퉁한 석탄 덩어리처럼 생긴 게 정말 못생겼어요. 안은 누런색인데 꼭 뇌를 얇게 포떠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곰팡의 포자처럼 보이기도 하죠. 생긴 건 이래도 향은 정말 환상적이라니까요.


얕게는 30cm, 깊게는 1m 땅속에서 피어나는 이 버섯은 먹을만한 크기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 7년이 넘게 걸린대요. 땅속 깊이 숨어 있어서 쉽게 찾을 수도 없구요. 게다가 씨 없는 수박이 나오는 지금 이 시대에도 아직까지 인공재배가 불가능하다니 가격이 높을 수밖에요.

그래 그 찾기도 어렵고 비닐하우스에서 재배도 불가능하다는 트러플은 어떻게 채취 하냐고요? 그냥 봐선 전혀 티가 나지 않으니 인간의 힘으로 찾는 건 어려워요. 그래서 사람들은 후각이 예민한 돼지를 이용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돼지보다 개를 더 선호한다고 하네요. 돼지는 기껏 찾은 트러플을 자꾸 먹어버린다는 거예요. 하하. 찾은 트러플을 사수하기 위해 돼지와 사투를 벌이느니 말 잘 듣는 개와 함께 일하는 게 훨씬 더 수월하다는 거죠.

옛날 옛적엔 트러플이 말야 …

그렇다면 사람들은 트러플을 언제부터 먹기 시작한 걸까요? 저는 설명하는 걸 좋아하는 수다쟁이니까 굳이 트러플이 처음 발견된 그때부터 되짚어 볼게요. 트러플의 시작은 고대 이집트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야기는 어느 날 한 농부가 돼지가 땅속을 파헤쳐 무언가를 냠냠 먹고 있는 것을 발견한 거죠.


농부는 ‘돼지가 먹으니 독초는 아닌 게 분명해’라고 생각하고 향이 좋은 이것을 홀린 듯이 먹기 시작했어요. 사실 이 농부는 아이가 생기지 않아 고민이 많았대요. 그런데 트러플을 먹고 무려 13명이나 되는 자식을 잘 낳아 행복하게 살았다고 하네요.


실제로 트러플은 탄수화물, 식이섬유, 불포화지방산은 물론 비타민과 미네랄도 풍부한 영양학적으로도 참 훌륭한 식품이에요. 하지만 최상품은 고작 100g에 1,500만 원이나 하니 건강을 챙기려다가는 우리 지갑이 먼저 탈탈 털리겠죠? 트러플은 그냥 향으로만 즐기기로 해요.

중세 시대엔 트러플의 독특한 향 때문에 악마가 만들어낸 마녀의 음식으로 여겨서 먹는 걸 금지하기도 했어요. 이 미치도록 매혹적이고 위험한 버섯이 본격적으로 미식의 영역에 들어선 건 지금 프랑스가 ‘미식의 나라’ 된 것과도 상관이 있어요. 사실 프랑스 음식은 특정 시기 전까지는 그냥 그런 음식만 먹고 살았거든요. 그러다 1533년 프랑스 앙리 2세가 르네상스로 음악, 미술, 미식까지 모든 문화가 꽃처럼 화려하게 피어난 이탈리아의 피렌체 메디치 가문과 결혼을 하게 된거죠. 이 결혼은 단순한 결혼이 아니었어요. 문화의 이식수술 같은 거였달까요. 두 가문의 만남으로 발달한 르네상스의 정신이 프랑스로 넘실넘실 흘러가기 시작한 거예요. 프랑스 귀족들은 이 결혼식에서 난생처음 트러플을 맛보고 깜짝 놀랐을 거예요. “아니 대체 이건 뭐지?”

흑과 백 블랙 트러플과 화이트 트러플
[이건 썸머 트러플을 통째로 절인 제품이에요. 확실히 향이 약하더라구요 겨우 100g에 6만 9,000원]

트러플은 종류가 정말 많아요. 그중에서도 먹을 수 있는 건, 굉장히 한정적인데요. 일반적으로 트러플은 늦가을인 10월부터 채취하거든요. 물론 여름에 나오는 서머 트러플, 중국에서 나는 차이니스 트러플도 있긴 하지만 역시 최고는 블랙 트러플과 화이트 트러플이죠.

[검은 게 블랙 트러플 그나마 하얗고 누리끼리한 게 화이트 트러플이에요]

특히 프랑스 남서부의 페리고르 지방에서 나는 ‘페리고르 트러플’은 세계의 트러플 수확량의 50%를 차지할 정도구요. 질도 가장 좋아요. 이탈리아와 스페인도 각각 20%에서 30% 정도의 수확량을 차지하고 있으니 트러플은 대부분이 유럽산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겠네요. 이탈리아 페어몬트 지방에서는 화이트 트러플이 수확된답니다. 블랙 트러플보다 좀 더 귀하고 또 향도 더 강해서 가격도 2배에서 3배 정도 더 비싸답니다. 어느 정도냐면, 이탈리아에서는 화이트 트러플의 강한 향 때문에 대중교통으로 트러플을 운송하는 걸 금지하고 있을 정도라고 하네요.

