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저 아이패드샀어요 후후!

조회수 2018. 12. 17. 11:3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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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사랑하는 여러분. 에디터H다. 오늘은 새로운 아이패드 프로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했다.

기사를 쓰기 앞서 유튜브에 간단한 개봉기 영상을 올렸다. 애플 제품에 대한 반응은 언제나 극명하게 갈린다. 댓글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누군가는 갖고 싶어 죽겠다며 눈물을 훔치고, 누군가는 같은 돈이면 노트북을 사겠다며 거품을 물더라. 사실 ‘돈낭비’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의견에도 일리가 있다. 아이패드 프로는 비싸다. 정말이지 찬란한 사치품이다.

가장 저렴한 모델이 100만 원에서 1,000원 빠지는 가격으로 시작하는데다, 구색을 갖추려면 21만 9,000원짜리 키보드와 15만 9,000원짜리 애플펜슬이 따라붙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아이패드가 참 좋다(정확히 말하면 아이패드 프로가). 왜냐면 아이패드는 사람 마음을 설레게 하거든. 아이폰이 없으면 전화를 받을 수 없고, 맥북이 없으면 업무가 불가능해진다. 하지만 아이패드가 없다고 해서 당신의 생활이 곤란해지진 않는다. 마치 크리스마스 트리 같은 존재다. 가지가 풍성한 크리스마스 트리에 화려한 오너먼트를 주렁주렁 매달고 나면 마음이 풍성해진다. 하지만 없어도 그만이다. 크리스마스 트리가 없다고 해서 불행한 연말을 의미하는 건 아니니까.


당신에게 아이패드 프로가 필요하지 않다면, 사지 않으면 된다. 하지만 마음 속 욕망이 “아이패드 프로를 원해!”라고 속삭인다면, 이제 이 글을 읽을 차례다. 소확행이라 부를 만큼 만만하지 않으니 ‘사확행’쯤 되겠다. 나의 사치스럽고 확실한 행복.

생각해보니 아이패드의 탄생도 곧 9주년을 맞이한다. 곧 10년차를 맞이하는 나의 사회 생활 경력과 비슷한 시간이다. 그 사이에 내게도 아이패드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기사를 퇴짜맞고 눈물을 글썽이던 막내 기자가 직접 미디어를 차릴 거라고 누가 생각했을까. 마찬가지로 아이패드도 그렇다. 스티브 잡스가 거실 쇼파에 앉아 소개했던 아이패드는 가지고 다니며 사용하는 ‘아웃도어형’ 제품은 아니었다. 카메라도 없었고, 키보드도 없었다. 아이폰의 보는 경험을 확장한 제품에 가까웠다.

2018년의 아이패드 프로는 무서울만큼 본격적이다. 애플의 모든 기술을 쏟아부었다고 해도 될 만큼 화려하다. PC를 넘볼 정도의 가격과 성능을 갖췄다. 최대 용량은 무려 1TB. 키보드와 펜을 연결할 수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작업도 훨씬 많아졌다. 화면은 무려 12.9인치. 감탄과 동시에 의문이 든다. 어디에 쓰는 물건인고.

일단 역대급 업데이트라고 불리는 신형 아이패드 프로의 변화를 먼저 훑어보자. 디자인을 갈아 엎었다. 화면을 활성화 하면 온통 디스플레이 뿐이다. 베젤을 끝까지 밀어내고 가득 찬 화면이 놀랍도록 미래적이다.

이전 세대의 10.5인치 아이패드 프로와 나란히 두면 변화가 더 드라마틱하게 와닿는다. 이전 모델이 한 순간에 오징어가 됐다. 이럴수가.


이런 디자인이 가능했던 건 페이스ID 덕분이다. 홈버튼을 없애고 아이폰X 시리즈에 적용된 제스처를 적용했다. 슬쩍 얼굴을 들이대면 잠금이 해제된다. 화면을 아래서 위로 스와이프하면 홈화면으로 들어갈 수 있다. 현재 홈버튼으로 터치ID를 사용하는 분이라면 다소 헷갈릴 수도 있겠다. 애플이 홈버튼을 말살시키는(?) 과도기에 있는 만큼 두 가지 사용자 환경이 혼용되는 상황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린 적응해야 한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애플이 또 언제 무엇을 없앨 지 모르니까.

12.9인치 화면에서 페이스ID를 쓰려니 처음엔 서먹했는데, 쓰다보니 아이폰보다 훨씬 민첩하게 반응한다. 게다가 가로로 들어도, 세로로 들어도, 거꾸로 들어도 얼굴 인식에 문제가 없다. 참고로 아이폰XS의 트루뎁스 카메라는 거꾸로 들었을 땐 얼굴을 인식하지 못한다. 아이패드 프로는 사용하는 각도나 방향, 얼굴과의 거리가 아이폰과는 사뭇 다르기 때문에 사용자 환경에 맞춰 페이스ID를 다시 설계했다는 뜻이다.

