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만 원짜리 청소기, 다이슨

조회수 2019. 5. 2. 11:0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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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청소왕 에디터M이다. 사실 그동안은 에디터H가 청소기 리뷰를 도맡아 왔지만, 사실 디에디트 사무실 청소의 대부분은 내가 한다. 에디터H는 청소기 리뷰나 해야 깨작대는 청알못이다. 아 만천하에 공표하니 속이 다 시원하다!

드디어 기회가 왔다. 진짜 청소를 하는 사람으로서 청소란 무엇인가를 보여줄 때다. 타이밍 좋게 다이슨이 새롭게 출시한 무선청소기 V11 컴플리트를 리뷰하게 됐다. 생각보다 많은 변화가있는 제품이다. 그렇다면 뭐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찬찬히 살펴보자.

먼저 가장 크게 변한 것부터 살펴보자. 처음 손에 쥐어보고 청소왕으로서 유레카를 외쳤다. 어머나 세상에, 우리 다이슨한테 LCD 스크린이 생겼어요! 청소기를 손에 쥐었을 때 가장 먼저 보이는 부분, 그러니까 본체 상단에 화려한 스크린이 인사를 건넨다. 

이 스크린으로 상당히 많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무선 청소기에서 가장 중요한 사용 시간은 물론, 혹시 필터가 빠지진 않았는지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알려준다. 그것도 친절하게 움직이는 화면으로 말이다! 더 많은 정보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사용설명서 따윈 도통 읽을 줄 모르는 나같은 사람도 단번에 이해할 수 있으니까.

앞으로 리뷰 내내 찬찬히 설명하겠지만 이번 다이슨 V11에서 가장 달라진 것은 ‘스마트함’이다. 흡입력이야 굳이 내가 입 아프게 설명하지 않아도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치렁치렁한 전선을 드레스자락처럼 끌고 다녀야했던 돌돌이 청소기에서 무선의 편리함과 강력함을 집집마다 전파하기 시작한게 바로 다이슨이니까. 힘세고 튼튼한 에너자이저 같았던 다이슨의 무선 청소기가 여름방학을 마치고 갑자기 똑똑해져서 돌아온 느낌. 대체 너 무슨 과외를 받은거니?

게다가 스위치 모양도 변했다. V10까지 위아래로 슬라이딩해서 모드를 변경했던 방식의 스위치가 동그란 버튼을 누르는 방식으로 바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화면을 통해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모드에 따라 색과 배터리 시간을 그림으로 표혐한 센스라니!]

맥스와 1단계 2단계로 나뉘던 모드도 일반, 미디엄, 부스트 모드로 바꼈다. 일반 모드는 최대 60분까지, 부스트 모드는 10분까지 버틴다. 그렇다면 사진 속 자동 모드는 뭘까하는 의심이 들겠지. 

[왼쪽이 토크 클리너 헤드 오른쪽이 기존의 소프트 롤러 헤드]

그 비밀은 바로 헤드에 있다. 오늘 말한 스마트함의 정점엔 바로 토크 클리너 헤드가 있다. 매끈한 마루바닥부터 카페트까지 상황을 가리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범용 헤드다. 이 헤드를 장착하면 미디엄 모드 대신 자동 모드가 뜨는데, 바닥의 유형을 파악해 흡입력과 배터리 시간을 최적화 해준다.

쉽게 설명하자면, 매끈한 마루바닥에선 흡입력을 줄여서 배터리의 효율성을 높이고, 카페트처럼 사이사이 먼지를 강력하게 빨아들여야 하거나 혹은 빨아들일 먼지가 많은 곳에서는 흡착력을 높여 먼지 한 톨도 놓치지 않는다. 

정말일까? 의심이 많는 나는 마루바닥과 카페트 사이를 왔다 갔다 해본다. 바닥이 바뀔 때마다 바닥을 빨아들이는 힘과 소리가 달라지는 것이 실시간으로 느껴진다. 그냥 바닥이 위잉이었다면, 카페트 바닥은 휘이이이잉 소리를 내며 가열찬 소리를 낸다. 더 놀라운 것은 흡입력 뿐만 아니라 스크린에 표시되는 잔량도 실시간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이런 게 가능한 이유는 V11에 장착된 ‘마이크로프로세서’ 때문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컴퓨터에 들어가는 ‘칩’ 같은 것이다. 이번 제품에는 총 3개의 마이크로프로세서가 하이 토크 클리너 헤드 속에 장착된 다이나믹 로드 센서, 디지털 모터 V11 그리고, 배터리에 각각 들어가있다. 이 스마트한 칩들이 끊임없이(초당 8천회까지) 소통하며 청소환경을 최적의 상태로 만들어준다. 


게다가 이 번 배터리는 모니터링 시스템과 함께 작동해 사용자의 사용패턴을 ‘학습’ 알고리즘을 사용한다니. 혹시 너는 디에디트 에디터들이 2주에 한 번 정도 몰아서 청소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나는 너무 많은 메뉴와 기능이 덕지덕지 붙은 기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사용 설명서를 꼼꼼하게 읽기에는 근성이 부족한 탓도 있겠지만 그런 기기한테는 오히려 불친절함을 느낀다. 사용자 환경이 좋다는 건, ‘니가 뭘 좋아할지 몰라 다 준비해봤어’라며 오만가지 기능을 뷔페처럼 늘어놓는 게 아니다. 사용하는 사람이 전혀 의식하지 않고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최적의 편리함을 누리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진짜 친절함이고, 좋은 사용자 환경이라고 믿는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바뀐 디자인 이야기도 해보자. 블루컬러의 직선적 상단디자인에 유려한 곡선과 퍼플컬러가 적용됐다. 기존의 다이슨 청소기가 똑 떨어지는 디자인이었다면, V11부터는 상당히 부드러워졌다.

