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보르기니와 바디프랜드가 어떻게 만났지..?

조회수 2019. 4. 18. 14:3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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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디에디트 독자 여러분! 늘 소유욕은 넘치고, 돈은 없는 라이프스타일 덕후, 신동윤이다. 잡지를 한 달에 몇 권이나 읽으며, 매달 ‘TO BUY’에 새로운 물건을 추가한다. 하지만 신은 모든 것을 주지 않았다. 신은 내게 소유욕을 주셨으나, 그걸 살 돈을 주지 않았다. 공평치 못한 분배다. 어쨌건, 그런 입장이다보니 콜라보 소식은 항상 반갑다. 물건 하나를 샀지만, 2개를 산 느낌이랄까. 그래서 준비했다. 요즘엔 어떤 것들이 나왔나. 다들 지갑 단디 간수하지 않으면 텅장을 면치 못할 것이다.

리모와 X B&O

여행을 가서 공항에서 짐을 찾을 때면 줄줄이 나오는 캐리어들 중, 유난히 눈에 띄는 세로 요철이 들어간 캐리어들이 있으셨으리라. 당연히 그 모든 캐리어들이 하나의 브랜드에서 나오진 않았다. 그래도 원조라는 건 존재하는 법. 그 원조가 독일 캐리어의 명가, 캐리어계의 명품인 리모와다. 캐리어가 무슨 명품이야 하실수도 있겠지만, LVMH(루이비통을 필두로 한 명품 브랜드 그룹) 소속이니까 진짜 명품이 맞다. 캐리어에 세로 줄, 그루브 무늬라고 부른다. 본래 마찰을 높여 짐을 옮기기 쉽게 하고 파손을 줄인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구찌의 녹-적-녹 스트라이프처럼 브랜드를 상징하는 하나의 패턴이 됐다.

뱅앤울룹슨과 리모와가 함께 콜라보 제품을 냈다. 새로운 모델이 나온 것은 아니고, 뱅앤울룹슨의 대표 헤드폰 중 하나인 H9i와의 콜라보다. 제품 사진을 보고 순간 무척이나 당황했는데, 다름이 아니라 대체 누구 ‘주’고 ‘부’인지 알 도리가 없던 탓이다. 아무리 콜라보레이션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이 주도권을 갖고 정체성을 드러내는 브랜드가 있기 마련인데, 이번 콜라보는 리모와와 뱅앤울룹슨 모두의 정체성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콜라보가 너무 심심한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다. 하지만, 리모와는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서 한 없이 꾸밀 수 있는 도화지와 같은 디자인을 가진 브랜드고, 뱅앤울룹슨은 디자이너의 지향을 정확히 보여주는 브랜드다. 너무나 멋지고 온전한 콜라보레이션이다. 글쎄, 적은 소견이나마 보태자면 근래 나온 가장 잘 된 콜라보레이션이지 않을까? 우리가 원하는 건 콜라보레이션이지, 피쳐링이 아니니까.

션 위더스푼 X NIKE

나이키는 콜라보의 제왕이다. 2017년에는 버질 아블로와의 더 텐으로 당당히 2017년 최고의 콜라보레이션에 이름을 올렸고, 2018년에는 션 위더스푼과의 콜라보레이션으로 꽤나 재미를 봤다. 올해는 E.U.(Emotionally Unavailable)와의 콜라보도 있었다. 흥행은 말할 것도 없다. 근데, 작년의 션 위더스푼과의 콜라보레이션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정말 많았던 모양이다. 션 위더스푼과의 콜라보인 나이키 에어 맥스 1/97 ‘해브 어 굿 나이키 데이’가 다시 돌아왔다.


이미 진행된 콜라보기에 길게 말할 건 없지만, 에어 맥스 1과 97의 재해석이 돋보이는 제품군이다. 특히 듀브레로 션 위더스푼의 스마일리와 나이키 로고가 눈에 띈다. 전반적으로 파스텔톤으로 화려하게 채색된 션 위더스푼은 사실 작년 나이키 디자인 공모전에서 1등을 차지했던 제품이다. 투표를 통해서 선정되었으니, 브랜드가 멋대로 결정한 게 아닌, 대중들이 원하는 가장 대중적인 콜라보라는 거다.


개인적으로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는 에어 맥스 1모델은 패밀리 사이즈로 발매된다는 점이 흥미롭다. 어릴 적부터 조기교육이 중요하다고 하던데, 신발 덕질까지 조기교육하라는 나이키의 큰 뜻이다. 물론 주변에 이런 걸 선물할 어린 아이가 없는 내게는 큰 의미는 없지만… 그래도 사고 싶어질 정도로 귀엽다. 물론 메인 모델은 인기가 가장 많은 에어 맥스 97이다. 한국 태극기 콜라보가 나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음에도 구매에 어려움이 많다.

IKEA ‘2019 아트 페스티벌’

여러분께 고백하자면, 나는 이케아에 가본 적은 있으나 이케아에서 물건을 사본 적은 없다. 아, 기념품 삼아 인형 하나를 샀고, 핫도그랑 미트볼을 사먹긴 했었다. 뭐, 부모님 집에 얹혀사는 입장이기에 큰 가구를 살 상황이 아니기도 하거니와, 사실 뭔가 이케아의 제품들은 내 취향에 ‘거의’ 부합하는 제품들이라서 그렇다. 나쁘진 않은데 뭔가 어딘가에는 더 좋은 게 있을 것 같은 느낌. 하지만 그런 나도 이번에 나온 이케아 콜라보레이션은 몰래 흘깃흘깃 보는 중이다.


