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윽시 애플이다! 싹 바뀐 iOS

조회수 2019. 6. 4. 17:2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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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 여기는 햇볕이 뜨겁고, 한 입 베어 문 사과가 열리는 땅.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에디터H입니다. 매년 WWDC 취재 기사를 쓰며 ‘덥덥디씨란 대체 무엇인가’로 시작하곤 합니다. 애플이 주최하는 세계 개발자 회의, 영어로 말하면 WorldWide Developers Conference, 줄여서 말하면 WWDC 입니다.

애플 이벤트라고 하면 이런 질문을 피할 수 없죠. “아이폰 나오나요?” “아이패드 나오나요?” 아닙니다. 잘 못 찾아오셨습니다. 간혹 하드웨어 발표가 곁들여지는 경우도 있지만, WWDC에서 하드웨어는 어디까지나 사이드 디쉬입니다. 메인 디쉬는 새로운 OS와 더 쉬워진 요리법이에요. 전세계의 개발자들이 모여 애플의 새로운 개발 환경을 경험하고, 피드백을 주고 받습니다. 제가 참관한 건 수많은 프로그램 중 첫 세션인 ‘키노트’뿐입니다. 다른 세션은 참여할 수도 없거니와 아마 알아듣지도 못할 거예요. 그러니까 WWDC는 철저히 개발자들을 위한 행사죠.

더 재밌는 사실은 WWDC에 참여하는 것 자체도 만만치 않은 일이라는 겁니다. 예전에는 티켓을 선착순으로 판매했지만, 몇 분 만에 매진되어버리는 아이돌 콘서트 같은 일이 벌어지며 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티켓 가격이 무려 1,599달러입니다. 요즘은 환율이 미쳐버렸으니 한화로 190만 원에 달하는 가격이죠. 이 돈을 내겠다고 불나방처럼 덤벼들어도, 추첨을 통해 당첨된 사람만 구입할 수 있겠습니다. 도도한 애플 놈들!

이 힘든(?) 관문을 통과하고, 거액의 티켓값까지 지불했건만, WWDC에 참여한 개발자들은 너무나 행복해 보입니다. 엉덩이를 흔들흔들, 하이파이브를 하고, 셀피를 찍고, 이유없이 WWDC를 외치며 박수를 칩니다. 키노트 세션에서 좋은 자리에 앉기 위해 새벽부터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도 매년 볼 수 있습니다. 이마저도 축제에 참여한 것처럼 즐거워 보입니다. 하긴, 개발자들의 축제라는 표현을 괜히 쓰는 건 아니겠죠. 여기서 궁금해집니다. 애플은 어떻게 전 세계 개발자들의 마음을 꽉 사로잡았을까?

[키노트가 시작되기 전 흘러나온 넘나 힙한 음색]

그 대답은 키노트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자, 지금부터 오늘 발표된 따끈따끈한 내용을 정리해서 들려드릴게요. 숨 한 번 크게 쉬고 따라오세요. 발표 내용이 유난히 많았습니다. 쇼미더머니를 보고 있나 싶을 만큼요. 빠르게 넘어가는 화면과 랩배틀처럼 교대하는 발표자.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나….

tvOS 13부터 시작할까요. 다중 사용자를 지원하기 시작해서 자유롭게 사용자를 지원하며 쓸 수 있게 됐습니다. 각 사용자 별로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추천받기 좋아진거죠. 넷플릭스 떠올리시면 이해가 쉽겠네요. 하지만 여러분은 이것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엑스박스 및 플레이스테이션의 게임 컨트롤러를 지원하게 될 예정이라는 거죠. 애플 TV로 애플 아케이드 독점 게임을 듀얼쇼크를 들고 플레이하는 미래를 생각해보십시오.

자, 다음! Watch OS 6입니다. 애플은 그동안 워치의 건강 및 피트니스 기능을 꾸준히 발전시켜 왔죠. 이제는 고작 손목시계 주제에 이렇게까지 대단할 일인가 싶을 정도입니다. 물론 저는 감사하게도 건강한 편이라 건강 관련 기능들을 모두 체험하진 못했지만요. 그간 애플이 제발 만들어줬으면 하는 앱이 하나 있었는데 드디어 오랜 바람이 이루어졌습니다. 바로 생리주기 추적 앱입니다. 벌써 5년 째 이상한 서드파티 앱을 하나 쓰고 있는데, 썩 편하지도 않은 데다가 이런 정보들이 건강앱과 연동이 이루어지지 않아 불편했거든요. 이제 애플 워치에서 생리 주기를 쉽게 기록하고, 예상 주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늦었지만 환영입니다.

