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난아기 십중팔구 걸린다는 '황달' 저렴한 치료법

조회수 2020. 8. 5. 17: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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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태어난 아기가 가장 잘 걸리는 병이 있다.

몸이 노랗게 변하는 바로 황달이다. 황달은 생후 첫 주 안에 만삭아 10명 중 6명이, 미숙아는 10명 중 8명이 겪을 정도로 흔하다. 대부분 상태가 나아지지만 심할 경우 긴급한 치료가 필요하다.

황달은 혈액 속 빌리루빈 농도가 높을 때 발생한다. 적혈구 안에 있는 헤모글로빈이 수명을 다하게 되면 비장이나 골수, 간 등에서 파괴된다. 적혈구가 파괴될 때 헤모글로빈에서 헴이라는 물질이 분리된다. 헴은 대사과정에서 불포합 빌리루빈으로 전환된다. 간에서 다시 포합 빌리루빈으로 바뀐다. 보통 포합 빌리루빈은 간세포에서 빠져나와 담관으로 배출되고 소장과 대장을 거쳐 대변으로 배출된다. 이게 통상적인 과정이다.

하지만 위의 여러 대사 과정 중에서 어느 하나 문제가 발생하면 빌리루빈이 몸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하게 된다. 빌리루빈이 몸 안에 계속 축적돼 나타나는 현상이 바로 황달이다. 황달이 심해져 혈액 내 빌리루빈 농도가 과도하게 증가할 수도 있다. 이때는 혈액 속 빌리루빈이 뇌에 침투해 침착하게 된다. 뇌 손상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이를 핵황달이라고 한다. 특히 신생아 경우 혈액과 뇌 사이의 장벽이 약해 빌리루빈이 쉽게 이전되어 핵황달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핵황달을 앓는 아이는 경련을 하기도 한다. 뇌성마비, 지능 장애, 청력 손실 등 후유증이 있거나 심할 경우 사망하기도 한다. 아이의 건강을 위해서 핵황달이 생기기 전 미리 황달을 치료하는 게 상책이다.

황달 치료법 중 대표적인 것이 광선 치료다. 피부에 빛을 쬐면 황달을 야기하는 빌리루빈 형태가 변한다. 형태가 바뀐 빌리루빈은 담즙으로 배설되거나 신장을 통해 소변으로 배설되기 쉬워진다. 혈액 내 빌리루빈 농도가 낮아져 황달이 호전되는데, 보통 푸른색 빛을 많이 활용한다. 세계적으로 많이 쓰이는 광선 요법으로 신생아에게 푸른빛을 조사하는 전문 의료 기기도 있다.

하지만 의료 낙후 국가나 개발도상국, 빈민국가에서는 이 광선 치료 기기를 확보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가격 때문이다. 인도와 나이지리아 등 일부 국가는 미국 소아과학회의 광선 치료 시설 기준을 준수하지 못하는 의료 시설이 95%에 달하는 것(2013년 기준)으로 나타났다. 또 광선 치료 기기를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구형 기기라 소형 형광등(CFL)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전력 소모가 많으며 수명이 짧다. 전구 교체도 어려워 광선 치료 기기 유지 관리 비용이 만만치 않다. 이들 지역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CFL 광선 치료 기기를 그대로 사용하기도 하는데, 3대 중 한 대꼴로 전구가 켜지지 않는다는 조사도 있다. 스탠퍼드 의과대학에 따르면, 열악한 환경 등 낮은 의료 접근성으로 인해 적절한 황달 치료를 받지 못하는 아이의 수가 연간 6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영리 디자인 단체 '디레브(D-Rev, Design Revolution)'는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우선 의료 낙후 지역의 병원에서도 쉽게 황달 광선 치료기를 확보할 수 있어야 했다. 첫 번째 문제는 제품 가격이고 두 번째는 유지 보수다. 디레브는 원래 하루 4달러 미만의 생활비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제품을 디자인하는 단체다. 최종 제품이 만들어지기까지 가격 등 각종 문제를 디자인으로 풀어가는 게 목표다. 디자인 설계부터 제품 개발, 제조·유통, 서비스까지 모든 것을 고려해 디자인한다.

