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느냐 먹히느냐, 세계는 지금 음식 배달 전쟁

조회수 2020. 6. 21. 0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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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느냐, 먹히느냐, 세계는 지금 음식 배달 서비스 전쟁 중이다.


우버가 노리던 그럽허브, 저스트잇테이크어웨이가 삼켰다

 

우버(우버이츠)와 인수 합병을 논의한다던 미국의 그럽허브가 유럽 최대 음식 배달 서비스에 인수된다. 그럽허브는 미국 배달 앱 시장에서 점유율 30%를 차지하며 도어대쉬와 1,2위를 다투는 기업이다.

최근 배달 앱 시장 점유율 20%의 우버가 그럽허브에 공개 인수를 제안하면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코로나19로 인해 음식 배달 주문이 늘었고, 승차 공유 사업의 위기에서 우버가 꺼낸 묘수였다.

하지만 우버이츠와 그럽허브의 양사 합병이 성사될 경우 미국 시장 점유율의 절반이 넘어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독과점 문제가 제기됐다. 규제 문제로 우버의 인수 제안이 여의치 않은 가운데, 유럽 최대 배달 앱 회사가 그럽허브에 손을 내민 것이다. 그럽허브의 시가총액은 약 52억달러(약 6조 2800억원)이며, 이번 인수 제안 금액은 73억달러(약 8조 8000억원)다.


그럽허브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설립자인 맷 말로니는 인수 이후 저스트잇테이크어웨이의 이사회에 합류, 북미 사업을 이끌기로 했다. 중국을 제외하고 세계 최대 음식 배달 기업이 탄생했다.


유럽 최대 저스트잇테이크어웨이는 어떤 기업? 


유럽 최대 배달 앱 기업 저스트잇테이크어웨이는 지난 4월 두 개의 회사의 합병으로 만들어졌다. 네덜란드를 기반으로 하는 테이크어웨이가 영국을 대표하는 저스트잇이 손잡았다.

이처 흐룬 테이크어웨이 창업자

현재 저스트잇테이크어웨이를 총괄하는 최고경영자 이처 흐룬은 2000년, 당시 21살의 나이에 대학 기숙사 방에서 테이크어웨이닷컴을 창업했다. 파티를 벌이기 위해 피자 배달을 요청했다 거부한 경험에서 출발, 자신이 직접 책으로 코딩을 배워 웹사이트를 만들어 사업을 시작했다.


1978년생인 이처 흐룬은 유럽을 대표하는 젊은 억만장자가 됐고, 공격적으로 음식 배달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네덜란드, 벨기에, 독일, 오스트리아, 폴란드, 불가리아 및 이스라엘까지 진출했다.


음식 배달 사업 확대를 위한 인수 합병도 거침 없었다. 테이크어웨이닷컴은 2018년 12월에 우리나라 배달의민족을 인수한 딜리버리히어로의 독일 사업을 9억9000만유로에 인수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영국 1위 음식 배달 서비스 회사인 저스트잇을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테이크어웨이가 저스트잇 당시 딜리버리 히어로의 최대주주인 내스퍼스와 치열한 경쟁을 했던 것은 유명한 일화로 꼽힌다.


결국 테이크어웨이는 올해 4월 규제 기관으로부터 양사 합병 승인을 받았다. 저스트잇을 합병하면서 영국을 비롯한 서유럽 국가들과 브라질, 캐나다까지 시장으로 확보했다.

점입가경, 세계는 지금 물고 물리는 음식 배달 사업


음식 배달 기업 간 물고 물리는 인수 합병, 몸집 불리기는 우리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


테이크어웨이닷컴에 독일 사업을 넘겨주고 난 뒤 딜리버리히어로는 2019년 12월 국내 1위 배달 서비스 회사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 인수를 발표했다. 딜리버리히어로는 국내 2위 배달 서비스 회사인 요기요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상황에서 40억달러(약 4조8000억원)을 투자해 배달의민족까지 집어삼켰다. 국내 TOP3 배달 서비스인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이 모두 딜리버리히어로의 손에 들어간 것이다.


배달의민족은 딜리버리히어로의 손을 잡음으로써 글로벌 시장으로 서비스 확대를 새로운 목표로 내세웠다. 설립자인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딜리버리히어로의 최대 개인 주주가 되고, 베트남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시장 개척 선봉 역할을 맡았다.


