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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디트

잔나비가 핫한 이유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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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디에디트의 말 많은 필자 음악평론가 차우진이야. 오늘은 잔나비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해. 다름이 아니라 잔나비의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는 한 달 동안 음원 차트 최상위권에 머물고 있거든. 경쟁곡은 BTS, 트와이스, 볼빨간사춘기, 블랙핑크야.

차트 50위까지 시선을 넓히면 잔나비의 곡은 4곡이나 보여. 공전의 히트곡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을 비롯해 제목을 고민하다가 그냥 첫 소절의 가사를 복붙한 게 아닐까 싶은 ‘사랑하긴 했었나요 스쳐가는 인연이었나요 짧지 않은 우리 함께했던 시간들이 자꾸 내 마음을 가둬두네’, 그리고 옛날 사람답게 나로선 영화 <노팅힐>의 삽입곡이자 엘비스 코스텔로의 히트곡으로만 알고 있던 ‘She’가 각각 20위권과 40위권에 머물고 있지. 50위권 안에서 한 음악가의 노래가 4곡 이상 들어간 경우는 BTS 뿐인데, 이 정도면 잔나비가 얼마나 핫한지 설명이 충분하지 않을까? 글쎄, TMI 필자답게 좀 더 설명하자면, 유튜브에서도 종종 보이는 여러 개의 ‘잔나비의 인기곡 플레이리스트’는 많게는 90만 회, 적게는 10만 회 정도의 재생수를 기록하고 있어. 그냥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이 노래를 듣고 있다는 얘기지.


“그런데 어떻게 떴을까?”

출처: 잔나비 페이스북

여러 분석들이 있는데 대체로 미디어 효과와 음악적 효과가 시너지를 냈다고 정리되는 것 같아. 애초에 이들은 ‘마이너 중에 메이저’로 불릴 정도로 밴드 씬 내에서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밴드였거든? 2013년 엠넷의 <슈퍼스타K> 시즌5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2014년부터 현재까지 음원과 공연을 중심으로 활동한 이들은 <식샤를 합시다> 시즌2와 <구여친클럽>, <두번째 스무살>, <디어 마이 프렌즈>, <혼술남녀>, <로맨스는 별책부록> 등의 드라마 OST에 곡이 삽입되기도 했어. 그야말로 인디와 메이저의 경계에 위치한 밴드라고 할 수 있지. 알다시피 음악적으로는 ‘신선하게 들리는 레트로 사운드’가 2~30대 문화 소비자들에게 어필했다는 분석도 있고, 여기에 <유희열의 스케치북>과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점이 이들의 음악이 10위권에서 2위로 급상승하는 데 기여했다는 분석도 있어.


오케이, 정리하자면 ‘원래 음악이 좋았는데 방송에 나오면서 좋아하게 된 사람이 많다’는 얘기야.

<나혼자 산다>에 출연했던 잔나비 보컬 최정훈. (출처: 잔나비 페이스북)

그런데 이게 잔나비가 유일한 사례는 아니야. 가까이는 혁오가 그랬고, 그전에는 10cm도 그랬거든. 10년 전에는 장기하와 얼굴들도 마찬가지였어. 특히 내게는 장기하와 얼굴들이 잔나비의 경우와 상당히 겹쳐 보이기도 해.


일단 미디어 효과에서 장기하와 얼굴들은 2008년부터 2009년 사이에 큰 분기점을 겪었는데, 먼저 <스페이스 공감>에서 라이브로 선보인 ‘달이 차오른다 가자’를 시작으로 디씨인사이드와 블로그에서 인기 짤방과 추천 인디 음악으로 인기를 얻었지. 그러던 중 <이하나의 페퍼민트>와 <무한도전>에 출연하며 대중적인 호감을 얻었어.

10집 <mono>를 끝으로 작년 해체한 장기하와 얼굴들

음악적으로는 70년대의 송골매, 산울림과 같은 한국 록과 토킹헤즈 스타일의 뉴웨이브를 결합한 감각을 2009년의 감각으로 풀어냈다는 평을 받았지. 물론 장기하와 얼굴들에 대해선 미디어 효과만큼 음악적 평가도 중요한데, 잔나비의 경우도 그럴 것 같아. 어떤 이유로든 ‘뜨는 음악가’에 대해선 음악이 기본인 셈이랄까. 이건 콘텐츠를 만드는 입장에선 ‘본질’에 충실해야만 한다는 말로도 바꿔도 좋을 것 같아.


“그런데 왜 인기일까?”