디레브는 이러한 디자인 전략으로 저렴하고 쉽게 유지 보수할 수 있는 황달 광원 치료 기기 '브릴리언스(Brilliance)'를 2012년에 출시했다. CFL 기반 광선 치료기보다 60배 오래 지속되는 LED를 활용, 병원의 유지 보수 비용을 최소화했다. 기존 광선 치료에 사용되는 CFL 경우 전구 하나당 교체 비용이 15달러 정도 소모됐다. 수명이 4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아 자주 교체해야 했다. 브릴리언스를 도입한 병원에서는 기존 대비 전구 교체에 드는 유지 보수 비용을 연간 240달러 이상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CFL 보다 전력 소모가 절반 수준이라 광선 치료에 따른 전기료 부담도 덜 수 있다. 전기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낙후 지역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다.

디레브는 최초 모델인 브릴리언스 클래식에 이어 2013년 브릴리언스 언더사이드도 출시했다. 치료 시간 동안 아이를 안전하게 둘 수 있도록 요람을 장착한 것이 특징이다. 스마트 틸트 기능과 LCD 화면을 추가하고 공간 활용성을 높인 브릴리언스 프로도 2015년 출시했다. 어떤 제품이든 출시 시점부터 현재까지 제품 가격은 400달러로 고정했다. 황달 광선 치료 기기를 보다 많은 병원에서 도입할 수 있도록 가격 부담을 낮춘 것이다.

호환성 또한 브릴리언스의 강점이다. 디레브는 단순 광선 치료 기능에만 디자인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병원에서는 광선 치료 외에도 신생아를 위한 다양한 기기를 사용한다. 브릴리언스는 보온기, 인큐베이터 등 거의 모든 신생아용 의료기기와 통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디레브는 가격 경쟁력을 갖춘 브릴리언스를 양산하기 위해 인도의 의료기기 회사 '피닉스 메디컬 시스템즈'와 협력했다. 인도의 사회적 기업 임브레이스와 손잡고 적정기술 인큐베이터 '임브레이스 인펀트 워머'를 생산하는 업체다. 피닉스는 인도의 소형 형광 전구 광선 치료 기기 시장 70%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브릴리언스 클래식 출시 이후 LED 기반 광선 치료 기기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브릴리언스 제조와 유통, 판매를 담당하고 있다.

디레브와 피닉스의 노력으로 수많은 병원에서 브릴리언스를 도입할 수 있게 됐다. 비용 문제로 광선 치료기를 구매하기 어려웠던 병원과 의료 시설에도 다수 공급됐다. 인도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수요가 많았다. 현재 73개 국가 병원과 의료기관에서 도입한 브릴리언스는 총 4500대가 넘었다.

브릴리언스로 황달 치료를 받은 아이의 수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올해 3월까지 브릴리언스 치료를 받은 아이의 수는 88만명에 달한다. 심한 황달로 인해 사망에 이르거나 장애 등 후유증이 남을 가능성이 있었던 아이를 치료한 수도 1만2000에 이른다.

많은 아이들이 앓지만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면 심각한 상태로 빠질 수 있는 황달. 저렴한 비용으로 의료 낙후 지역에 공급해 황달을 치료하는 브릴리언스는 이름 그대로 황달을 치료하는 광채이자 눈부신 푸른빛이다. 향후 디레브와 브릴리언스의 행보도 빛날 것으로 기대된다. (참고로 황달 광선 치료 시 강한 빛으로 인한 망막 손상을 막기 위해 안대로 눈을 보호해야 한다. 브릴리언스의 눈부신 푸른빛 도 눈에 쬐면 안 된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권동준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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