근데 트러플 오일은 왜?

지금까지 트러플이 얼마나 귀한 지 구구절절 설명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귀하다는 트러플을 어떻게 짜파게티에도 넣고 감자 튀김에도 뿌려줄 수 있는 걸까요? 여기엔 비밀이 아닌 비밀이 숨겨져 있습니다.


위에서 트러플은 인공재배가 불가능하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키우는 건 안 되면서, 인공적으로 트러플 향을 흉내낼 수 있다는 거 알고 계셨어요? 트러플의 향을 실험실에서 만들어 낸다니! 2,4-디티아펜탄은 화이트 트러플의 향을 만드는 수 백가지 향 분자 중 가장 두두러지는 향 분자를 말하는데요. 석유화학제품에서 바로 이 2,4 디티아펜을 추출할 수 있대요. 이걸 올리브오일, 카놀라유, 포도씨유 같은 오일에 첨가해 트러플 오일을 만드는 거죠. 사실 많은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는 트러플의 향은 바로 이런 식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물론 이 합성 물질은 세계보건기구가 승인한 식품첨가물이기 때문에 건강에 해로운 건 아니에요. 저는 이런 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진한 트러플 오일을 추출하기 위해서는 좋은 트러플이 굉장히 많이 필요하거든요.


어차피 향으로 즐기는 음식인데 이렇게 인공적이더라고 트러플의 향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맛볼 수 있다면 땡큐죠. 그게 아니라면 어떻게 이런 고가의 식재료를 어떻게 우리가 짜파게티에도 넣어먹고 감자칩으로도 즐길 수 있겠어요? 다만, 진짜 트러플로 만든 것처럼 속이는 건 전혀 다른 문제고요. 그건 나빠요.

트러플 어떻게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날까…

트러플을 맛있게 먹는 방법엔 약간의 창의성이 필요해요. 요즘은 트러플 제품이 굉장히 잘나와서 고르는 재미가 있다니까요. 그래서 일단 트러플 소금, 소스, 오일까지 마켓컬리와 유픽이라는 해외 식품을 큐레이션 해주는 사이트에서 잔뜩 질러봤어요.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는 역시 트러플 소금이죠. 계란 후라이 위에 트러플 소금을 솔솔 뿌려주면 품격이 달라지구요. 아니면 삼겹살에 트러플 소금을 살짝 찍어 먹는 건요? 아 상상만으로도 군침이 도네요. 아무래도 이 블랙 트러플 소금은 삼겹살집에 싸가야 할까봐요.


저는 포르투에서 큰마음 먹고 화이트 트러플 오일을 사왔는데요. 집 찬장에 두었더니 우리 엄마가 저 없을 때 식용유 대신 트러플 오일로 계란후라이를 해서 반이 넘는 양이 훅 사라져버렸다는 슬픈 추억이 있어요. 하지만 맛은 참 좋았다고 하시더라고요. 흑흑.

그런데 여러분 최고는 역시 이거예요. 트러플 감자튀김. 트러플 향이 더해진 스프레이형 오일이 있더라고요. 이걸 촥촥 뿌려서 에어프라이어에 돌려주면 트러플 감자튀김이 되죠. 피코크의 메가크런치와 트러플 오일의 조합은 정말 최고입니다.

뒤의 설명서엔 10분을 돌리라고 했지만 저는 조금더 바삭한 식감을 위해 10분을 돌리고 3분씩 세 번을 돌려줬어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트러플의 향이 사무실을 가득 채웁니다. 종료를 알리는 알림음과 함께 지글지글 대며 나오는 감튀의 자태는 정말! 예쁘게 차려두고 먹고 싶었는데 다들 트러플 향의 유혹에 못 이겨 사진도 찍기 전에 손을 대더라구요. 트러플 향을 입은 바삭한 감튀는 정말! 말해 뭐해요.

트러플이랑 닮아서 트러플이란 이름이 붙은 초콜릿도 있는데요. 부드럽고 쫀듯한 초콜릿을 거칠게 뭉친 다음 카카오 가루에 굴린 초콜릿을 말해요. 이렇게 보니 트러플과 좀 닮은 것 같긴 하죠?

아예 트러플이 들어간 초콜릿 스프레드도 있어요. 아, 이것도 정말 맛있더라구요. 고기에도 계란에도 심지어 초콜릿에도 어울리는 식재료라니 이 정도면 거의 반칙아닌가요.

이제 트러플이라는 식재료에 대해 좀 감이 잡히셨을까요? 여러분 요즘은 마트만 가도 트러플 오일은 정말 쉽게 구할 수 있으니까 다들 집에 하나씩 구비해두시는 것을 강력하게 추천하는 바입니다. 이거 하나만 있으면 어찌나 마음이 든든한 지 몰라요. 다들 트러플 하세요. 제발.


만약에 반응이 좋으면 다른 먹는 이야기로 다시 돌아올게요. 다음엔 중국 사천지방의 향신료 마라를 다뤄보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 타자를 치는데 혀가 얼얼하고 군침이 도네요. 여러분 우리 잘 먹고 살아요. 수다스러운 에디터M의 이야기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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