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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디트

애플워치를 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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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여러분 요즘은 애플워치 이야기를 자주 하게 되는 것 같다. 왜냐면 애플워치를 새로 샀으니까! 깔깔. 나라는 알량한 사람의 관심사가 원래 돈을 쓰는 방향으로 흐르게 되어 있거든.

혹시 얼마 전에 구입한 애플워치 에르메스 에디션에 대한 찬가를 읽고 싶으시다면 ‘여기’로. 애플워치 시리즈4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여기’로 들렀다오시길.


전부터 깊게 다뤄보고 싶은 기능이 있었는데 이제야 기회가 생겼다. 오늘의 주인공은 애플워치 시리즈4에 적용된 ‘넘어짐 감지(Fall detection)’ 다. 이름 그대로 사용자가 심하게 넘어진 상황을 감지하는 기능이다. 꽤 싱겁게 들린다. 넘어짐 방지도 아니고 ‘감지’라니. 내가 넘어지기 전의 상황을 예측해서 “조심해!”라고 알려주는 마법같은 기능은 아니란 뜻이다. 다 넘어지고 나서 이걸 인식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여기까지 비슷한 생각을 했다면, 축하한다. 당신은 건강한 사람이다. 넘어질 일도 잘 없을 뿐더러 행여 넘어진다고 해도 얼른 일어나 스마트폰 화면이 깨지진 않았는지 먼저 살피겠지. 하지만 누군가에게 낙상은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상상력을 발휘해보자. 화장실에서 넘어졌는데 머리를 크게 부딪치고 의식을 잃었다. 혹은 원래 몸이 불편한 사람이나 노인이라면 넘어진 후에 혼자 다시 일어나는 일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우리 할머니는 무릎 수술 후에도 잘 걷지 못한다. 최근에는 더 심해져서 밖에 나가는 걸 꺼릴 정도다. 아침 저녁으로 아파트 옥상을 몇 바퀴 걷는 게 전부다. 그마저도 바퀴 달린 보행기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내가 회사에서 일하는 사이 할머니가 넘어졌다는 소식을 두 번이나 전해 들었다. 옥상문을 열고 나가다 턱에 걸려서 한 번, 보행기에 앉아서 쉬다 일어나면서 현기증이 나서 또 한 번. 다행히 아빠가 근처에 있어서 큰 일을 면했다. 그런 일이 있으면 한 동안 나가지 않으신다. 한 번 크게 넘어져본 사람에게는 공포가 생긴다. 다음에도 또 넘어진다면? 몸을 일으킬 수 없는 상태가 됐는데 도와줄 사람이 없다면?

이제 감이 오셨겠지만 애플워치 시리즈4의 넘어짐 방지 기능은 ‘넘어짐이 치명적인 사람들’을 위해 설계됐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65세 이상의 사용자를 의미한다. 실제로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자료를 살펴보니 낙상으로 입원한 환자 중 65세 이상 노인의 비율이 44%를 차지했다더라. 한국인 질병 부담 순위에서 낙상이 7위를 차지했다는 것도 충격적인 사실이다. 낙상은 사망으로 이어질 확률도 높고, 낙상 후의 골절상 중 60%가 보행 장애로 이어질 만큼 치명적인 ‘노인 질병’이었다.


애플이 ‘넘어짐 감지’에 열을 올린 이유가 가속도계와 자이로스코프를 알차게 써먹기 위한 연출은 아니었단 얘기다. 이번에 알았지만 애플워치가 넘어짐 방지 기능을 탑재한 첫번째 디바이스도 아니었고 말이다.


그럼 이제 누군가 넘어질때 생기는 일을 살펴보자. 만약 사용자가 65세 이상이고, 나이에 대한 정보를 건강앱에 입력해둔 상태라면 별도의 조작을 거치지 않아도 자동으로 낙상 감지 기능이 활성화된다. 나의 경우엔 비활성화되어 있었기 때문에 워치 앱에서 낙상 감지 기능을 수동으로 활성화해야 했다.

이 기능이 켜지는 순간부터 애플워치의 모션 센서는 사용자의 움직임을 쉬지 않고 모니터링한다. 그러다 사용자의 넘어짐으로 추측되는 움직임이 발생한다면 즉시 애플워치 화면에 메시지를 띄운다.