상단의 보라색 부분은 필터다. 살짝 돌리면, 빠지는데 흐르는 물에 씻을 수 있고, 물세척 후에는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서 하루 정도 건조시켜 사용하면 된다.

만약 V11을 구입한다면 조금 더 커진 박스를 만나게 될 것이다. 드디어 이번 모델 부터는 기본 구성품으로 거치대가 포함되어 있다. 나 빼고 모두 결혼한 내 친구들은 하나같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혼수로 다이슨 무선 청소기를 샀다. 전세집에 차마 구멍을 뚫을 수 없었던 녀석들은 아예 청소리를 위한 별도의 가구를 구입했을 정도였다.

스탠드는 길고 무겁다. 꽤 긴편인 다이슨 본체를 슥 올리면 헤드가 바닥에 닿지 않고 붕 뜬다. 길이는 길지만, 5kg 정도는 되는 것같은 하얀 받침대가 단단하게 무게 중심을 잡아줘서 안정적인 편이다. 이렇게 세워두니 참으로 보기 좋고 부유해 보이더라.

스탠드에 세워둔 상태에서 버튼을 가볍게 누르면 배터리 잔량을 확인할 수 있다.

아시는 것처럼 다이슨의 무선 청소기는 길이 조절이 되지 않는다. 평균신장보다 조금(?) 작은 편인 나에겐 조금 불편할 수도 있는 부분인데 각도를 좀 눕혀서 사용하면 되기 때문에 크게 불편함을 느끼진 않았다.

오히려 더 불편한 것은 손으로 꾹 눌러야만 작동하는 스위치다. 자꾸 이동 중에 스위치를 눌려서 깜짝 놀라게 되거나, 오랫 동안 부지런을 떨며 청소를 하고 다니면 손가락에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더라. 

[리뷰를 위해 커피 가루도 빨아들였다.튀는 것 없이 자로 잰 것처럼 말끔하게 지나간 자국이 남는다]

지난 토요일엔 또 사무실 공사를 했다. 가벽을 세우는 공사였는데, 합판 사이에 생긴 빈틈을 새하얀 지점토 같은 걸로 채우고 삐져나온 부분을 사포질을 해서 평평하게 만들었다. 거칠거칠한 사포가 지나갈 때마다 미세먼지보다 더 고운 하얀 가루들이 눈처럼 날렸다. 책상 위에도 머리 위에도 뽀얗게 먼지가 내려 앉았다. 자, 지금이 바로 성능 좋은 청소기가 나서야 할 때다. 그날 이 청소기는 정말 부지런히 사무실 먼지를 빨아들이고 다녔다. 청소 막바지에 에디터H가 화려하게 화분을 엎으며 모래와 흙으로 피날레를 장식했을 때도 출동했고 말이다. 

모든 것이 변했지만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다이슨의 상징인 밖으로 드러난 14개의 원뿔형 싸이클론의 강력한 힘은 그대로다. 싸이클론의 힘을 통해 1차로 꽃가루나 박테리아 같은 미세한 입자들은 먼지통으로 보낸다. 그리고 2차로는 완벽하게 밀폐된 다이슨 무선청소기의 필터 시스템이 0.3 마이크론 크기의 미세먼지를 99.97% 잡아내 깨끗한 공기를 배출한다. 깨끗하게 지내려고 청소를 하는 건데, 먼지 먹으면서 청소하면 억울할 뻔했다.


또한, V11은 전작보다 흡입력이 15%나 더 강력해졌다. 숫자로 말하면 부스트 모드 기준으로 V10이 160에어와트, V11은 185에어와트* 정도가 된다. 두 모델 사이에 소음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데, 강력해진 흡입력을 고려한다면 소음이 오히려 준 것이라고 볼 수 있겠다. 

다이슨은 소음을 줄이기 위해 임펠러의 날개를 좀 더 얇게 설계했다고 한다. 기존의 V10이 2개의 디퓨져로 공기의 흐름을 직선화해 저항을 줄였다면, V11엔 디퓨져 한 개를 추가함으로서 소음을 줄였다. 

마치 총을 쏘듯 먼지통을 비울 수 있는 포인트 앤 슛도 기능도 여전하다. 뿅하고 먼지 뭉텅이가 떨어져 나와 쓰레기통으로 슉 들어갈 때의 쾌감이란! 먼지통이 앞으로 발사되는 부분이 전작보다 조금 더 길어지는 바람에 먼지와 나 사이도 조금 더 멀어졌다. 먼지 마실 걱정을 안 해도 되니 확실히 쾌적하다. 게다가 앞서 언급한 필터 뿐만 아니라 먼지통도 완전 분리해서 물청소할 수 있다.

자 이제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가격 이야기를 해볼까. 좋아진만큼 가격도 당연히 올랐다. 다이슨 V11 컴플리트의 가격은 119만원. 본디 편리함엔 비용이 드는 게 자본주의의 기본 원리인 걸. 

오늘 만난 다이슨 V11은 누구나 의식하지 않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었다. 기술은 한 눈 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배터리는 갈수록 작고 가벼워지고, 모터는 점점 더 강력해질 것이다. 이런 시대에 누가누가 더 흡입력이 좋은지 비교하는게 과연 얼마나 큰 의미가 있을까 싶다. 힘보다는 누구나 청소를 어렵거나 귀찮아 하지 않게 만드는 것. 어쩌면 이게 바로 진짜 좋은 청소기의 조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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