청력 건강을 위한 노이즈 앱도 공개됐습니다. 90데시벨 이상의 소음이 주간 4시간 이상 노출되면 청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합니다. 노이즈 앱은 소리의 변화 수준에 따라 데시벨 미터기 실시간으로 움직입니다. 그리고 심한 소음이 발생하면 알림을 보내주기도 합니다. 손목 위에 딱 붙어서 일거수일투족을 함께하는 애플워치의 지리적(?) 조건을 영리하게 이용했네요.

덧붙여 애플워치 자체에 음성 메모 기능이 생겼어요. 오늘 소니의 보이스 레코더를 인터뷰용으로 가져와서 자랑했는데, 이제 필요 없겠어요. 안녕… 미안….

애플워치를 1세대부터 쭉 써온 입장에서 프로세서와 반응 속도가 눈부시게 향상된 것에 비해, 실생활에서 조작하며 쓸만한 기능과 앱은 너무 부족하다고 느껴왔습니다. 이제는 워치 자체에서 쓸 수 있는 기능이 훨씬 많아집니다. 앱스토어 앱 브라우징도 가능해지고, 바로 앱을 다운로드 할 수도 있어요. 이제 개발자들은 iOS앱에 종속될 필요 없이 애플워치에서 단독으로 구동되는 워치 전용 앱을 개발할 수 있다고 합니다. 단순한 UI로 폰을 만지기 어려운 상황에 유용하게 쓸 만한 앱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네요.

팟캐스트 앱에서 아이폰 없이 바로 스트리밍할 수도 있구요. 아, 계산기 앱도 쓸 수 있게 됐어요. 팁이나 더치페이 금액을 계산할 때 편하겠어요.

이번엔 다들 궁금해하실 iOS 13입니다. 가끔은 제대로 만든(?) OS 업데이트가 아이폰 새로 사는 것보다 나을 때가 있죠. iOS13은 전반적인 시스템 최적화를 통해 속도와 반응성이 좋아졌다고 합니다. 페이스 ID 속도가 30% 정도 향상된다는 것도 반가운 소식입니다. 지금도 빠른데! 더 빨라진다니! 오예!

개인적으로 가장 와닿은 변화 중에 하나는 앱 다운로드 크기가 줄어든다는 거죠. 빼도 박도 못하고 저장 공간을 내어주어야 하는 게 앱 다운로드와 업데이트인데, 애플의 용량 장사가 얼마나 살벌합니까? iOS 기기에서 차지하는 용량이 적어질수록 고맙죠. 다운로드 시간도 줄일 수 있구요. OS 업데이트로 앱 다운로드 크기가 줄어들었다는 게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앱을 패키징하는 방식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앱스토어에 앱을 올릴 때는 여러 기기에 필요한 기능이 모두 업로드 되는데 이 중에서 필요한 것만 취사 선택하는 과정이 패키징입니다, 이 부분을 좀 더 타이트하게 최적화한 것 같네요. 앱 다운로드 크기는 최대 50% 줄었고, 업데이트는 60%까지 줄었습니다.

소문대로 iOS에 다크 모드가 생겼습니다. 맥OS 모하비의 다크모드처럼 화면 UI를 어둡게 다시 디자인한 기능입니다. 데모 영상이 공개되자 관객석에서 박수와 환호가 쏟아져나옵니다. 저는 여기서 애플의 자뻑과 앱등이 여러분의 선량한 순수함을 깊이 느끼고 왔습니다. 물론 제가 앱등이가 아니라는 말은 아닙니다만, 고작 UI 컬러를 어둡게 변경한 것만으로 박수 갈채를 받을 수 있는 브랜드는 애플밖에 없을 겁니다. 남들은 디스플레이를 반으로 접고, 디스플레이를 두 개 넣어주고, 카메라가 튀어나오고 그러는데! 그저 다크해진 것만으로도 박수를 받아버려!

