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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이제 영상도 만들어???

조회수 2019. 3. 26. 13:2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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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먼 나라 미국 땅에서 에디터 H입니다. 오늘 아침엔 정말 엄청난 일들이 있었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를 만났어요. 네, <쥬라기 공원>을 만든 그 사람이요. 그게 다가 아니에요. 제니퍼 애니스톤, 리즈 위더스푼, 스티브 카렐… 마지막으로 오프라 윈프리까지! 아, 물론 인사를 건네거나 악수를 나눈건 아닙니다. 일방적인 만남이었죠. 하지만 엄청난 라인업이잖아요? 살아생전 오프라 윈프리를 눈앞에서 볼 날이 오다니.

3월 25일. 쿠퍼티노 애플 캠퍼스에서 애플의 스페셜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초대장에 적힌 문구는 심플했죠. “It’s show time!” 화려한 쇼타임이었고, 끝나고 나선 마음이 조금 허무해졌습니다. 그 이유는 차차. 일단 오늘의 이야기를 하나씩 정리해볼까요.

이번 이벤트에 새로운 하드웨어가 없으리란 건 이미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3월에 공개함직한 모든 하드웨어를 이벤트 일주일 전에 차례로 내던져 버렸으니까요. 월요일엔 아이패드, 화요일엔 아이맥, 수요일엔 에어팟을 공개했죠. 깜짝 놀랄 만큼 이례적인 신제품 퍼레이드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상당히 방어적인 태도였습니다. 3월 25일에 공개할 새로운 ‘서비스’가 완벽하게 단독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원한 거죠.

애플이 오늘 발표한 서비스는 크게 네 가지입니다. 뉴스와 잡지 구독 서비스인 ‘애플 뉴스+’, 게임 구독 서비스인 ‘애플 아케이드’, 오리지널 영상 구독 서비스인 ‘애플 TV+’, 골드만삭스와 손잡고 만든 신용카드 서비스 ‘애플카드’까지. 온통 서비스 파티죠. 이쯤에서 어떤 분들은 의문을 가지실 겁니다. 아이폰이나 만들어서 팔던 회사가 왜 갑자기 서비스 타령이냐고. 사실은 굉장히 자연스러운 변화입니다. 하드웨어를 팔아서 돈을 번다는 건 물리적인 한계가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게다가 애플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이폰이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 둔화와 함께 고전하고 있는 상황이구요. 이제 전화기를 팔아서 먹고사는 것만으로는 애플의 아성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그 전화기도 팔면서 전화기를 쓰는 ‘시간’까지 쟁취해야 하는 시대가 온 거죠. 그게 바로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거구요. 세련된 말로 포장해봤지만, 결국 돈을 더 벌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는 얘깁니다. 여태까지 벌던 만큼만 벌자고 생각하는 기업은 없으니까요. 애플은 이제 새로운 먹거리로 콘텐츠 구독 서비스를 내민 겁니다. 여기까지는 경영이나 경제에 대해 문외한인 저조차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인과관계입니다.

그렇다고 애플이 “아이폰도 사고 아이패드도 사고, 서비스 구독도 해!”라고 무작정 외칠 만큼 막가파는 아닙니다. 세련되게 가야죠. 아시잖아요? 애플은 조물주 콤플렉스가 있어서 모든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세상을 바꿀 만한 대의를 찾지 않으면 이벤트를 열지 않습니다. 일종의 종교니까요. 가슴 벅차오르게 하는 ‘스토리’가 뒷받침 되어야 신도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죠.


애플뉴스+


그런 의미에서 애플뉴스+는 제 마음을 조금 뭉클하게 했습니다. 골자는 간단합니다. 기존에 있었던 뉴스 서비스에 매거진 콘텐츠를 채워넣고, 이름 뒤에 플러스를 붙인 뒤 구독 모델로 만들었습니다.

