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먼 우주로 가기 위한 방법, 동면

조회수 2020. 5. 16. 0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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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Pixabay

9​개월. 우주선 탑승 기준, 지구에서 화성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이다. 태양과 지구, 화성이 일직선상에 놓여 비행 거리가 짧아지는 시기에도 5~6개월은 비행해야만 화성에 도착할 수 있다.

화성으로 가는 그 기간 동안, 우주 비행사는 심리적·정서적 한계를 극복하는 것과 동시에 물리적 고통, 신체의 변화도 견뎌야 한다. 중력을 포함한 거의 모든 것이 지구와 다른 우주에서 지내는 동안 우주 비행사는 심혈 기관, 근육 기관, 면역체계 모두에서 변화가 생긴다. 

출처: NASA

지난 2015년, NASA(미 항공우주국)는 '인간 우주 프로그램'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화성으로 가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는데,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장기 체류하는 동안 인간의 신체가 얼마나, 어떻게 변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실험이었다.

기간은 1년, 실험 대상은 스콧 켈리 NASA 우주비행사. 스콧은 일란성 쌍둥이로, 지구에 있는 쌍둥이 형제와 신체 변화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실험이 진행됐다. 

실험이 종료된 후, NASA는 해당 실험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우주에 오래 지낼수록 우주 비행사의 신체에서 생리적인 문제가 생긴 것. 가장 심각했던 건 뼈의 밀도가 감소하는 문제였다. 

출처: SPACE

우주는 미세 중력 상태로 중력이 거의 없는 곳이다. ISS도 마찬가지. 달라진 환경에 인체는 몸을 지탱할 뼈가 필요 없다는 인식을 했고, 뼈의 성분을 소변으로 배출해버렸다. 한 달에 1%씩 몸에서 칼슘이 빠져나가는 것이다. 만약 100개월이 지나면? 칼슘 다량 섭취 등의 특별한 조치가 없을 시 뼈가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실제로 켈리를 포함해 오랜 기간 우주 비행을 끝내고 돌아온 비행사들은 귀환 시 제대로 서 있을 수가 없었다. 꽉 채운 한 달은 지나야 우주비행하기 전의 상태로 돌아왔다. 

출처: Space

우주 방사선도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큰 문제다. 우주 방사선은 태양 활동이 약할수록 많아진다. 그리고 고도가 높아질수록 인체에 영향을 주는 방사선량이 늘어난다. 비행기 탑승을 81회 정도 했을 때 흉부 CT 1회 촬영에 맞먹는 방사선을 쐬게 된다.

그렇다면 우주 방사선은 어떨까? 같은 흉부 CT를 예로 들었을 때 우주 비행사는 매일! 10~20회 엑스레이를 찍는 것과 같은 영향을 받는다. 방사선에 많이 노출될 경우에 백내장, 불임, 홍반, 탈모, 혈액상 변화 등에 노출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른다. 때문에 방사선을 자주 쐴 수밖에 없는 우주 비행사, 의료, 원전 종사자들은 의학적 추적 조사를 꾸준히 받는 편이다. 

이 외에도 시력, 뇌 부피 축소 문제도 있다. 일부분은 지구로 돌아온 뒤 다시 회복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연구진들은 이를 반복할 경우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우주에 오래 체류할수록 우주 비행사의 건강이 나빠진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화성으로 떠나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 우주에 거주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NASA는 우주 비행사의 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프로젝트를 실험 중이다. 

출처: Universe Today

그중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하나 꼽으라면 '동면(冬眠)'이 아닐까 싶다. 극저온의 냉매로 우주 비행사를 얼린 뒤 재우는 방식이다. 

동면은 SF 소설, 영화에서 흔히 나오는 소재다. 제니퍼 로렌스와 크리스 프랫이 출연한 영화 '패신저스(Passengers)’에서는 120년을 꼬박 가야 도착할 수 있는 행성에 가기 위해 탑승객들은 동면을 이용한다. tvN 드라마 '날 녹여주오'에서도 주인공이 냉동인간 상태로 20년간 잠들어 있기도 했다. 

