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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LED, 오토파일럿...논란의 중심에 선 단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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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쓸데 있을 것 같은 IT 지식, 줄여서 '알쓸같IT'. 알쓸같IT에서는 기업, 인물, 기술에 관해 여러분이 몰랐거나 궁금해할 만한 사실들을 발굴해서 소개합니다.


단어에는 힘이 있다. 짧은 단어 안에도 고유한 뜻이 살아 숨 쉰다. 원리와 역사가 담겨있기도 하다. 브랜드나 제품 이름을 지을 때 기업에서는 단어 선택을 신중히 한다. 잘 지어진 이름은 입에도 붙고 오래도록 머릿속에 기억된다. 하지만 기업이 한발 더 나아가 욕심을 부리면 실제와 달리 과장되고 왜곡된 이미지를 전달하게 될 우려가 있다. 


소비자는 단어를 통해 직관적으로 특징을 파악한다. 알게 모르게 단어가 그리는 이미지에도 영향을 받게 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주어진 단어만으로 대상을 평가하면 위험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오늘은 별것 아닌 줄 알았지만 논란이 된 단어들을 모아 소개해본다.

QLED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단어 하나를 놓고 몇 개월간 티격태격했다. 논란은 삼성전자가 QLED란 명칭을 본격 사용하면서 시작됐다. 삼성전자의 QLED는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에 퀀텀닷(QD·양자점) 필름을 붙여 만든 디스플레이다. 공교롭게도 퀀텀닷발광다이오드(QLED)와 이름은 같지만 서로 다른 기술이다.

LG전자는 삼성전자가 사용하는 QLED라는 단어 사용에 강한 유감을 드러냈다. 요지는 삼성전자의 QLED는 QD-LCD라는 명칭으로 바꿔야 하며 LCD 기술의 한 종류일 뿐이지 진정한 QLED가 아니라는 것. 당시 LG전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전면에 내세우며 시장에 뛰어든 상황이었는데 자사의 OLED보다 삼성전자의 QLED가 더 우수한 기술로 느껴질 수 있는 점을 우려한 듯하다. 결국 LG전자는 지난해 9월 허위·과장 광고를 이유로 삼성전자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이에 질세라 삼성전자도 한 달 뒤 자사 기술을 비방했다며 LG전자를 공정위에 신고했다.

퀀텀닷

양사는 기자회견까지 자청하며 타사 제품을 간접적으로 깎아내리고 자사 기술을 추켜세우는 모습을 연출했고 비방전은 가열됐다.


결국 두 기업 간의 신경전은 최근 공정위에 낸 신고를 서로 취하하면서 9개월 만에 일단락됐다. 하지만 조율된 것은 없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변화 없이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LG전자는 삼성전자가 QLED TV에 자발광 QLED 기술을 적용하지 않은 것을 인정했다고 말했고 삼성전자에서는 기존 QLED 명칭 사용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냈다. 개운하지 않은 입장 발표로 논란은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토파일럿


최근 독일에서 테슬라 관련 소식이 들려왔다. 독일 뮌헨고등법원에서 테슬라의 오토파일럿(Autopilot) 용어 사용을 두고 허위광고로 판결했다는 내용이었다. 앞으로 독일에서는 오토파일럿이라는 단어는 물론 완전자율주행이 가능하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단어는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출처CNBC

오토파일럿은 테슬라 전기차에 들어간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이다. 운전을 도와줄 뿐 모든 주행 과정을 책임져주지 않는다. 자율주행 기술 수준은 레벨2로 손과 발을 떼더라도 주의를 놓쳐서는 안 되는 단계다. 오토파일럿 기능은 소비자가 테슬라 전기차 구매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이기도 하다.

테슬라 모델3

문제는 오토파일럿이라는 명칭 그 자체에 있다. 현재 사용되는 운전자 보조 기술이 대부분 2~3레벨에 해당하는 것을 감안하면 완전자율주행 기술에 도달하지 못한 점은 충분히 이해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혹시라도 완전자율주행이 가능하다는 기대감을 심어준다면 운전자는 운전에 집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제 오토파일럿 기능을 켜놓고 잠들다 인명 사고가 나기도 했다. 오토파일럿이 회사의 방향성이 담겨있는 단어라고 해도 현재는 시기상조일 수 있다. 이러한 점에 주목한 독일 법원은 오토파일럿이 완전자율주행을 연상하게 한다고 판단했다. 판결의 영향은 적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에서도 변화의 조짐은 보이고 있다.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오토파일럿이라는 용어가 마치 완전자율 운행이 가능한 것으로 착각하게 만든다는 성명을 내고 국토교통부와 공정거래위원회에 철저한 조사와 제재를 촉구했다.

고기

고기는 늘 옳다. 그런데 고기라는 명칭은 옳지 않다는 목소리로 시끄러운 곳이 있다. 바로 미국 축산업계다. 미 축산업계의 엄포가 향한 곳은 육류 대체품 기업이다. 알만한 육류 대체품 기업으로는 임파서블 푸드(Impossible Foods)와 비욘드 미트(Beyond Meat)가 있다. 해당 기업에서 만드는 식물성 고기에서 고기라는 단어를 빼라는 것이 미국 축산업계의 주장이다.

출처Impossible Foods

올해 초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전시회 CES 2020 현장에서 임파서블 푸드는 돼지고기 대체품인 '임파서블 포크(Impossible Pork)'와 '임파서블 소시지(Impossible Sausage)' 공개했다. 공개와 동시에 큰 주목을 받았다. 이를 지켜본 미국 돼지고기생산자협의회(National Pork Producers Council)는 성명을 내 라벨링법을 위반한 뻔뻔한 시도라며 임파서블 푸드를 비난했다. 불가능한 일은 식물을 이용해 돼지고기를 만드는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미국 국립소고기협회(National Cattlemen's Beef Association)는 육류 대체품 기업의 마케팅 전략을 문제 삼았다. 협회는 소고기의 가치에 편승하면서 동시에 소고기의 가치를 깎아내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각종 단체에서는 육류 대체품이라는 명칭을 바꿔야 한다는 데 의견을 함께하고 있다.


이처럼 미 축산업계에서 육류 대체품 기업에 압력을 행사하는 이유는 식물성 고기가 실제 고기와 구분이 불명확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계 지분을 빼앗긴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육류 대체품 기업이 채식주의자에게 적합한 식품을 만들고 있지만 다른 소비자를 대상으로도 영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출처동원몰

임파서블 푸드 대변인은 예상했던 공격이라면서 자사 제품에 식물성이라 점을 명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소비자가 혼동할 이유는 없다는 설명이다.


사실 소비자는 값싸고 맛있는 고기만 구매하면 됐지 이들 다툼에는 큰 관심이 없다. 다만, 잘못하면 고기를 고기라고 부르지 못하는 때가 올지도 모른다는 점은 알고 있어야 하겠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나유권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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