한 달에 9.99달러면 300종류가 넘는 매거진과 월스트리트 저널 같은 고급 뉴스 콘텐츠를 뷔페처럼 즐길 수 있습니다. 바자, 보그, 마리끌레르, 에스콰이어, GQ, 베네티 페어, 타임지… 패션지는 물론이고 건강, 스포츠, 정치, 음식, 자동차, 테크 등 각종 분야의 유명 매거진이 즐비합니다. 사실 300종류의 매거진이면 으시댈 만큼 많은 건 아닙니다. 세상엔 우리 생각보다 다양한 잡지가 있거든요.

이보다 중요한 건 iOS 기기 위에 잡지의 경험을 너무나 아름답게 녹여냈다는 겁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 잡지 기사나 화보 레이아웃이 어떻게 디자인되었는지를 보여줬는데, 정말 근사하더군요. 오히려 종이 잡지를 넘기는 감성을 뛰어넘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요. 잡지의 얼굴이라고 볼 수 있는 커버는, 라이브 포토처럼 살아움직입니다. 라이브 커버라고 부르더군요.

종이잡지를 동경하며 성장한 세대로서, 출판물의 몰락은 서글픈 구석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패드 화면 위에서 매끈하게 되살아난 매거진에서 강한 향수와 쾌감을 느꼈다면 제가 이상한 걸까요. 문제는 다른 곳에 있습니다. 한국에선 이 근사한 디지털 매거진을 경험할 수 없다는 거죠. 쳇.

오늘 소개한 모든 서비스에서 애플이 한결같이 강조하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개인의 사용 데이터를 따로 보관하거나 마케팅에 활용하지 않고 기기 안에서 소화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애플의 에디터들에 의해 검증되고 큐레이션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전자는 어느 때부턴가 불거진 애플의 결벽증에 가까운 양심선언의 일환이고, 후자는 편집증에 가까운 퀄리티 콘트롤이죠. 사실 애플의 서비스는 원래부터 ‘에디터가 직접 큐레이션’하는 콘텐츠의 비중이 높습니다. 앱스토어도 그렇고 애플뮤직도 그렇죠. 전문 에디터나 아티스트가 직접 큐레이션 한 플레이리스트가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됩니다. 모두가 자동화와 인공지능을 부르짖을 때 계속해서 ‘돈이 많이 드는 방식’을 고집해온 겁니다. 이건 칭찬할 만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로지 데이터와 머신러닝에 의지해 탄생하는 콘텐츠는 매력적이지 않을 확률이 높으니까요. 사용자의 취향과 예상을 벗어나는 큐레이션은 다른 누군가의 취향이 들어가야 가능한 부분이기도 하구요.


애플뉴스+ 역시 사용자의 구독 정보나 검색 정보 데이터를 통해 개인화된 뉴스피드를 제공하지만, 매일 에디터들이 선정한 탑스토리 또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애플카드


두 번째는 ‘애플카드’입니다. 간략하게 이야기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왜냐면 지금으로선 우리나라 상륙 가능성이 가장 희박한 서비스니까요. 애플페이조차 써보지 못한 반쪽짜리 앱등이는 애플카드 발표를 들으며 마음 속으로 눈물을 줄줄 흘렸습니다.

결제 내역에 따라 포인트가 쌓이는 게 아니라 바로바로 현금을 되돌려 받을 수 있는 데일리 캐쉬와 수수료와 연회비가 없는 심플함이 특징입니다. 심지어 카드 대금이 연체되어도 연체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고 하네요.

예쁜 물리 카드도 있어요. 애플카드를 지갑에 넣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어차피 우리 쓸 수 없을 테니 빨리 포기하기로 합니다. 현대카드도 충분히 예쁩니다. 흥.


애플 아케이드


세 번째는 애플 아케이드입니다. 애플 아케이드는 쉽게 말해 게임 구독 서비스입니다. 게임계의 넷플릭스인 거죠. 아마 오늘 넷플릭스 비유를 여러 번 사용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들이 구독 서비스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가 된 덕이죠. 애플 아케이드를 구독하면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마음껏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추가로 인 앱 결제도 요구하지 않고, 그냥 막, 무제한으로!

