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맥주 햄버거 맥주 순서라면 계속 먹을 수 있어!

조회수 2019. 1. 15. 10:3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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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에디터H다. 기해년 첫 기사다. 올해 마신 첫 번째 맥주에 대한 리뷰를 준비했다. 그래, 맥주! 연말엔 와인이나 위스키처럼 진한 술이 어울리지만, 연초엔 맥주처럼 가볍고 유쾌한 술이 어울린다. 때마침 아주 특별한 맥주를 선물 받기도 했고 말이다.

돼지의 해를 맞아 출시한 ‘칭따오 2019 기해년 기념 스페셜 에디션’이다. 무슨 맥주가 이렇게 이름이 길까. 아무래도 귀하신 몸인 것 같다. 패키지부터 평상시에 마시던 칭따오와는 영판 다르다. 매끈한 알루미늄 보틀과 그 위를 수놓은 재치있는 일러스트. 귀엽다고 생각하며 한 병을 시원하게 들이켰다. 역시 알루미늄 보틀에 든 맥주는 더 시원하다. 쌉쌀하고 드라이한 맛이 혀끝에 남는다.


우리 에디터M은 술 리뷰를 할 때면 작은 잔에 따라서 하루 종일 한 모금씩 감질나게 마신다. 주량이 맥주 250cc라 그렇다. 난 다르다. 모처럼 맥주 리뷰니 두 병 다 마셔버릴 작정이다. 캬아.

목마름을 채우고 나니 이제야 이 독특한 패키지 디자인에 대해 호기심이 동한다. 깨알 같은 요소가 많이 숨어 있어서 하나 하나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누구 작품이지?


찾아보니 뉴욕을 베이스로 활동하는 한국인 아티스트 듀오 ‘토이오일’과의 콜라보레이션이었다. ‘토이오일(Toyoil)’이라는 이름부터 내 스타일이다. 토요일을 맞는 기분으로 항상 신나게 일하자는 의지가 남겼다나? 맥주 한 잔의 즐거움과 잘 어울리는 모토다.

[멀리서 보면 선글라스 낀 돼지 한 마리]

차가운 병을 손에 쥐고 한 바퀴 돌리며, 자세히 훑어본다. 기해년의 주인공인 돼지의 모습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냈다. 멀리서 보면 한 마리 복돼지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러 피사체가 섞여 있다. 아주 독특한 작화다.

[이 그림이 바로 주세페 아르침볼도다]

마치 이탈리아 화가인 주세페 아르침볼도의 작품 같은 ‘이중그림’이다. 이 어려운 이름의 화가는 모르더라도 그림을 보면 ‘아’하실 거다. 꽃과 식물같은 사물을 조합해서 멀리서 보면 인간의 얼굴처럼 보이게 묘사한 화가다. 칭따오 패키지의 패키지에 그려진 그림 역시 이런 기법이다. 온갖 복닥복닥한 것들이 모여 한 마리 돼지를 이룬다.

보드를 타고 달리는 날개 달린 돼지와 정장을 빼입고 맥주를 마시는 돼지, 한복을 입은 돼지…. 온갖 돼지가 모여있다.

야구하는 돼지 밑으로 뾰족하게 솟아있는 건 서울 남산 타워다. 무궁화도 보인다. 한국의 문화와 다양한 돼지군상(!)을 모두 품었다. 모두에게 어울리는 맥주라는 뜻이겠지.

[햄버거를 보니 햄버거가 먹고 싶어진다…]

더 집요하게 들여다보면 칭따오와 어울리는 안주도 숨어있다. 영원한 짝궁인 양꼬치가 하단에 숨어 있고, 한 가운데 햄버거도 그려져 있다. 에디터M과 에디터 기은에게도 보여주니 숨은 그림 찾기 같다고 말한다. 이 작은 일러스트 안에 이렇게 많은 것들은 숨겨 놓다니. 토이오일 멋진데?

