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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에디트

요즘 SNS에서 핫 한 삐에로 쑈핑! 대체 거기엔 뭐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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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이었나. 처음 일본에 갔을 때가 생각난다. 그 유명한 ‘돈키호테’에 입성한 나의 마음은 도키도키. 유명하다는 아이템을 가득 쓸어담기 시작했다. 동그란 동전파스, 양배추로 만든 카베진, 국민 소화제 오타이산에 안약까지. 장바구니만 보면 온몸이 병든 사람처럼 보였을 것이다. 심지어 얼굴이 열 개인 사람처럼 클렌징폼을 사재기하기도 했다.

매대 마다 달려있는 손글씨 팝업 카드. 읽지도 못하는데 자꾸만 눈에 들어왔다. 알록달록한 가타카나의 향연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너무 많은 물건이 있었고, 모든 것이 어지러웠다. 슈퍼도 아니고, 화장품 가게도 아니었고, 약국도 아니었다. 이상한 곳이었다. 더 이상한 건 멈추지 못하고 그 안을 탐닉하는 내 모습이었다.


지금은 한국에도 돈키호테같은 드럭 스토어가 여럿 생겼다. 올리브영을 필두로 한 복합쇼핑매장 말이다. 파는 물건은 비슷하지만 정서가 조금 다르다. 너무 깨끗하고, 너무 정돈되어 있다. 훨씬 편하고 쾌적한 분위기니 그게 나쁜 건 아니지만, ‘노는 재미’가 덜하긴 하다.

한국에도 돈키호테의 B급 감성 본 딴 잡화점이 생겼다. 신세계그룹 이마트의 야심작인 ‘삐에로 쑈핑’. 이름부터 B급 정서가 묻어난다. 동네 구멍가게도 아니건만 쇼핑을 ‘쑈핑’이라 된소리로 발음하는 네이밍이 제법 파격적이다.

[제 정신일 의무 없음!]

오픈과 동시에 소셜 미디어에 인증샷이 줄지어 올라오기 시작했다. 최근에 이토록 주목받은 오프라인 매장이 있었던가. 디에디트도 호기심이 동해 평일 오전에 슬쩍 취재를 다녀왔다. 미리 촬영 협조를 구하고 문이 열리자 마자 들어갔건만, 금세 손님이 밀어 닥친다. 평일 10시에 출근하지 않고 ‘쑈핑’을 하러 오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에 감탄하게 된다.

삐에로 쑈핑이 이토록 주목받는 이유는 이 매장의 컨셉이 특별해서 만은 아니다. 각잡고 점잖게 마케팅을 해오던 대자본이 이렇게 노골적인 B급 스토어를 표방한 게 신선하기 때문이다. 정용진 부회장의 취향이 듬뿍 담긴 신사업이 이렇게 파격적이니 관심이 모일 수 밖에. 모든 언론에서 ‘삐에로 쑈핑’을 입에 올릴 만큼 주목 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흡사 물건들의 무덤같을 정도다]

스타필드 코엑스 내부에 들어서자마자 천장에 잇달아 달린 현수막이 우릴 반긴다. 서점 자리를 차지한 삐에로 쑈핑의 규모는 지하 1층 매장과 지하 2층 매장을 합쳐서 760평 정도. 일반적인 드럭스토어와 비교한다면 크지만, 직접 방문해 돌아다니다 보면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의 규모는 아니다. 오히려 놀라운 건 이 정도 규모에 진열된 상품이 얼마나 많은지다. 현재 4만 가지 상품을 갖추고 있다고. 좁디 좁은 통로를 미로찾기 하듯 돌아다니다 보면 못보던 물건이 계속 발견된다.

[별게 다 있다]

제품 카테고리는 상상 이상으로 무궁무진하다. 치약과 칫솔, 생리대와 아이섀도를 지나니 선풍기가 나타나고, 미세먼지 마스크 특집 코너와 의류 코너도 나타난다. 한 모퉁이를 돌면 마사지 기기도 나온다.