물론 그렇다고 다크 모드가 근사하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시스템 전체와 모든 네이티브 앱에서 어두운 색상 조합이 아름답게 구현됐습니다. 시인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알맞게 톤다운이 되었습니다. 다크 모드는 두 가지 경우에 유용합니다. 주변이 어둡거나, 취향이 어둡거나. 디에디트 사무실에서도 취향이 극명하게 갈리는데 똑같이 모하비를 쓰지만 저는 일반 모드로 쓰고, 에디터M은 다크 모드로 사용합니다. 저는 밝은 사람이고 에디터M은 어두운 사람이라는 얘기를 하고 싶은거긴 한데 다크 모드를 사용하는 모든 분들이 어둡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쓰다 보니 후회되네요. 죄송합니다. 시차 적응을 못해서….

서드파티 앱 개발자들도 앱 개발에 다크 모드의 디자인에 적용할 수 있게 공개돼 있습니다. 다들 근사하고 다크다크한 앱 개발 많이 많이 해주세요. 아, 참고로 이 다크 모드를 하루종일 유지하는 게 부담스럽다면 일몰이나 특정 시간 이후로 활성화되게 설정할 수 있습니다. 하늘이 어두워질 때쯤에 iOS의 화면도 어두워진다면 어쩐지 기분 좋은 루틴이 될 것 같아요.

애플 지도도 드라마틱하게 업데이트됐습니다. 고해상도 3D 사진을 제공하는 둘러보기 기능은 아무리 봐도 구글 스트리트 뷰와 닮았네요. 저는 애플을 사랑하지만 지도는 역시 구글입니다. 잊지 마세요, 여러분. 흠흠.

사진 앱의 탐색 기능도 훨씬 좋아집니다. 여러분 아이폰에 사진 몇 장이나 저장해두셨나요? 저는 지금 현재 38,854장이 있네요. 정말 징글맞게 많죠. 가끔은 필요한 사진을 찾기 위해 검색해보지만 원하는 결과나 나오지 않을 때가 많아요. 결국 스크롤을 미친듯이 오르 내리며 사진을 찾아 헤맵니다. 혹은 구글 포토에서 사진을 검색하기도 해요. 구글 포토는 훨씬 더 방대한 데이터를 가지고 머신 러닝을 했기 때문에 특정 검색어로 사진을 찾아내는 솜씨가 기가 막힙니다. 애플 이벤트 다녀와서 자꾸 구글 편을 드는 것 같지만 마냥 좋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공짜 사진 클라우드를 담보로 사용자의 정보를 내준 셈이니까요.

사용자의 개인 정보 보호에 결벽증 수준으로 집착하는 애플에게는 힘든 일입니다. 그래서 온디바이스 머신 러닝을 이용해 사진을 큐레이션하는 기능이 생깁니다. 사용자의 데이터를 디바이스 밖으로 유출하지 않고, 그 안에서 꽁냥 꽁냥 모든 걸 처리하는 거죠. 머신 러닝도 꽁냥 꽁냥. 실수로 찍은 연사나 미묘하게 다르지만 결국 비슷한 사진들은 자동으로 숨기고, 제일 괜찮은 사진만 띄워주는 방식으로 전체 라이브러리를 싹 정리해줍니다. 날짜나 이벤트, 장소 등으로 지나간 사진들을 묶고 탐색, 발견해주는 기능도 유용하구요. iOS 13으로 올리고 나면 5년 동안 WWDC에 참여했던 사진들이 싹 묶여서 보이려나요? 이 사진 탐색 기능이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4만 장에 달하는 사진을 가진 제 아이폰으로 추후에 실험해보겠습니다. 사실 사진 큐레이션이라는 게 잘못 제안하면 오히려 더 손이 안 갈 수도 있거든요.

사진 관리 뿐만 아니라 편집 기능에도 변화가 있습니다. 인물사진 모드의 스튜디오 조명 효과에서 조도를 더 세게 표현할 수도 있게 됐습니다. 피사체만 더 밝고 드라마틱하게 강조할 수 있다는 거죠. 다양한 편집 기능을 이제 영상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이제 드디어 사진 앱에서 영상 방향을 회전시킬 수 있게 됐어요. 가로 영상인데 실수로 세로로 찍혔을 때 일일이 맥북으로 옮겨서 회전시키던 어두운 과거여 안녕….

