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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에 왠 '천민 논쟁'..시스코에서 벌어진 일

조회수 2020. 10. 25. 1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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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트는 인도의 세습적 신분체계를 뜻한다. 가장 높은 신분의 브라만부터 수드라까지 4단계로 나뉘어 내려가며, 수드라보다 더 낮은 곳에는 신분체계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달리트' 계급이 있다. 우리나라 말로 하자면 '불가촉천민' 쯤으로 해석할 수 있다.

출처: wikimedia

달리트는 인도 인구의 최소 25%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달리트 아이들은 교육을 아예 거부 당하거나, 신분이 높은 아이들과 함께 공부할 수 없다. 마을은 아예 분리되어 있고 다른 마을을 걷는 것이 금지돼 있다. 달리트 신분의 여성과 아이들은 연쇄적으로 신체적, 성적 학대를 받는다. 달리트로 태어난 이들은 달리트로 죽게 되며, 그들이 낳은 자식들은 또 다른 달리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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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정부는 아주 오래전부터 카스트제도에 의한 차별을 막기 위해 다양한 법적 장치와 제도를 시행 중이다. 하지만 여전히 인도 내에서의 신분차별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카스트제도가 인도에 뿌리를 내린 것은 지금으로부터 3500여년 전의 일로 추정된다. 불과 몇 십 년간의 노력만으로는 카스트제도를 완전히 없애기 힘든 이유 중 하나가 이런 긴 역사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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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낡고 오래된 신분제가 오늘날 첨단기술의 본거지인 실리콘밸리에서 문제를 일으켰다면… 이건 조금 어색하게 들린다. 

출처: flickr

이 이야기는 서로 다른 계급을 가진 두 인도인이 실리콘밸리의 한 기업에서 만나게 되면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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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다르 아이어(Sundar Iyer)는 인도공과대학(IIT)을 졸업한 상류층 인도인이다. 스탠포드에서 박사학위를 밟은 후 두 개의 회사를 설립했는데, 모두 시스코가 인수했다. 또 다른 주인공인 익명의 인도인 역시 IIT(인도공과대학)를 졸업한 후 시스코의 엔지니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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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에 따르면 아이어는 이 남성을 알게 된 후 다른 인도인 직원들 앞에서 그가 달리트였고, 1980년 당시 인도에서 시행된 정책 덕분에 공대에 입학했다고 비웃기 시작했다. 

출처: freepik

달리트 남성은 시스코 인사팀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렸지만, 회사로부터 돌아온 답은 "카스트 차별은 불법이 아니다"라는 말이었다. 얼마 후 이 남성은 자신이 주도하던 두 개의 프로젝트에서 강등되는 일을 겪게 된다. 이외에도 그는 업무 배제, 보너스 미지급, 승진기회 박탈 등의 공격을 당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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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아이어 후임으로 앉은 콤펠라 역시 인도의 상류 계급이었다. 아이어가 물러난 이후에도 괴롭힘은 그대로 이어졌다는 게 이 남성의 주장이다. 남성은 아이어, 콤펠라와 더불어 시스코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아이어와 콤펠라 모두 자신이 달리트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시스코 역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상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또 회사측은 자신이 카스트 위계질서로 인해 팀 내에서 가장 낮은 지위에 앉더라도 이를 받아들일 것으로 여겼으며, 그 결과 급여도 낮고 기회도 적은 열악한 고용상황에 몰렸다고 호소했다. 

시스코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적극 부인하고 있으며 모두를 위한 일터를 위해 헌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이어와 콤펠라는 이번 소송에 대한 공개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소송을 계기로 구글이나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넷플릭스 등 미국 대기업에서 일하는 달리트 250여명의 차별사례가 공개됐다. 그들은 타국의 직장에서 같은 인도인들로부터 계급에 의한 괴롭힘과 굴욕, 왕따 등을 당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김다솜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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