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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디트

와..이거..존예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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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시계 샀다?” 요즘 나와 만난 적이 있다면, 왼쪽 손목을 내밀며 시계 자랑을 늘어놓는 꼴을 목격했을 것이다. 뭐 대단한 기계식 시계라도 구입했냐고? 그보다는 좀 더 현실적인 로망을 이뤘다. 에디터H의 새 시계는 뻔하지만, 애플워치다. 에르메스가 새겨진.

옛날 얘기부터 차근차근해보자. 2015년 6월 26일은 애플워치의 국내 첫 발매일이었다. 얼마나 손꼽아 기다렸으면 날짜까지 기억하고 있다. 아침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렸고, 일어나자마자 청담동 분더샵을 향했다. 우산 부대가 길게 줄지어 있었다. 명품 편집샵 앞에 애플팬들이 줄을 서있는 건 난생처음 보는 풍경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분더샵에 전자 기기가 진열되는 것 자체가 흔치 않은 일이었으니까. 당시 한창 좋아하던 브랜드인 생로랑 옆으로 애플워치가 진열되어 있었다. 모든 것이 흥미로웠다. 물론, 마냥 분위기가 좋진 않았다. 연차를 쓰고 새벽부터 줄을 선 사람들의 손에는 구깃한 대기표가 쥐어져 있었고, 1차로 풀린 애플워치 물량은 한없이 부족했다. 지나간 뒷이야기다.

여기서 중요한 건 애플이 럭셔리 브랜드를 판매하는 분더샵에 입점했다는 사실이다. 서울만 그런 게 아니었다. 애플워치를 처음 출시하며 전 세계의 명품 편집샵과 백화점을 공략했다. 파리의 갤러리 라파예트, 도쿄의 이세탄, 런던의 셀프리지스에 애플워치가 진열됐다. 애플워치를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작정하고 덤빈 것이다. 에르메스와 샤넬을 파는 곳에서 스마트워치를 판다는 것 자체가 경험을 바꾸는 일이었다. 그들 중 일부 매장엔 한화로 1,800만 원에 육박하는 애플워치 에디션도 전시됐다.

18K 골드의 묵직함을 자랑하는 애플워치 에디션의 경우엔 출시 전부터 적극적인 셀럽 마케팅까지 전개했다. 퍼렐 윌리엄스의 인스타그램에 출시도 되지 않은 애플워치 인증샷이 올라와 눈물을 주룩주룩 흘렸던 기억이 난다. 비욘세와 칼 라거펠드, 카니예 웨스트, 케이티 페리도 가세했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공격적인 가격 정책이다. 때가 되면 프로세서가 구형이 되어 교체해야 하는 스마트워치를 1,000만 원 이상의 가격에 내놓은 건 어마어마한 자신감이다. 확실하게 애플워치의 존재감을 보여주겠다는 의도도 있었을 것이다. 스위스의 고급 워치와 견줄만하다는 뜻에서 말이다. 안타깝게도 애플 워치 에디션은 명맥이 끊긴 것 같다. 파리의 갤러리 라파예트에 입점했던 애플워치 에디션 매장은 2017년에 철수했고, 2018년에 출시된 새로운 애플워치 라인업에 에디션 모델은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애플워치 에르메스 에디션은 2015년의 첫 협업 이후로 꾸준히 출시되고 있다. 매년 새로운 밴드와 컬러 베리에이션을 선보이면서 말이다. 애플의 스페셜 이벤트에서 제프 윌리엄스가 “에르메스와 일한다”고 밝혔을 때, 나는 현장에 있었다. 아주 짧게 언급하고 넘어갔지만 얼마나 가슴이 두근거리던지. 분명 내 첫 에르메스는 애플워치가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중간에 사소한 아이템을 지르는 바람에 첫 번째 에르메스가 아니게 되었고, 이통사 이슈로 세대가 밀려 4년이나 지나 구입하게 되었지만 마침내 손에 넣었도다.


“고민은 배송을 늦출 뿐.” 갖고 싶었던 에르메스 에디션의 컬러가 44mm로 만 출시되는 바람에 고민이 길었다. 인디고/그레/오렌지 배색의 가죽 밴드를 사고 싶었지만, 결국 핑크를 택했다.

기존 에르메스 박스와 같은 오렌지 컬러, 같은 소재다. 어쩐지 새 박스에서 나는 향도 다른 것 같다. 한 박스 안에 두 개의 박스가 들어있는 형태. 하나는 밴드고, 하나는 본체다.

빼꼼 모습을 드러내는 글자. 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 그리고 Hermès in Paris. 샌프란시스코 폰트의 간결함과 손으로 쓴 필기체의 우아함. 전혀 다른 글씨체 만큼이나 전혀 다른 브랜드가 섞였다.

본체와 밴드 모두 극세사 커버에 싸여서 안전하게 들어있다. 마치 귀금속처럼.