애니모티콘에는 피어싱, 금니, 귀걸이, 에어팟, 메이크업 등 개인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옵션이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옵션이 추가됐습니다.

잘 따라오고 계시죠? 이번엔 기존의 소셜 로그인을 대체하는 서비스를 이야기해볼까요. 이름하여 ‘애플 로그인’. 요즘 웹사이트에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계정을 이용한 로그인을 제공하는 곳이 많잖아요. 편하죠. 하지만 개인정보 침해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페이스북 계정으로 로그인했다가 페이스북에 이상한 게시물이 올라가거나, 광고가 지옥 끝까지 따라오거나… 뭐 그런 일들 흔하잖아요? 그래서 애플 계정으로 로그인할 수 있는 기능이 생겼습니다. 다른 소셜 로그인처럼 간단하지만, 개인정보가 노출되지도 않고 트래킹 되지도 않습니다. 간단한 API로 누구나 앱이나 웹사이트에 설치할 수 있고, 당연히 페이스ID도 지원합니다.

일부 앱에서 사용자의 이름이나 이메일을 요청하는 경우에도 제공 여부를 선택할 수 있구요. 이때 사용할 수 있는 랜덤한 가상 이메일을 제공해서 나의 데이터를 정말 철저하게 보호해줍니다. 이 타이밍엔 마음껏 박수를 쳐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이런 게 바로 애플이 잘하는 일이죠.

에어팟에도 쌈빡한 음성 제어 기능이 추가됩니다. 에어팟을 끼고 있을 때 메시지를 받으면 시리가 그걸 읽어주는 거죠. 굳이 아이폰을 꺼내지 않아도 음성 만으로 답변 메시지를 보낼 수 있습니다. 운전이나 운동을 할 때 유용하겠어요. 문제는 제가 운전도 운동도 안 한다는 거지만…. 기본 메시지 앱만 지원하는 게 아니라 SiriKit 지원 메시지 앱은 모두 가능하다고 합니다. 온 세상 모든 앱이 지원했으면 좋겠네요. 1세대 에어팟도 가능하다고 하니 에브리바디 에어팟 유저 소리질러! 뀨!

아, 그리고 에어팟 새로운 기능 하나 더! 오디오 공유 기능이 생겼는데 이미 나의 에어팟과 연결된 상태의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 다른 누군가의 에어팟을 근처에 갖다대면 그것도 연결이 되는 거죠. 한 대의 iOS 기기에 두 대의 에어팟을 연결해 영화를 감상하거나 음악을 공유할 수 있는 기능입니다. CD 플레이어에 이어폰 하나 연결해서 왼쪽 오른쪽 나눠끼던 정다운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두 대의 무선 이어폰을 연결하는 시대라니! MP3도 아니고 CD 플레이어 시절을 먼저 떠올린 제가 너무나 올드한 것 같지만 모른 척해주세요. 어쨌든 다정하게 연인과 1인 1에어팟으로 넷플릭스를 감상할 수 있는 날이 곧 올 것 같습니다. 준비물은 에어팟과 연인입니다. 저는 에어팟이 두 개 있으니까 괜찮아요.


iOS 13의 새로운 기능은 하나 하나 주옥 같네요. 재밌었죠? 제 맥OS 차례냐구요? 방심하지 마세요. 새로운 게 훅 치고 들어올 차례입니다.

예전부터 애플의 아이패드 프로를 향한 편애는 정말 지독했습니다. 새로운 디스플레이 기능도 아이패드 프로에 제일 먼저 넣어주고, 뭔가 스펙 면에서 기존의 태블릿과는 넘사벽인 물건으로 만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아, 물론 가격도요! 이번 WWDC 2019에서 애플의 편애가 정점을 찍습니다. 소개합니다. iPadOS!

실제로 최근의 아이패드 OS는 아이폰의 그것과 구분되는 인터페이스가 너무 많았어요. 화면 크기나 멀티태스킹, 애플펜슬 지원 여부 등을 생각해도 같은 OS를 공유하기엔 아쉬운 점이 있었죠. 그래서 애플은 아이패드만의 고유한 경험을 강화하기 위해 iPadOS를 선보였습니다.

물론 천지가 개벽할 정도로 다른 건 아니에요. iOS 기반으로 구축됐으니까요. 다만 대화면을 활용할 수 있는 직관적인 방법을 더 구체적으로 마련할 수 있게 된 거죠.

