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때문에 수면추적 앱 썼는데, 오히려 부작용 발생?

조회수 2021. 1. 28. 19: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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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잠든 시간에도 손쉽게 수면패턴을 측정할 수 있게 됐다. 수면측정 기술도 날로 발전 중이다.


스마트폰에서는 주로 앱을 통한 서비스가 제공된다. 자는 동안 휴대전화를 가까이 두기만 해도 알아서 수면 패턴을 측정한다.


디지털 기기에 관심 있다면 하나쯤 가지고 있는 스마트워치나 피트니스 트래커. 최근 이 기기들은 헬스케어 기기로 각광받는다. 착용만 하면 걸음수, 운동시간, 소모칼로리 등을 자동으로 측정해준다. 아무래도 종일 피부와 밀접하게 닿아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자는 동안에 착용하더라도 크게 불편함도 없다.


처음 수면측정 결과를 봤을 때를 기억한다. 잠든 시간과 수면 시간을 거의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었고 중간에 잠깐 깬 시간도 파악하고 신통하다고 생각했다.

수면추적 기술은 대개 사람의 움직임이나 심박수를 관찰해 수면패턴을 인식한다. 깊은 수면 상태인지 얕은 수면 상태인지도 파악해내 알려준다. 가장 상쾌한 기분으로 아침을 맞을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에 기상 알람을 울리고 수면 중 코를 고는 순간만을 녹음해 들려주는 서비스도 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마냥 좋아 보이는 수면 측정 기술도 맹신해서는 안 될 이유가 있다.


신박한 기술이다 보니 아직 모바일 기기를 활용한 수면 측정 기술의 정확성을 입증할 연구는 많지 않다.


보통 수면의 질과 양을 측정하기 위해 '수면다원 검사'가 실시된다. 머리와 피부에 여러 개 전극을 부착한 모습을 본 적 있을 것이다. 바로 그런 방식으로 뇌기능과 안구 움직임, 근육의 상태 등을 고려해 수면패턴을 파악한다. 특히, 뇌파 분석은 사람이 언제 잠들고 언제 깨는지 알아내는 가장 정확한 측정 방법이다.


수면장애는 한 장기의 문제라고 보지 않는다. 복합적인 문제들이 발현된 결과인 경우도 많다. 그래서 특정 부분만 단편적으로 검사하는 것은 부정확한 진단을 내릴 여지가 있다. 

반면, 스마트워치나 스마트폰을 이용한 수면측정 기술은 정확도 움직임과 심박수에 의지해 수면 패턴을 파악해낸다. 실제에 가까운 추정치는 도출해낼지 모르나 실제와는 차이를 보일 수 있다. 한 연구에서는 수면측정 기술로 실험참가자가 잠드는 데 걸리는 시간을 예측한 결과 정확도가 38%에 불과하기도 했다.


그리고 자는 동안 수면 단계에 따라 전혀 움직임이 없는 것도 아니다. 사람은 거의 모든 단계에서 계속 몸을 움직이면 잠을 청한다. 


수면에 든 사람과 불면증 때문에 누워있어도 잠들지 못하는 사람을 구분하지 못하는 점도 기술의 허점으로 드러났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했는데도 수면추적 결과가 좋게 나오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수면추적 기술은 실제보다 과대평가된 결론을 알려줄 수 있다. 움직임 측정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심박수를 이용한 측정은 그나마 나은 결과를 내놓는다. 그러나 이 또한 불완전하다. 심박수를 이용하면 깊은 수면에 빠진 상태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잦은 것으로 드러났다.


수면추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에서는 측정기술에 대해 상세하게 공개하지 않는다. 어떤 알고리즘을 통해 그러한 결과를 얻어냈는지는 개발자만 알뿐이다.


높은 정확도로 수면패턴을 알아냈다고 해도 큰 도움은 안 된다. 영국 옥스포드대 임상신경과학부 연구진은 이를 연구로 밝혀냈다. 연구진은 실험참가자를 두 그룹으로 나누고 참가자들의 수면 양과 질을 측정한 결과를 알려줬다. 한 그룹은 높은 수면점수를 다른 그룹은 낮은 수면점수를 받았다. 사실 두 그룹의 수면점수의 차이는 없었다. 결과는 아주 흥미로웠다. 낮은 수면점수를 받은 그룹 참자가들은 기분이 저하되거나 낮 동안 졸음이 늘어나는 현상이 발견됐다. 실제 수면에 문제가 없는 사람도 안 좋은 수면패턴 결과를 확인하면 나쁜 영향을 끼친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평소 자고 일어나도 피로가 충분히 해소되지 못한 사람이 수면측정 기술로 자신의 수면 패턴을 확인해본다. 그런데 결과가 나쁘게 나왔다. 다음에는 바로 잠들겠다고 마음먹는다. 하지만 수면시간이 다가오고 잠이 오지 않으면 불안해진다. 억지로 자려 할수록 더욱더 잠에 들지 못한다. 이건 불면증 환자들에게서 자주 보이는 심리적 문제다.


전문가들도 새로운 수면측정 기술 개발에는 고무적인 반응을 보이지만 부정확한 데이터와 지나친 걱정을 유발한다는 면에서 기술을 경계하는 입장이다.


아마도 수면측정 기술을 찾는 사람 중에는 수면에 문제가 있어서 찾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런 사람들은 수면추적 기술 사용은 조심스러워 하겠다. 건강에 이상이 없거나 단지 지금보다 건강한 삶을 지켜내려는 사람에게 더 적당해 보인다.

수면추적 기술이 더 많은 것을 알아내는 미래를 의심하지 않는다. 다만, 현재 측정되는 데이터를 전적으로 믿을 필요는 없다. 어디까지나 참고사항일 뿐이다. 불면증에 시달리고 오랜 시간 잠들어도 개운함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병원을 찾아 더 정밀한 진료를 받아야 할 것이다.


체중계 위에 올라간다고 살이 저절로 빠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마찬가지로 내가 수면을 어떻게 취하는지 아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는 좋은 수면을 취할 수 있는 수칙들을 한씩 실천해나가는 게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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