'판타지' 소재로 많이 이용되는 동면. 실제로 가능할까? NASA와 ESA(유럽우주국)는 관련 실험을 이미 진행 중이다. 아직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우주 비행에 실제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출처: NASA

먼저 NASA는 동면 관련 연구를 하는 민간 업체 Spaceworks에 투자하고 있다. Spaceworks의 사장이자 과학자인 존 브래드 포드는 "수백 명을 지금보다 더 먼 우주에 보내야 하는데 기존 항공 우주 분야의 기술, 해법으로는 불가능할 것이다. 동면이 유일한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존 브래드 포드는 우주 비행사의 동면이 동물의 동면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동물이 동면을 할 때는 몇 달간 살아남기 위해 몸이 여러 변화를 거친다. 체온은 떨어지고 대사 속도와 뇌 활동은 감소한다. 이와 관련 인간도 비슷한 상태가 될 수 있다는 증거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 예로 심한 저체온증 상태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난 경우를 들 수 있다. 저체온증은 체온이 적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보통 산에 실족되거나, 바다에 빠져 오랜 시간 있을 경우 저체온증 증상이 나타난다. 이때 대사 속도가 느려지는데 존 브래드 포드는 이 경우 이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대사 속도가 느려질 경우, 또 다른 이점이 있다. 바로 근육의 위축과 뼈의 손실도 느려진다는 점이다. 이 방법을 이용해 우주 비행사를 동면시킨다면 신경근 전기 자극 등으로 여러 근육을 운동시켜서 우주 공간에서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출처: Airspace
1년의 3분의 2를 동면하는 북극 다람쥐. 오랫동안 동면하지만 뼈와 근육 손실은 미미하다.

실제로 인류가 이렇게 진화하기 전 초기 인류는 추위와 굶주림을 동면으로 견뎌냈다는 설이 있다. 아직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많은 과학자가 이 사실을 믿고 있다. 존 브래드 포드는 인류의 이 능력을 재활성화하면 우주 동면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우리와 유전적으로 가까운 '작은난쟁이여우원숭이'는 영장류 중 유일하게 동면을 한다. '동면 스위치'가 있다고 보면 되는데 과학자들은 '스위치를 어떻게 켜는지'만 알아내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듀크 여우원숭이 센터에서는 spaceworks, NASA 연구진과 함께 동면을 유발하는 자극을 알아내려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출처: NASA

피터 클로퍼 듀크 대학교 생명 물리학 교수는 우주 동면이 "컴퓨터의 버튼을 눌러서 저전력 모드로 들어가는 것과 비슷한가?"라는 질문에 적극 동의했다.

"아주 훌륭한 비유다. 나는 게놈(Genome ·유전체) 안에 그 버튼이 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도 그런 유전자를 지니고 있고. 유전자 조작 기술의 발전을 이용해 조절 유전자를 알아낼 수만 있다면 인간에게도 휴면 상태를 유발할 수 있다"

존 브래드 포드는 동면이 가능할 시 우주 비행사들은 한 번에 최소 2주, 14일간 잠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화성으로 가는 기간을 길게 8개월로 잡았을 때, 2주는 너무 짧다. 때문에 연구진은 14일 뒤에 우주 비행사의 몸을 따뜻하게 만들어 깨운 다음, 이틀 동안 몸을 회복시키고 다시 동면에 들게 한다. 화성에 도착할 때까지 이 과정이 반복되는데 총 15회 동면과 깨기를 반복해야 한다.  

TvN 드라마 날 녹여주오

ESA 역시 우주인을 동면에 들게 했을 때 탐사 임무에 미치는 영향을 적극 검토 중이다. 지금 계획은 우주인 6명을 5년 내에 화성에 보냈다가 복귀시키는 기존 탐사 임무에 이 동면을 이용한다는 계획이다. 동면 상태로 유도하는 약품이 개발됐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약이 개발됐을 시 우주인은 지구에서 화성으로 가는 동안 1인용 캡슐 안에서 동면에 든다. 해당 공간은 빛이 차단되며 온도는 극도로 낮게 유지시킨다. NASA와 달리 깨지 않고 화성으로 가게 한다는 계획이다. 화성 도착 21일 전 동면에서 우주인을 깨우고, 근골격 등을 회복할 수 있는 기간을 준다.

이 약이 개발됐다고 하더라도 모든 승무원이 동면에 들기 때문에 자동 비행 장치 등이 개발돼야 한다고 ESA는 덧붙였다. 

ESA 관계자는 "우주인을 장기간 동면에 들게 하는 건 그렇게 터무니없는 계획은 아니다. 실제로 의료진들 역시 동면과 비슷한 방법의 임상시험을 환자 치료에 적용시키고 있다. 대부분의 병원이 환자의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저체온증을 유발해 대사량을 줄이는 치료법을 가지고 있다. 동면도 이와 무관치 않다"라고 설명했다.

출처: Newatlas

우주 비행사의 건강을 위한 동면이라지만, 동면의 이점은 하나 더 있다. 바로 우주로 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 

미래 우주 탐사 임무 평가 시설 CDF(Concurrent Design Facility)은 동면 시 사람의 체온 유지 비용 외에 어떤 식량과 에너지도 소비하지 않아 무게와 비용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무게와 비용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는 점은 더 먼 우주로 여행, 장기 탐사 임무를 실현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어 기대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전다운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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