“심하게 넘어진 것 같습니다”라는 메세지에 괜찮다고 응답한다면 상황종료. 사용자가 60초 이상 대답하지 않고 움직임이 전혀 감지 되지 않는다면 자동으로 긴급 구조 요청을 보낸다. 여기서 애플의 디테일이 돋보인다. 사용자가 만약 애플워치 메시지에도 대답하지 못했다면, 심한 낙상으로 의식을 잃었거나 신체의 자유를 잃은 상태일 확률이 높다. 그럴 경우엔 구조대와 전화 연결이 되더라도 정상적인 대화가 이루어지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그 상태에서는 애플워치가 구조대 측에 자동 녹음 메시지를 전송해주고 있다. 시뮬레이션해보지 못한 기능이라 정확한 메시지는 알 수 없지만 사용자가 넘어진 상태이며 위치가 어디인지를 안내해준다고 하더라. 또, 이 메시지는 낙상이 발생한 지역의 언어로 안내된다. 미국인이 스페인 여행 중에 사고를 당했다면 스페인어로 메시지가 전송된다는 얘기다. 

긴급 구조 요청 전화가 끝난 다음에는 비상 연락망에 저장된 사람에게 문자를 보내서 상태를 알리게 된다. 이 글을 읽는 아이폰 사용자 여러분은 부디 생각난 김에 건강 앱에서 긴급 연락처를 추가해두시길. 언젠가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되도록 가족이나 오래된 친구로 설정해두는 게 좋겠다. 헤어진 연인에게 내 낙상 소식이 전해지는 불상사는 없어야 하니까.


여기까지 흥미를 갖고 잘 읽은 분들이라면 마지막 의문이 들 것이다. 애플워치가 진짜 넘어짐과 넘어진 척 하는 것을 구분할 수 있을까? 원초적인 호기심이다. 일단 내가 방구석에서 어설프게 ‘넘어진 척’ 해봤지만 전혀 먹히지 않았다.

애플은 넘어짐 감지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노인을 위한 주거 시설이나 병원과 협업해 데이터를 모았다고 한다. 25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애플워치를 차고 하루종일 일상생활을 했고, 덕분에 수많은 모션 데이터를 수집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데이터를 통해 얼마나 다양한 형태의 낙상이 있는지를 면밀히 파악할 수 있었다. 바지를 갈아입다 넘어지는 사람도 있었고, 실신하면서 쓰러지는 경우도 있었으며,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다 떨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중요한 건 각각의 낙상이 다른 형태를 띄고 있었다는 것이다. 애플은 집요한 데이터 수집 끝에 그 패턴을 파악할 수 있었다. 발이 어디에 걸려서 앞으로 넘어지는 경우엔 팔이 앞으로 나가면서 버티려는 현상이 나타나고, 손이 땅을 짚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것이다. 이 경우엔 시계의 축이 세로방향이 되게 된다. 단순히 팔이 움직이는 모양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시계의 축이나 힘, 모션을 모두 종합해서 이 사람이 앞으로 걸려서 넘어지고 있다는 것을 추론하게 된다.


이런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여러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쉬지않고 다양한 형태의 모션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기기가 필요하고, 이 모션을 샘플링할 수 있는 성능이 필요하다. 넘어짐 감지 기능은 스마트 워치의 미래를 보여줌과 동시에 애플워치 시리즈4의 능력을 자신만만하게 뽐낸다. 

얼마 전에 애플워치 시리즈4에 대한 리뷰를 쓰며 이런 행보를 크게 칭찬했던 적이 있다. 애플워치가 단순히 수영을 하고 달리기를 하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만을 겨냥했다면 이런 찬사는 보내지 못했을 것이다. 건강한 사람과 건강하지 않은 사람의 삶을 모두 껴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작은 액세서리가 보여주는 저력은 실로 놀랍다.


당장은 멀어보이는 이야기다. 내가 애플워치를 사온다고 해도 우리 할머니는 손사레를 치실 거고.아무리 쉽고 직관적이라 해도 기술이 받아들여지는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65세를 넘었을 때를 상상해보자. 우리의 무릎이 지금처럼 반응하지 못하는 시간이 왔을 때, 그때를 위해 마중나온 기술이다. 기술 그 자체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다만, 넘어짐을 두려워하지 않는 시대가 온다는 건 의미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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