개인적으로는 디바이스와 아주 면밀하게 최적화가 이루어져 기존의 게임과는 또 다른 경험을 제공하지 않을까 기대해보고 있습니다. 게임은 이 시대의 새로운 예술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아름다운 일러스트와 세계관, 정교한 조작과 반응. 작품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티스트들이 있죠. 애플이 개발 과정까지 투자하고 참여했다는 소식은 여러 의미가 있습니다. 게임 산업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죠. 좋은 아이디어와 유니크한 게임들이 많은데, 실제로 시장에 런칭이 되는 것은 극히 일부입니다. 국내에서도 규모가 작은 게임 개발사들이 퍼블리싱에 실패하고 콘텐츠가 묻히는 것을 몇 차례나 목격한 적이 있습니다. 애플은 이 아이디어에 투자하고, 적극적으로 관여해 풍성한 게임 콘텐츠를 갖춰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결국 서로를 위한 일이 될 거구요.

유료 결제에 인색하던 사람들에게도 ‘구독’은 비용 집행에 대한 허들을 낮추는 마법의 키워드죠. 한 번 결제를 시작하면 매달 돈이 빠져나가는데도 돈 쓴다는 기분이 들지 않으니까요. 그런 면에서 여태껏 무료 게임만 고집하던 게이머들도 유료 게임의 너른 세계를 맛보게 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오히려 장비를 사거나 레벨업을 해야 할 때마다 인앱결제를 할 필요가 없어서 깔끔한 더 플레이가 가능할지도 모르겠어요.

아이폰, 아이패드는 물론 맥, 애플TV까지 모든 기기에서 애플 아케이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네트워크가 연결되지 않은 오프라인 상태에서도 게임 플레이는 물론 모든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네요. 이제 게임 덕후 분들은 10시간이 넘는 비행도 두렵지 않겠어요. 공식 영상을 보고 나니 간만에 손가락 좀 놀리고 싶어집니다. 게임을 아주 즐기는 편은 아닌데 손에 익는 게임이 생기면 질릴 때까지 하는 편이거든요. 애플 아케이드의 구독료와 정확한 런칭 시점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다른 서비스에 비해 국내 런칭이 가장 확실시되지 않나 싶습니다. 기다려보도록 하죠!


애플 TV+


마지막은 오늘의 하이라이트 애플 TV+입니다. 사실 다른 모든 이야기도 흥미롭긴 했지만 이렇게 화려한 셀럽 군단을 동원하진 못했죠. 애플이 넷플릭스처럼 ‘오리지널 콘텐츠 플랫폼’을 만든다더라 하는 루머는 검색 좀 해본 이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겁니다.

서두에 말했던 것처럼 애플 이벤트에 스티븐 스필 버그와 제니퍼 애니스톤, 오프라 윈프리가 나온건 다 이유가 있었던 거죠. 무대의 조명이 한 번 꺼지고 켜질 때마다 새로운 셀럽이 계속해서 등장했습니다. 연말 시상식이 아닌가 싶을 만큼 화려한 캐스팅이었어요. 객석에서 계속 탄성이 터져나왔습니다. 앞서 우스갯소리처럼 애플 이벤트를 종교 행사에 비유했는데요. 이때부터는 정말 그런 분위기로 흐르기 시작합니다.

올가을 출시된다는 애플 TV+의 로고부터 보세요. 천지창조를 연상케한다면 너무 제가 너무 과한 걸까요? 구름 속에서 두둥실!

화려한 아티스트들에 눈이 돌아갔지만, 본질은 심플합니다. 애플이 직접 나서서 오리지널 TV 프로그램, 영화, 다큐멘터리 등을 제작하고 그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는 서비스를 런칭하는거죠. 당연히 동영상 구독형 서비스입니다. 어쩔 수 없이 넷플릭스와 비교하게 될텐데, 현재로서는 콘셉이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일단 오직 ‘애플 오리지널 콘텐츠’만 제공합니다. 넷플릭스는 직접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 외에도 수많은 제휴 콘텐츠가 있죠. 그래서 방대한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었던 거구요. 그렇다면 애플이 제작 중인 콘텐츠는 어떤 것들일까요?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일 먼저 나와 ‘어메이징 스토리’의 TV 쇼를 제작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제니퍼 애니스톤과 리즈 위더스푼은 앵커들의 사회를 통해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모습을 담은 ‘더 모닝쇼’라는 드라마를 발표했습니다.