눈에 가장 뜨는 것은 화려한 콜라보 명단이다. 오프화이트와 루이비통을 이끄는, 이견이 없는 탑 디자이너 버질 아블로, 동양적이고 실험적인 디자인이 돋보이는 크레이그 그린, 한국적인 텍스타일로 에르메스와도 콜라보를 진행했던 이슬기 등 7명의 디자이너와 콜라보를 진행했다. 이 정도면 콜라보레이션이 아니라, 확실히 아트 페스티벌이라고 불러줘야 할 듯하다. 그것도 탑급 라인업으로 이루어진 빵빵한 페스티벌.

다양한 디자이너들과 콜라보를 진행하다보니 장단이 명확하다. 우선 가장 큰 단점은 저걸 다 사려면 돈이 엄청나게 나갈 거라는 것. 러그는 어지간히 넓은 집이 아닌 이상에야 여러 개 깔기 어려울 텐데, 왜 여러 개 사냐고? 장담컨대 상당수는 저걸 걸어둘 거다. 사실 너무 다른 디자이너들과 콜라보를 진행하다보니 전체적인 통일감이 떨어지긴 한다. 아무리 ‘전통의 재해석’이라는 큰 주제가 존재한다지만, 아블로의 러그와 이슬기의 러그는 완벽하게 다르다. 하지만 이케아기에 괜찮다. 이케아는 늘 가장 많은 선택지를 제공함으로써 사람들의 취향을 맞추려는 브랜드다. 이케아의 쇼룸들이 하나하나 완벽하게 다르듯, 이번 러그들도 서로 완벽하게 다를 뿐이다.

알렉산더왕 X UNIQLO

SPA 브랜드와 유명 패션디자이너와의 콜라보는 좋은 의미로건, 나쁜 의미로건 뜨거운 감자일 수밖에 없다. 퀄리티에 대한 이야기, 리셀러에 대한 논란, 그리고 늘 이슈가 되는 수 십 시간의 대기시간들. 알렉산더 왕은 이미 H&M과의 콜라보를 통해 명동에서 48시간 대기라는 기록적인 대기시간을 자랑한 바 있는데, 이번에는 그 정도의 대기를 만들어내진 않을 듯하다. 지난 해에 진행했던 히트텍 콜라보에 이어서 알렉산더 왕이 올해는 에어리즘과 콜라보레이션을 했다.


꾸준히 기능성 소재에 대한 관심을 보여온 알렉산더 왕이기에 사실 그다지 놀라운 소식은 아니다만, 그래도 속옷을 콜라보 한다고?라는 반응이 끊이질 않는다. 사실 알렉산더 왕의 색이 꽤나 보였던 지난 콜라보와는 다르게 이번 콜라보는 알렉산더 왕의 정체성이 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어째 가장 알렉산더 왕이 떠오르는 지점이 휘날리는 장발을 하고 찍은 모델 사진들이었지만, 이건 넘어가도록 하자.


하지만 속옷을 콜라보한다는 건 꽤나 흥미로운 지점이다. 사실 알렉산더 왕의 말처럼, 아무리 좋은 옷을 입는 사람도 유니클로 속옷은 입는다. 나만해도 속옷은 유니클로에서 사는 걸로 시즌을 준비한다(여름이 되면 에어리즘을 사고 겨울이 되면 히트텍을 사면서 한 시즌을 시작한다). 게다가 매일 갈아입고, 내 몸에 가장 밀착하는 옷이니 기능성과 디자인이 결합하는 것은 꽤 중요하다. 줄을 서지 않으면서 살 수 있는 알렉산더 왕의 속옷이라! 솔직히 구미가 당긴다.

Lamborghini X 바디프랜드

예전에, 내가 아주 어릴 적에 어떤 소설에서 엔초 페라리와 람보르기니가 대결하는 장면을 묘사하는 걸 읽은 적이 있다. 소설 내용도 제목도 아무 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데, 그 장면이 꽤나 인상깊었던 건 확실하다. 중학교 때, 인터넷으로 람보르기니를 검색하고 언제쯤 살 수 있을지 계산했던 기억이 있는 걸 보면. 그렇게 람보르기니를 갖고 싶어 하는, 어리고 순수한 내 마음에 반하는 욕망이 바로 안마의자다. 어쩐지 안마의자를 사버리면 나이든 걸 인정하는 느낌이랄까.


모든 소년의 영원한 꿈과 로망, 람보르기니 그리고 집돌이의 영원한 꿈과 로망, 바디프랜드가 콜라보를 진행했다. 어쩐지 실외에만 존재할 수 있는 슈퍼카와 실내에만 존재할 수 있는 안마의자의 콜라보레이션이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지만, 사진을 보면 ‘와 그럴듯 한데?’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냥 람보르기니 브랜드를 바디프랜드가 빌려온 것 아닌가? 싶지만 당당한 콜라보다. 람보르기니와 바디프랜드가 어떻게 만났는지는 모르겠지만, 고급스러운 라이프스타일과 웰빙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의기투합했다. 이번에는 람보르기니의 디자인을 바디프랜드에 입혔지만, 다음에는 람보르기니에 바디프랜드의 안마의자 기능을 넣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 우습고 흥미로워서 가져온 콜라보레이션이지만, 소년 때의 로망을 느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내 몸은 바디프랜드를 원하지만, 내 정신은 아직 람보르기니를 원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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