알다시피 잔나비의 음악은 과거지향적이야. 이들의 노래는 ‘한국 대중음악’보다 ‘가요’란 말이 더 자연스럽던 시절의 음악을 소환하거든. 8~90년대 ‘가요’의 뉘앙스를 가득 담아 이문세나 변진섭의 히트곡처럼 문어체 가사를 담아내는 이 노래에는 ‘가요 감성’만 묻은 게 아니라 그 시절을 풍미하던 록과 팝의 히트곡들이 주던 감각도 스며있어. 엄밀히 말해서 잔나비의 음악에 스며든 레퍼런스가 같은 시대의 음악도 아니야. 특정한 시대나 조류를 반영하는 게 아니라 그 시절의 ‘감성’이 반영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봐. 어쩌면 하이브리드한 방식으로 재조합된다고도 생각할 수 있겠지.


이때 ‘하이브리드’는 21세기를 관통하는 방법론이기도 해. 사실상 21세기의 록 음악은 6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출현한 음악 스타일을 이렇게 저렇게 섞은 결과이기도 하거든. 게다가 21세기에 등장한 온갖 온라인/모바일 서비스 역시 마찬가지지. 현재 가장 각광받는 비즈니스 모델인 ‘온라인 투 오프라인’조차 두말할 필요도 없이 하이브리드의 가치를 기술적으로 구현하는 방식이잖아.

출처: 잔나비 페이스북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건, 이런 옛날 감성을 반영한 잔나비의 노래가 정확하게 겨누는 게 2019년 동시대 청년들의 마음이란 점이야. 여기서 ‘옛날 감성’이라는 건 오히려 장식 혹은 전략적 방법론에 가까울 것 같아. 중요한 건 내 얘기 같은 가사랄까… 잔나비의 히트곡은 기본적으로 러브송인데, 여기엔 간절함과 애틋함이 묻어 있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상황, 그럼에도 간절하게 피어오르는 그리움 같은 보편적인 감정이 ‘지금은 거의 쓰지 않는 언어’에 담기고 있잖아. 감정과 언어, 이 둘은 본질과 현상과 같은 관계로 세대가 바뀌고 쓰는 말이 달라져도 결국 그때 그 마음만은 동일하다는 얘기기도 하지. 그러니까, 누가 뭐래도 콘텐츠의 핵심은 메시지야.


“이토록 간절한 정체불명의 노스탤지어”

그런데 인상적인 건 이런 메시지가 건드리는 노스탤지어야. 17세기의 의학용어로 처음 쓰인 이 ‘노스탤지어’란 개념은 그리스어 ‘노스토스’(귀환)와 ‘알고스’(고통)를 결합한 말이야. 뜻이라고 하면, 돌아가고 싶지만 결코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로부터 겪는 고통이지. 이 아픔은 도무지 치유될 수가 없는데, 오히려 치유할 수 없기 때문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이기도 해. 다시 말해 이 향수는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감각이야.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물론 우리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것도 그리워할 수 있어. 밀란 쿤데라가 소설 <향수>에서 언급한 대로,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에 대한 상실감과 그리움이야말로 노스탤지어의 본질이거든. 우디 앨런의 <미드나잇 인 파리> 또한 이런 감각을 적나라하고 아름답게 다루고 있지. 이 소설과 영화는 꼭 보면 좋을 것 같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으니까. 다시 말해 이 정체불명의 감각은 진짜라기보다는 진짜 같은 거에 가까워. 맞아, ‘느낌적인 느낌’ 말이야. 그런데 나는 이 ‘느낌적인 느낌’이야말로 인류 역사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감각이라고 믿고 있어.


우리는 대체로 추억을 과거의 좋은 시절로 정의하고는 무의식적으로 그 과거가 지금보다 더 나았다고 생각하잖아. 그런데 이 그리움은 특별한 근거 없이 기억 속에서 재구성된 감정인데, 심지어 고밀도의 네트워크 환경에서 우리는 과거, 혹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와 연결된 채 향수에 젖기도 하는 것 같아. 그리고 이렇게 과거 지향적인 감각은 자주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곤 하지.

출처: 잔나비 페이스북

하지만 이 ‘내꺼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정체불명의 그리움이야말로 우리를 조금 더 인간답게 만들어 주는 요소가 아닐까. 특히 온갖 연결 속에서 끊임없이 자기 정체성과 본질에 대한 도전을 감당하고 재구성해야 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이렇게 미묘하고 허점 투성이의 감각이 오히려 인간성을 보존하는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란 생각도 들어. 덕분에 우리는 비로소 해석되기 어려운, 불완전하고 미완성인 존재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야.


잔나비는 어떻게 떴을까, 왜 인기일까… 이런 생각이 마침내 다다른 곳이라고 하기엔 좀 뜬금없을 수도 있겠지만, 나로서는 새삼 2019년의 유행가가, 의외로 많은 것들을 다시 들여다보고 되짚어보는 재미를 주는 것 같아서 즐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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