홈 화면은 각 페이지마다 더 많은 앱을 담을 수 있는 레이아웃으로 다시 디자인했습니다. 투데이 뷰라는 이름의 날씨, 캘린더, 이벤트 같은 위젯을 홈 화면에 추가할 수 있어요. 약간 안드로이드 폰 같은 구성이네요.

스플릿뷰의 업데이트가 대단합니다. 원래 아이패드에서 멀티태스킹은 되었지만 제한적이었죠. PC처럼 사용하기엔 무리가 있었어요. 지금만 해도 저는 맥북에서 텍스트 편집기 창을 2개 띄워놓고 글을 쓰고 있거든요. 하나는 행사장 현장에서 메모한 거고, 하나는 지금 다시 정리해서 글로 쓰고 있는 창이에요. 무슨 뜻이냐면, 멀티태스킹이라는 게 꼭 서로 다른 앱을 구동한다는 뜻이 아니라는 거죠. 웹페이지를 수십 개 틀어놓는 것처럼요.

그래서 iPadOS의 새로운 스플릿뷰에서는 동일한 앱에서 여러 파일이나 문서를 동시에 작업할 수 있게 했습니다. 슬라이드 오버로 여러 개의 앱을 한눈에 확인하고 빠르게 전환할 수 있구요.

파일 앱의 활용도도 높아졌습니다. 이제 USB 드라이브나 SD 카드를 파일 앱에서 바로 열어볼 수 있습니다. 카메라와 연결해도 바로 파일을 확인할 수 있구요. 저는 지금도 사진 촬영을 할 때 아이패드 프로를 모니터링 모니터 용도로 쓰곤 합니다. SD 리더를 아이패드에 연결하면 사진 앱에서 불러오기로 바로 확인할 수 있거든요. RAW 파일까지 바로 꺼내올 수 있긴 한데, 영상은 모니터링이 안되더라구요. 이제 파일 앱에서 SD를 읽어올 수 있으니 있으면 아이패드로 영상 모니터링까지 가능해지겠네요.

아이패드 화면에서의 텍스트 편집 기능이 정말 드라마틱 하게 업데이트됐습니다. 스와이프 동작 만으로 밑줄 긋듯이 간편하게 텍스트 선택이 가능해졌어요. 세 손가락을 오므려서 복사, 세 손가락을 펼치면 붙여넣기. 세 손가락으로 화면을 스와이프하면 실행취소! 시연 장면을 보니 마법사 같더라구요. 손가락으로 이렇게, 이렇게. 빨리 테스트해보고 싶은 기능입니다. 특정 앱에서만 되는 게 아니라 텍스트 복사, 붙여넣기나 실행 취소가 있는 모든 앱에서 사용 가능하니 활용도가 아주 높으리라 생각합니다.

애플펜슬은 응답속도가 20ms에서 9ms으로 빨라졌습니다. 아니 소프트웨어 최적화로 이렇게까지 드라마틱한 레이턴시 개선이 가능할 줄이야. 열 하드웨어 신제품 부럽지 않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빨리 가을이 왔으면 좋겠네요.

자, 숨 한 번 고르고! 마지막입니다. macOS. 애플에 이렇게 많은 기기와 OS가 숨 쉬며 살고 있었구나 싶네요. 맥은 최고죠. macOS도 최고구요. 최고의 고객 만족도를 제공하는 제품이 맥이라는 자화자찬이 이어집니다.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여기서 사실 맥프로와 새로운 디스플레이가 공개되지만 그건 다음에 소개하도록 할게요. 이 가시에서는 OS만 짧게(?) 다루는 걸로!

모하비에 이은 새로운 macOS의 이름은 카탈리나입니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섬의 이름이라고 하네요. 여태까지의 네이밍 중에 가장 발랄하지 않나 싶습니다.

아이튠즈의 시대가 끝났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아이튠즈에 있던 기능을 뮤직앱, 팟캐스트, TV 앱으로 분리한 형태죠.