페이스ID의 인식률이나 인식속도에는 박수를 보낸다. 다만 베젤이 너무 얇고 상하, 좌우 구분이 어려운 제품이라 손으로 전면 카메라를 가리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 경우엔 잠금화면에 ‘카메라가 가려졌습니다’라는 메시지가 표시된다. 어째서인지 난 손을 댈 때마다 이 메시지가 뜬다. 1/2 확률인데 내가 이렇게 박복하다.

베젤이 얇기 때문에 팜리젝션이 제대로 작동할지에 대한 걱정이 들 수 있다. 왼손으로 아이패드 프로를 쥐고 오른쪽으로 터치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필연적으로 왼쪽 손 역시 디스플레이 영역을 침범하게 된다. 이때 왼손을 계속 꼼지락대지만 않는다면, 아이패드 프로는 오른손의 터치 조작에만 반응한다. 손의 움직임이나 속도를 계산한 반응이다. 대체로 영리하게 반응하지만, 완벽하진 않다. 이따금 양 손을 번갈아 인식하며 버벅거리는 경우도 발생했다. 물론 사용성을 해칠 정도는 아니었다.

후면 디자인도 상당히 많이 바뀌었다. 둥글게 마감되었던 모서리에 확실한 각이 생겼고, 덕분에 아찔한 두께가 더욱 강조된다. 아이폰4 시리즈를 연상케 하는 디자인이다. 이리보나 저리보다 완전히 새로운 아이패드다.

이전 세대의 아이패드 프로에서는 키보드와의 페어링을 위한 ‘스마트 커넥터’가 측면에 있었는데, 새로운 아이패드 프로에서는 후면에 배치됐다. 스마트 키보드가 뒷면까지 감싸는 형태로 바뀐 덕분이다.

말이 나온 김에 ‘스마트 키보드 폴리오’도 언급하자. 아이패드 프로의 앞뒷면을 다 감싸는 형태로 바뀌며, 좀 더 투박하고 무거워졌지만 사용자 환경은 훨씬 직관적이다. 예전 키보드처럼 어떻게 쓰는 건지 몰라 어버버할 일은 없다. 그냥 아이패드를 슬쩍 겹쳐 놓으면 자석이 제자리를 찾아 ‘딱’ 붙으며 하나가 된다.

거치 각도를 두 가지로 바꿀 수 있다는 것도 특징. 솔직히 둘 중 하나는 직각에 가까운 각도라 특별히 쓸 일이 없지만 하나 보다는 둘이 나은 법이다.

관심 있는 분들은 이미 알고 있겠지만, 메인 액세서리인 애플펜슬 역시 환골탈태했다. 짜릿했던 첫 만남 이후로 애플펜슬은 내게 종종 ‘계륵’이었다. 아이패드 프로가 처음 막 나왔을 때는 애플펜슬 없이는 외출을 하는 법이 없었다. 어디가서든 그 하얗고 뽀얀 펜을 손에 쥐고 잘난 척을 해댔다. “야, 이게 이렇게 쓰는건데…” 하면서 그림도 그리고, 손으로 해도 되는 작업도 괜히 펜으로 하고. 세월이 지나 드로잉과 필기에 시들해지고 나서는 아이패드 프로와 애플펜슬이 함께 있었던 적이 드물다. 후면 동글을 아이패드 라이트닝 단자에 연결해 충전해야 하는 방식도 번거로웠고, 따로 들고 다니기도 애매했다. 가죽 케이스도 씌워줬지만 갈 곳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충전과 휴대의 번거로움을 해결하지 못해 한 달에 한 번씩 잃어버렸다, 찾았다를 반복했다. 최근에도 한참 안보이다 화장품 파우치에서 겨우 찾았을 정도다.

근데 2세대 애플펜슬은 이런 면에서 훨씬 자유로워졌다. 아이패드 프로 우측 측면에 있는 무선 충전부에 펜슬을 갖다대면, 기분 좋게 찰싹 들러붙는다. 충전과 동시에 아이패드 프로 본체와의 페어링이 이루어진다. 완벽하다. 이렇게 만들 수 있었는데 진작 안한 거지?

펜은 좀 더 짧고 가벼워졌다. 매트하게 마감되어 1세대 애플펜슬보다 손에 더 편하게 감긴다. 좀 더 ‘진짜 연필’에 가까워진 느낌. 물론 필기감 자체는 달라지지 않았다. 실제로 애플펜슬 자체의 기술적 매커니즘은 1세대와 2세대가 다르지 않다더라. 만약 더 좋아진 것처럼 느껴진다면 그건 기분 탓이거나 아이패드 프로의 성능이 올라갔기 때문일 것이다.