세서미 스트리트의 스핀오프 쇼와 인도계 이민자의 삶을 그린 드라마도 있었습니다.

스케일을 키워서 모든 인간들의 눈이 보이지 않는 미래 사회를 그린 드라마 시리즈도 있더군요. 주인공은 아쿠아맨 제이슨 모모아!

그리고 오프라 윈프리는 성폭력과 우울증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아직 시리즈 제목도 나오지 않은 상태지만, 모든 사람의 잠재력을 발휘하고 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싶다는 대의를 가지고 있더군요. 너무 멋진 연설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등장으로 한층 더 종교행사 같아져 버렸…

오늘 행사에서 언급된 TV 쇼 외에도 코미디 드라마나 미스테리물 등 다양한 시리즈가 제작 중이라고 합니다. 공개된 콘텐츠 만으로 봤을 때는 하나하나 왕좌의 게임급 대작으로 보였습니다. 일단 감독이나 출연진이 너무 화려하니까요. 애플이 힘을 많이 주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죠. 시작부터 스타급 제작자와 셀럽을 내세울 수 있는 저력에서 “역시 넷플릭스는 스타트업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을 만큼요. 넷플릭스의 시작은 훨씬 소박했으니까요.


하지만 현재 공개된 애플 TV+의 콘텐츠들이 모두 홈런을 칠지는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넷플릭스나 아마존 등의 기존 서비스에 비해 콘텐츠 양도 턱없이 부족하구요. 아무리 큐레이션과 퀄리티를 강조하다고 해도 구독형 서비스가 되기엔 콘텐츠의 수에서 압도적으로 밀리니까요. 결국은 콘텐츠의 매력도가 성공을 좌지우지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적어도 ‘하우스 오브 카드’나 ‘기묘한 이야기’ 정도의 히트작이 나와줘야 흐름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요. 아직은 실체가 없는 서비스의 컨셉만 살짝 맛본 기분입니다. 흥미롭긴 하지만 동시에 의문스럽기도 하거든요. 올해 가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하니 요금 체계나 구독 방식이 어떻게 정해질지 기다려볼까요.

덧붙이자면 기존 애플 TV 앱에도 큰 업그레이드가 있었습니다.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TV, 맥은 물론이고 삼성 스마트 TV와 아마존 파이어 TV, LG TV 등에서도 앱을 사용할 수 있게 되거든요. 어쩌면 이게 오리지널 콘텐츠와 스토리텔링보다도 실질적으로 와닿는 변화가 아닐까요?

애플은 예전부터 콘텐츠에 깊은 관심을 보여왔습니다. 그 시장이 아주 매력적이라는 걸 잘 알아서겠죠. 자신들이 뭘 잘하는 알고, 올바른 방법으로 시장을 만들어오기도 했구요. 콘텐츠 비즈니스가 아니라 ‘스토리텔러’라고 말하는 영민함! 얄미울 정도 아닌가요. 긴 글 내내 서비스 타령만 했지만 하드웨어도 당연히 중요합니다. 지금 애플이 이런 시도를 해볼 수 있는 건 애플 디바이스를 사용하는 인구가 14억 명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그 자체로 이미 플랫폼 사업자인거죠. 이걸 얼마나 영리하게 이용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아직은 애플 TV+에 대해 들려준 이야기가 미완성으로 보이거든요.

하지만 인상적인 부분도 많았습니다. 각 앱 안에서 사용자의 정보를 모두 소화하고 바깥으로 데이터를 내보내지 않는 철저함. 안전함. 그리고 자동화가 아니라 전문적인 큐레이션의 중요성에서 눈을 떼지 않는 집요함. 그 다음엔 이제 애플 신도들의 마음과 지갑 깊숙한 곳까지 전파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계시가 필요한 때입니다. 얼마인가요? 언제인가요? 혹은 한국 서비스 런칭 가능성도 알려주면 좋겠어요.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드웨어가 없어도 충분히 재밌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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