오늘의 최고 대박 사건은 사이드카입니다. 아이패드를 맥을 위한 확장 디스플레이처럼 쓸 수 있는 기능이죠. 얼핏보면 맥을 위한 기능같지만 아무리 봐도 아이패드를 사라는 뽐뿌로 들립니다. 아이패드를 맥과 연결해 듀얼 모니터, 혹은 드로잉 태블릿처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애플펜슬까지 함께 사용한다면 스타일러스 입력을 지원하는 맥용 앱에서 드로잉을 할 수도 있구요. 가장 대박인 건 무선 연결 상태로도 작동하기 때문에 사용자가 굉장히 자유로워진다는 거죠. 오아아아!

목소리만으로 맥을 제어할 수 있는 보이스 컨트롤 기능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기존의 입력 장치를 활용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목소리 만으로 맥을 쓸 수 있다는 거죠. 기술이 가장 강력한 순간은, 모두가 사용 가능할 때라는 말이 가슴 깊이 남았습니다. 저는 애플의 이런 면이 참 좋아요. 오늘 발표한 모든 내용이 마음에 와닿고, 새롭고, 혁신적이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 영민한 기업은 끊임없이 기술의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죠. 손을 움직이는 사람에게나, 열악한 개발 환경에 놓인 개발자한테나 모두에게요.

사실 키노트가 끝나고 나서 낯선 산호세 땅에서 한국인 개발자 두 사람을 만났습니다. WWDC에는 매년 장학생을 뽑아서 지원해주는 제도가 있는데, 여기에 한국인 학생 두 사람이 선발됐다는 소식을 들었거든요. 19살 김민혁씨와 24살 이재성씨가 직접 만든 AR앱으로 장학생에 선정됐다기에 만나보고 싶다고 직접 연락해봤습니다. 사실 매년 WWDC에 참여하고 있지만, 매번 미디어 행사만 취재하고 돌아가는 통에 진짜 개발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볼 일은 없었거든요.

김민혁씨는 심폐소생술을 쉽게 배울 수 있는 AR앱을 만들었고, 이재성씨는 AR로 3D 쓰레기 모형을 구현해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발생하고, 어떻게 줄일 수 있는지 환경문제를 다룬 앱을 만들었습니다. WWDC 직접 참가해서 좋은지 물으니 두 사람 모두 해맑게 웃으며 “진짜 좋다”고 하더라구요. 몇 년전부터 항상 밤잠을 설치며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보던 애플의 이벤트를 실제로 눈앞에서 보니 훨씬 재밌었다는 말도 들을 수 있었구요. 전세계의 iOS 개발자들이 모이니 순식간에 공통사를 나누며 친해지고, 정말 개발자들의 축제라는 걸 실감할 수 있덨다고 해요. 그리고 애플이 준비한 세션에서 실무진과 피드백을 주고받고 궁금한 점을 나눌 수 있는 기회도 소중하다고 하구요.

iOS의 개발환경이 쉽고, 디자인 요소도 직관적이라 의도하는 바를 구현해가는 과정이 훨씬 명료했다고 합니다. 두 사람의 답변으로 애플이 어떻게 개발자들의 사랑을 받게 됐는지 짐작할 수 있었어요. 오늘 발표 내용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두 사람 모두 스위프트UI라고 합니다. 거의 새로운 언어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바로 스마트폰 시뮬레이터 UI를 확인할 수 있고, 폰을 직접 연결하면 화면에서 구현한 내용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개발 환경이 인상적이었다고 합니다. 드래그앤드롭, 몇 번의 클릭 만으로 기본 디자인을 완성할 수 있는 데모를 보고 깜짝 놀랐죠.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럴 일은 없을 거예요.

ARkit 역시 인상적이었다고 합니다. 기존의 AR에서는 가상 물체가 무조건 실물보다 앞으로 오게, 현실에 가상을 덧씌우는 방식으로 구현이 되었는데 이제는 사람보다 뒤에 있는 사물은 가려져서 처리되는 거죠. 실제 공간과 가상 이미지를 완벽히 구분해낼 수 있으니 이용자가 가상의 콘텐츠 안으로 직접 들어가는 것도 가능해졌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진짜 이 행사의 주인공인 개발자 두 사람과 대화할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이제는 더 쉽고 직관적인 개발 환경이 구축될 것이라 말하며 설레하는 모습에서 진짜 가능성은 애플이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이 사람들한테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세상 모든 앱등이와 개발자들의 축제, WWDC 2019 후기였습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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