기능은 하나 덧붙여졌다. 이제 애플펜슬을 자연스럽게 쥐고 앞부분을 톡톡 더블 탭 하면 필기구를 바꿀 수 있다. 아주 가볍게 톡톡 건드려도 분명하게 인식하기 때문에 금세 적응할 수 있다. 앱에 따라서 이 제스처 기능을 다양한 옵션으로 설정할 수 있는데, 추후에 쓸만한 것들을 정리해보겠다.

아이패드 프로는 PC만큼 좋은 성능과 PC만큼(어쩌면 더) 비싼 가격을 갖췄다. 하지만 결국 PC는 아니다. iOS의 세계에서는 모든 게 단순화 되어 있다. 혹자는 마우스가 생기지 않는 이상 아이패드 프로는 반쪽 짜리 도구라고 말하던데, 내 생각은 다르다. 키보드와 애플펜슬 만으로도 충분히 번잡스럽다. 마우스까지 생긴다면 지나치게 복잡하고, 직관성을 잃게 된다. 아이패드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입력 장치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PC에서 작업한 것과 비슷한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고 해서, 과정까지 닮아야 한다는 얘긴 아니라는 것이다. 맥OS나 윈도우라는 견고한 생태계가 있음에도 iOS의 품 안으로 도망쳐(?) 왔다면, 이 단순함을 즐겨보자. 두 어 번의 터치로 음악 두 곡을 믹싱하고, 아이콘 하나를 터치해서 이미지를 보정할 수 있는 건 신나는 일이니까.

덧붙여 충전 단자의 변화를 빼놓을 수 없겠다. 아이패드 프로는 라이트닝을 사용하지 않는다. USB-C 단자를 품은 본격적인 녀석이다. 덕분에 나는 새로운 액세서리를 마련했다. 맥북 프로에서도 사용하고, 아이패드 프로에서도 사용할 수 있으니 핑계는 충분했다.

USB-C 전용 SD 리더를 아이패드 프로에 연결하니, SD 안에 저장된 이미지를 곧장 불러온다. 소니 카메라와 연결해도 마찬가지다. iOS에서 이런 확장성을 맛 보는 건 처음이라 USB-C 뽕에 취해버릴 것만 같다. 이대로 라이트닝이 버려진다면, 기존에 쓰고 있던 수십 개의 케이블과 액세서리가 무용지물이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애플은 늘 내게서 하나씩 앗아가니까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지.

외부 메모리나 카메라를 연결해, 사진 결과물을 모니터링 하는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본래 카메라에 달려있는 LCD라는 게 그렇게 좋은 화질은 아니다. LCD로만 확인하고 “음, 좋아~”라고 생각했다가 봉변을 당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기 때문에, 촬영장에 아이패드 프로를 모니터링용으로 챙겨 다니기 시작했다. 한 장에 50MB에 육박하는 RAW 파일을 불러들이는 속도가 보통이 아니다.

iOS용 라이트룸을 설치하고 몇 장 보정해봤다. 솔직히 맥북에서 작업할 때보다 이미지 로딩 시간이 훨씬 짧다. 이상할 정도다. 그 무겁던 라이트룸이 깃털처럼 날아다닌다.

화면이 크다는 건 일할 때만 좋은 점은 아니다. 훌륭한 스피커와 디스플레이 덕분에 값비싼 넷플릭스 머신으로서도 맹활약 중이시다.

아, 참고로 헤드폰 단자는 조용히 사라졌다. 이에 아쉬움을 느끼는 분들이 많겠다. 나는 오디오 사용 환경을 무선으로 건너온지 오래라 크게 의식하지 못했지만, 이따금 유선 이어폰을 연결하려다 당황하곤 한다. 기존에 쓰던 이어폰을 쓰고 싶다면 이 역시 액세서리를 구입해야 한다. 눈물…

생전 하지 않던 게임도 하나 구입했다. Hidden Folks라는 유료 게임앱인데, 그 옛날의 ‘월리를 찾아라’와 비슷하다. 아주 섬세하게 그려진 복잡한 스케치 중에서 여기저기 숨겨진 그림을 찾아내는 게임이다. 숨은그림찾기라고 해도 되겠다. 비슷비슷한 그림 사이에서 정답을 찾는 과정은 쉽지 않다. 화면 이곳저곳을 확대하며 정신없이 게임에 몰두하다보니 에디터M이 지금 대체 뭐하는 거냐고 묻는다. 생산성이니 확장성이니 어려운 소리를 지껄였지만, 아이패드 프로를 보고 있으면 자꾸자꾸 놀고 싶어진다. 이런게 바로 12.9인치의 터치 디스플레이가 주는 마력인걸까.

기기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일단 이 정도로 마치기로 하자. 좀 더 친해진 후에 자세한 이야기를 풀어보겠다. 일단은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이 사치스런 기기를 마음껏 즐겨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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