배달의민족이 눈을 돌린 동남아시아에서도 이미 음식 배달 서비스 경쟁은 뜨겁다. 승차공유 사업에서 시작한 두 개의 동남아 최대 유니콘 스타트업이 음식 배달 시장에서 한 판 전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를 기반으로 둔 그랩과 인도네시아 최대 스타트업 고젝이 각각 '그랩푸드'와 '고푸드'로 대도시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중국은 일찌감치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회사 알리바바와 인터넷회사 텐센트가 음식 배달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대리전'을 해왔다. 알리바바 계열사인 어러머와 텐센트가 지원하는 메이투안디엔핑이다. 애초에 메이투안디엔핑도 두 개가 합병한 회사다. 알리바바는 어러머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생활서비스인 커우베이를 어러머에 합병했고, 메이투안디엔핑도 음식 배달을 발판으로 생활서비스 전반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확대했다.


왜 음식 배달인가, 소비자의 '라스트마일'을 잡아라


초기에는 온·오프라인연계(O2O)산업의 일부로만 여겨졌던 음식 배달 서비스는 파죽지세로 성장, 하나의 산업군으로 커가고 있다. 1-2인 가구 위주 생활방식의 변화, 간편결제 및 전자상거래의 발전으로 음식을 배달 주문해서 먹는 소비자가 급증하고 있다.


음식 배달 서비스는 단순히 음식점과 고객을 연결하는 사업에 그치지 않는다. 현재 음식 배달 서비스는 향후 고객의 생활 서비스 전반에 파고들 수 있는 성장가능성이 높은 사업으로 평가받는다. 음식 배달 사업을 통해 앞으로 각 가정에서 필요로 하는 생활물품과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는 '라스트 마일(고객과의 마지막 접점)'을 확보할 수 있다.


청소, 세탁, 미용, 건강관리 등 이미 동남아시아 O2O기업은 음식 배달 이외에도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비대면)문화의 확산으로 이런 서비스 수요는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또 스마트폰 앱을 기반으로 한 음식 배달 서비스의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 바로 물류이기 때문에 음식 배달 사업으로 쌓은 노하우를 다른 배달, 물류 유통으로 확대하는 것도 용이하다. 음식 배달 사업을 기반으로 초단기 시간 노동자를 관리하면서 효율적으로 주문과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것도 경쟁력으로 여겨지고 있다.


음식 배달 앱 시장에 남은 문제, 수수료와 독과점


하지만 음식 배달 시장에 기회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미국 내에선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한 수수료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미국에선 코로나19 기간 동안 이동이 제한되면서 음식 배달 앱 수요가 폭증했고, 배달 앱 수수료도 치솟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었다. 미국 배달 앱 수수료에는 마케팅, 고객 주문 접수, 배달 서비스가 포함됐으며 업체당 수수료를 30% 이상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배달 앱 회사들이 음식점을 대상으로 일부 비용을 면제하거나 줄여주고, 연기하는 조치를 취하고는 있다. 가맹점주들은 충분하지 않으며, 배달 앱 수수료가 과다하다는 입장이다. 미국 뉴욕시 등에서 배달 앱 수수료의 상한선을 15%로 제시했고, 이를 '락다운(이동제한)' 해제 이후에도 지속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여기에 배달 노동자의 처우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배달 앱 수수료와 독과점 문제는 현재진행형 과제다. 배달의민족이 수수료 개편안을 발표했다, 수수료 인상 논란에 휩싸이면서 열흘 만에 개편안을 전면 백지화했다. 최근 공정위 조사로 인해 불공정약관도 시정했다.


딜리버리히어로 배달의민족 인수를 두고 공정위는 기업결합심사를 진행하고 있고, 시장에선 배달앱 합병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딜리버리히어로 계열이 된 배달의민족, 요기요, 배달통 3사의 시장점유율을 합치면 98%나 된다. 우버가 그럽허브 인수에 발목이 잡혔던 것도 독과점과 규제 문제였다. 치열하게 먹고 먹히는 음식 배달 앱 시장에 어떤 역사가 쓰여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김명희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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