에르메스의 흔적은 여기저기서 찾아볼 수 있다. 반지르르 빛나는 40mm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 작년까진 알루미늄 모델을 사용했는데, 역시 묵직한 스케인리스 스틸 케이스가 시계라는 맛을 좀 더 잘 살린다. 본체 뒷면에도 선명하게 에르메스 로고가 각인돼 있다.

내가 차선책으로 고른 건 보르도/로즈 엑스트렘/로즈 아잘레의 가죽 밴드다. 사진으론 브라운 컬러로 보였는데 실물로 보니 어두운 와인빛에 가깝다. 실물이 훨씬 예쁘다.

에르메스가 에디션의 캐릭터로 내세운 투톤 디자인은 손목에 겹쳤을 때 빛을 발한다. 가죽은 길이 들기 전인데도 아주 부드럽다. 버클에 끼는 동작이 전혀 어렵지 않을 정도다.

촘촘한 스티치도 들여다보고.

1837년에 창업한 에르메스는 본래 마구용품과 안장을 판매하는 회사였다. 그런 헤리티지는 지금도 곳곳에 녹아있다. 싱글 투어 밴드의 버클은 말안장을 고정하는 뱃대끈에 달린 버클에서 따왔다고. 군더더기 없는 클래식한 디자인이다.

에르메스 특유의 오렌지 컬러를 녹인 스포츠 밴드가 기본 구성품으로 들어있다. 아주 강렬한 컬러라 이 밴드를 결합하면 워치 느낌이 완전히 달라진다.

스포츠 밴드의 핀앤턱 잠금장치에도 에르메스가 새겨져 있다. 이건 사실 사진 찍다가 알았다. 집요한 디테일이다.

이번 에르메스 에디션의 하이라이트는 밴드 디자인과 매치되는 워치 페이스다. 에르메스 에디션을 구입해야만 에르메스 워치 페이스를 사용할 수 있는데, 이게 그 동안 얼마나 쓰고 싶었는지 모른다. 밴드 컬러와 매치되는 로즈 페이스를 선택하니 찰떡같다. 너무 예쁘다. 이제야 완성된 느낌. 정말이지 파리의 감성과 실리콘밸리의 기술이 결합했다는 걸 가장 잘 보여주는 기능이다.

차분하게 블랙 바탕에 오렌지 문자판을 선택해도 나쁘지 않다. 서체나 문자판 배열을 바꿀 수 있으며, 컬러 배색도 다양하다. 문페이즈 컴플리케이션을 포함해 독자적으로 디자인된 두 개의 컴플리케이션이 제공된다. 뭐, 사실 기능보다는 디자인에 쓰는 워치페이스다. 더 많은 정보를 표시해서 편리하게 쓰고 싶다면 워치OS에 탑재된 다른 페이스를 추천한다.

2주 가까이 매일 차고 다니니 슬슬 가죽에 나이테가 접히고 있다. 좋은 가죽은 낡아가는 모습이 우아하다. 벌써 기대된다.

처음으로 애플워치를 구입하고 나서, 스마트워치를 샀다는 기분이 들지 않았다. 그냥 새로운 액세서리를 구입한 느낌. 나의 스타일과 취향을 말해줄 만한 그런. 애플은 필사적으로 워치를 패션의 범주에 넣고 싶어 했다. 얼리어답터만을 위한 전자기기가 아닌, 누구나 차고 싶어 하는 취향의 기기로 말이다. 여전히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중이지만, 에르메스와의 콜라보레이션은 가장 효과적인 장치가 아니었나 싶다.

내가 구입한 모델의 가격은 137만 9,000원. 본래 쓰던 애플워치 시리즈4 골드 스테인리스 스틸 모델이 84만 9,000원이었는데, 스포츠 밴드였음을 감안하면 가격 차이는 생각만큼 크지 않다. 사진 속에 얼핏 보이는 에르메스의 켈리 더블 투어 브레이슬릿이 150만 원 정도다. 온갖 기술이 집결된 애플의 최신 스마트 워치에 에르메스의 디자인이 덧입힌 제품 치고 137만 원은 꽤 착한 가격 같단 얘기다. 어쩌면 그저 예쁜 시계를 사고서 신이 난 에디터H의 정신승리 일지도.


심지어 디자인에 대한 기쁨 역시 아주 상대적인 것이다. 대학 동창들과 모인 자리에서 “언니는 무슨 핑크색 시계를 골랐어, 이상하게.”라는 비웃음을 당하기도 했으니까. 난 니들이 무얼 아냐고 소리를 빽빽질렀고.

애플워치의 기술이나 기능에 대해서는 이야기한 적이 많지만, 오로지 액세서리로만 바라보고 이야기를 한 건 처음인 것 같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이 스마트하고 반질거리는 시계에 대해서.


우아한 언박싱 현장이 궁금하시다면, 아래의 영상을 봐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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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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