[충격적인 명품 병행 수입 코너]

여긴 국경도 없고 카테고리의 경계도 없다. 1,000원 짜리 물건과 10만원 짜리 물건이 뒤엉켜 있다. 심지어 명품 브랜드의 핸드백이나 지갑도 판매 중이더라.

[시장 매대처럼 아무렇게나 늘어놓은게 포인트다]

프라다, 버버리, 생로랑 같은 명품 브랜드는 유리 진열대 안에 모셔져 있다. 그러나 디스플레이 솜씨는 여전히 B급이다. 대충 줄 맞춰 뉘어놓은 꼴이 짝퉁처럼 보일 정도다. 어마어마한 가격 경쟁력이 있는 게 아니라면, 여기서 명품을 구입할 사람은 많지 않겠다. 그래도 나쁘지 않다. 백엔샵 같은 분위기에서 100만 원이 넘는 럭셔리 브랜드의 제품을 함께 판매한다는 사실 자체가 재밌다. 유니크하다. 진지하게 팔아보겠다는 의도가 아니라면 더 좋을 것 같다.

[세상에서 제일 못생긴 골든구스가 다 여기있다]

골든구스를 특가에 뿌린다는 얘길 듣고 기웃거려 봤지만, 내가 원하는 제품은 없었다.

가격 경쟁력은 조금 아쉽다. 어떤 것은 생각만큼 저렴하지 않았고, 어떤 것들은 인터넷 최저가보다 저렴한 경우도 있었다. 몇 가지 비교해보다가 록시땅의 풋크림이 네이버 최저가보다 저렴하길래 장바구니에 던져 넣었다. 이득!

개인적으론 지하 2층이 더 재밌다. 규모도 더 크고 어른들이 좋아할 만한 게 여럿 눈에 띈다. 에디터M은 TV에서 허지웅이 소개한 끈끈이를 발견하고 잽싸게 장바구니에 담았다.

기대하지 않았던 주류 코너가 의외의 노다지다. 맥주 코너가 정말로 빵빵하다. 희귀한 맥주도 많고, 어지간한 대형 마트 만큼 다양한 종류를 갖추고 있었다. 에디터M이 코펜하겐에서 마셨던 맥주를 발견하고 좋아한다.

[난 어저께 1만 3,000원에 샀는데 여긴 9,800원…]

와인 코너도 한참을 구경했다. 부담 없이 살 만한 적당한 선의 와인을 다양하게 구비해 놓았다. 하프 보틀 사이즈의 와인이나 미니어처 위스키가 많아서, 가격대가 높은 제품도 조금씩 사 마실 수 있겠다. 바로 어제 오후에 갤러리아 식품관에서 구입한 와인이 훨씬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어서 충격받았다.

[주류 옆에 아몬드와 RU21을 진열한 초특급 센스, 이건 술꾼이다]

사케 종류도 꽤 많다. 코엑스 인근에서 술을 구입해야 할 일이 있다면 추천하고 싶다. 주류코너 주변으로 안주 거리를 진열해 놓은 동선도 마음에 든다.

한참 맥주와 와인에 열광하다 몇 걸음 더 들어가니 에디터M이 좋아서 탄성을 내지른다. “아, 미친!” 깊숙이 숨겨진 담배 코너를 발견한 것. 여기야 말로 어른들의 백화점. 파이프 담배와 롤링 타바코가 아름답게 진열돼 있다. 생각보다 종류도 많다. 입문자에겐 눈이 돌아갈 만큼 매혹적인 수준이다.

