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미안한데?"라는 말을 하면 안되는 이유
"뭐가 미안한데?"
“미안한 걸 아는데 왜 그래?”
“미안한 줄 알면 안 했어야지”
이런 말을 들으면 말문이 턱 막힙니다.
분명 내가 잘못했고
미안한 것도 맞는데
왠지 모르게 막 짜증이 밀려오죠.
오늘 연애의 과학에서는
사과와 용서에 대한 연구를
소개해드리려고 해요.
이런 말을 한 적 있거나,
들어본 적 있는 분에게
많은 도움이 될 거예요.
사과와 용서 실험
실험 참가자는 컴퓨터 상에서
30만 원을 받고
공평하게 15만 원씩 나눠 가질 수도 있고
자신이 30만 원을 모두 가질 수도 있었죠.
단, 참가자들이 몰랐던 게 있다면
상대편은 다른 참가자가 아닌
컴퓨터 플레이어였다는 점과,
컴퓨터는 15만 원 미만의 돈을 받았을 때
컴퓨터는 15만 원보다 적은 돈을
나눠준 (욕심부린) 참자가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랜덤으로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A그룹의 참가자에게는
“내가 돈을 너보다 적게 받았잖아!
공평하게 나눠야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난 절대 용서 못 해!”
라는 메시지를,
B그룹의 참가자에게는
“내가 돈을 너보다 적게 받았잖아!
기분이 나쁘네.
하지만 처음이라 그럴 수 있으니
이번에는 봐줄게.
다음 판에는 더 잘하길 바라.”
라는 메시지를 보냈죠.
참가자들은 이 메시지를 받고
답장을 보낼 수 있었어요.
루니센 교수는 어떤 메시지를 받은
참가자가 좀 더 적극적으로
마음을 담아 사과 했는지
궁금했습니다.
진심으로 미안해
재미있는 결과가 나왔어요.
용서해주겠다는 메시지를 받은
참가자들 대부분이
사과의 메시지를 보냈죠.
상대방이 용서해줄 가능성이
사과를 하는 데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던 거예요.
루니센 교수님,
이 결과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사과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기본적으로 하기 쉬운 행동은
아닙니다.”
오호, 그런데요?
“그렇기 때문에
사과를 하는 데 있어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어요.”
“자신의 미안한 마음을 전달하고
용서를 받고 싶어 사과하는 건데,
상대방이 나를 용서해줄 가능성이
전혀 없어 보인다면
사과할 이유가 그만큼 줄어들죠.”
“나의 완고한 태도가 상대방의
사과를 막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는 겁니다.”
그럴 수 있겠네요.
용서와 사과
“뭐가 미안한데?”
“미안한 걸 아는데 왜 그래?”
“미안한 줄 알면 안 했어야지”
이런 말을 하는 심정은 이해해요.
솔직히 틀린 말은 아니죠.
하지만, 이런 반응이
사과하고 싶은 마음을 근본적으로
없애버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 Leunissen, Joost M., David De Cremer, and Christopher P. Reinders Folmer. “An instrumental perspective on apologizing in bargaining: The importance of forgiveness to apologize.” Journal of Economic Psychology 33.1 (2012): 215-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