재밌다는 말을 연발하며 리뷰 사진을 찰칵 찰칵 찍고 있는데, 자꾸만 햄버거 그림에 시선이 간다. 어쩜 빵 위에 뿌려진 참깨까지 저렇게 섬세하게 그려놓았을까. 그러고보니 ‘양꼬치에 칭따오’라는 말을 속담처럼 쓰지만, 칭따오를 햄버거와 먹어본 적은 없다. 안 되겠다. 오늘 점심은 햄버거에 칭따오다. “얘들아 햄버거 먹을래?” 디에디트에 햄버거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돼지런한 에디터H의 행동력]

정말 실제 상황이다. 촬영하다 말고 나가서 사무실 근처에서 수제 버거를 사왔다. 지금 막 구워나온 소고기 패티와 갓 튀긴 프렌치 프라이에서 엄청난 향기가 뿜어져 나온다. 난 프로페셔널이니까 식욕을 꾹 참고 인증샷을 찍는다.

참깨를 가득 뿌린 햄버거의 자태와 상큼한 민트 컬러의 칭따오 보틀이 실로 포토제닉하다. 이건 아무리 봐도 인스타그램에 한 장 올려줘야 하는 사진이다. 에디터M과 기은은 이미 맥주와 버거를 맛나게 먹고 있는데, 나만 사진을 찍고 있다. 이 멋진 사진을 남기기 위해 식욕을 억누른 나의 프로 정신을 독자 여러분이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햄버거랑 칭따오랑 어울려?” 에디터 기은이 고개를 끄덕이며 한 모금 시원하게 들이킨다. 맥주 맛이 깔끔하고 드라이해서 기름진 안주와 잘 맞는 모양이다.

패키지에 들어있던 스테인리스 잔도 개시해야겠다. 이런 잔에 마시면 맥주를 더 오랫동안 시원하게 마실 수 있다. 디자인도 귀엽다. 나도 맥주 한 모금 꼴깍. 아, 정신이 띵해지게 시원하고 맛있다. 굉장히 부드럽게 넘어간다.

[차가운 맥주가 지나간 자리]

감자 튀김 한 입에 맥 주 한 모금 더. 적당한 탄산이 입 안을 기분 좋게 훑고 지나간다. 좋은 조합이다.

오늘 알았다. 칭따오가 낮술로 참 잘 어울린다는 걸. 이건 칭따오 라인업 중 가장 프리미엄 라인인 ‘칭따오 1903’이다. 사실 국내엔 출시되지 않아서 처음 마셔봤다. 115년 전에 칭따오가 처음 만들어질 당시의 레시피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고급 사츠홉(Saaz hop)를 사용해 단정하고 쌉싸름한 끝맛이 특징이다.

나도 이번에 알게된 TMI를 하나 날리자면, 칭따오는 청도 지역의 맛좋은 물과 독일의 주조 기술이 만나 탄생한 맥주다. 독일에서 맥주 생산 설비와 원재료를 모두 들여와 생산을 시작했다고. 심지어 3년 만에 1906년엔 독일 뮌헨 국재 맥주 엑스포에서 금메달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런 것들을 꼭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단지, 양꼬치의 친구로만 여기기엔, 생각보다 훨씬 더 역사가 깊은 맥주였다는 얘기다.

생각보다 패키지 구성품이 풍성하다. 나중에 보니 박스 안에 스티커도 들어있었다. 위트있는 새해 인삿말이 담겨있다. 맥북 상판에 제일 마음에 드는 스티커를 붙여봤다. ‘신년인데 맥주는 먹고 다니냐’. 나랑 잘 어울리는 것 같다. 후후.

작년 1월에 에디터M이 소개했던 무술년 기념 칭따오도 참 예뻤는데, 올해도 이런 걸 만들다니 부지런한 브랜드다. 한정판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렇게 익숙하고 전통있는 브랜드가 매년 재밌는 기념 에디션을 선보이는 시도는 반갑다. 오래된 레시피로 만든 맥주를 새로운 디자인으로 즐기는 경험.

다들 마트나 편의점에 들러보시길. 이 스페셜 에디션은 2월 구정 즈음까지 판매될 예정이다. 매대에서 눈에 확 들어오는 민트색 칭따오를 만난다면 무조건 마셔줘야 하는 거다. 항상 내가 소개하는 한정판은 너무 비싸거나, 구하기 힘든 물건들이 많았는데 이번엔 누구나 가볍게 즐길 만한 제품이라 기쁘다.

해피 뉴 이어. 날으는 돼지처럼 희망찬 한 해 보내시길. 모두를 위해,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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