[흡연실 인테리어 실화인가요]

이제 화룡점정의 공간을 소개할 차례다. 담배 코너 안쪽에 흡연 구역을 마련해 놓았더라. 흡연자들의 마음을 울리는 센스다. 지하철 내부를 본딴 흡연실 인테리어도 재치있었다. 에디터M이 “지하철에서 담배 피운 적 있어?”라며 히죽거리는데, 정말 행복해보이더라. 가방 안에 담배가 없다는 걸 깨달았을 땐 다시 울상이 되었지만.

[이 안에서 자꾸 사람들이 나왔다]

성인 용품 코너도 수줍게 훑어보고 나왔다. 요즘 바빠서 모든 욕망을 찬장에 넣어두었기 때문에 크게 흥미가 동하진 않았다. 그래도 성인의 취향까지 다양하게 만족하는 구성에는 박수를 보낸다.

[갖고 싶다, 이걸 팔았으면]

점원용 티셔츠 뒤에 쓰인 ‘저도 그게 어딨는지 모릅니다’라는 문구를 보고 자지러지게 웃었다. 이 매장의 모든 것을 한 줄로 표현해주는 명쾌함! 인증샷을 부탁하니 흔쾌히 등을 내어 주셨다.

마음에 들었던 점을 먼저 꼽아 보겠다. 좁은 통로와 정신 없이 진열된 4만 개의 제품 때문에 미로를 찾는 것처럼 어지럽지만, 주류에서 안주로 이어지고, 담배에서 흡연실로 이어지는 ‘욕망의 동선’은 꽤 체계적이다. 너무 어지러워서 갔던 곳을 다시 가고, 돌아본 곳을 다시 뒤지면서 괜스레 다른 제품까지 눈이 가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덧붙이자면 유명 브랜드의 제품만 있는 게 아니라 생전 처음 보는 국내 브랜드의 제품도 많았다.

[자세히 보면, 영수증 잃어버려라!]

발상이나 아이디어가 재밌고 한 번 둘러볼 만한 가치도 있다. 그러나 큰 기대를 품고 삐에로 쑈핑을 방문한 젊은 방문객들의 반응이 때로는 시큰둥해 보였다. 좁은 매대를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볼멘 소리가 그대로 들렸다. “내가 생각했던 게 아니야.”, “생각보다 비싼데?” 하는 소리를 접수했다. 이 매장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익살’과 ‘유머’다. 유머 코드가 통하지 않는 사람에겐 허접해 보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B급 인테리어에서는 가격도 B급이길 기대하는 것이 사람 마음이다. 전국 최저가 수준은 아니더라도, 몇몇 제품을 빼면 크게 가격 경쟁력을 갖춘 것 같진 않았다.

진 빠지는 쇼핑을 마치고 계산대를 향했다. 나는 3만 원 이상 구입한 덕분에 귀여운 캐릭터 쇼핑백을 받았다. 에디터M은 야심차게 고른 끈끈이를 구입하지 못하는 해프닝을 겪었다. 바코드가 아직 입력되지 않아 계산이 불가하다는 이유였다. 막내 에디터는 손톱에 붙이는 스티커와 우유 거품기를 구입했다. 나름대로 알찬 쇼핑이었다.

삐에로 쑈핑은 올해 안에 매장을 3개로 늘릴 계획을 가지고 있다. 어깨에 힘 빼고, 상식을 뒤엎고, 요상하고 유쾌한 괴작이 나왔다. 아쉬움이 많지만, 매장 입구에서 인증샷을 찍는 사람들이 잇따르는 걸 보면 이미지 메이킹은 꽤 성공적인 것 같다. 하지만 조금만 더 ‘크레이지’하면 좋지 않을까? 원래 이런 감성은 약간 어설픈 기획과 허술함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인데, 너무 기획된 냄새가 나서 아쉬운 포인트가 있더라. 모범생의 계산된 일탈같은 느낌.

간만에 사람 많은 곳에 다녀와서 지친 에디터H의 후기는 여기까지. 매장 안을 제대로 ‘대리 구경’하고 싶다면, 영상을 기다려주시길. 아직 편집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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