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방역 시대의 뉴 노멀, '언택트=디지털 컨택트'

조회수 2020. 5. 12. 1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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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종료되고, 6일부터 '생활 속 거리두기'가 시작됐다. '일상 속 방역'의 시작이다.


3월 중순 하루 평균 100여 명에 육박했던 신규 확진자 숫자도 크게 줄어들었다. 지역 감염 사례는 거의 없을 정도로 확진자가 감소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재택근무 등의 강도 높은 방역조치를 취했던 기업들도 대부분 정상근무체제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다시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코로나19로 인한 뉴 노멀


현재 기업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달라진 사회, 경제적 환경에 대한 대응 방안을 찾기 위해 분주하다. 이른바 '뉴 노멀(new normal)'에 대한 준비다.


하루 종일 마스크 쓰기, 손을 비누로 30초씩 씻기, 일상 생활 속 거리 두기를 위해 야외에서도 최소 1m씩 거리를 두는 것. 이런 일들이 새로운 '정상(normal)'이 되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일상 속 변화뿐만 아니라 더 큰 변화가 일어났고, 이는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뉴 노멀은 원래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표준을 가리키는 말이다.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나타난 저성장, 저소비, 높은 실업률, 고위험, 규제 강화, 미 경제 역할 축소 등이 세계 경제의 뉴 노멀 현상이었다. 당시 미국의 부동산 가격거품(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세계 금융 위기의 뇌관이 되면서 가계 부채를 줄이고, 규제가 강화되는 조치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게티이미지뱅크

많은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으로도 금융 위기 때와 비슷한 소비 위축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투자 위축 현상이 보고되고 있으며, 실업률이 급증하면서 정부 차원의 소비 진작과 확장적 재정, 통화 정책 같은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뉴 노멀, '언택트'의 다른 말은 '디지털 컨택트'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변화 중에 가장 뚜렷한 징후는 비대면(언택트: Untact) 경제의 부상이다. 전염성이 매우 강한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실내 밀집 환경에서 대면 접촉에 대한 우려와 부정적 영향이 커졌다.


단기적으로 식당, 카페, 클럽, 체육시설, 호텔, 극장, 미술관, 쇼핑몰, 박람회, 음악회 등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와 기업에 큰 타격이 가해졌다. 공연, 스포츠, 콘퍼런스, 크루즈, 항공, 관광업계는 심각한 타격으로 인해 파산 혹은 해고 위험에 처해있다.


한때는 미래 비즈니스 모델로 추앙받았던 '공유경제'는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우버, 에어비앤비, 위워크 등이 매출 감소와 함께 대규모 해고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에어비앤비

사람들은 과거와 달리 자유롭게 이동하고 만나는 것이 어려워졌지만, 이는 '고립된 삶'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언택트 경제의 다른 말은 '디지털 컨택트(Digital Contact)'다. 디지털 기술을 통한 연결, 디지털 기술을 통한 전자상거래, 원격 교육 및 의료, 자동화라는 커다란 변화가 새로운 '뉴 노멀'로 부상하고 있다.


사람들이 물리적 이동과 접촉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인터넷을 통한 연결성은 어느 때보다 필요성이 커지고 더욱 강해졌다. 폭발적으로 화상회의(영상 통화)가 증가했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가족, 친구, 지인과 연결되는 것을 확인했다. 


줌(Zoom)과 같은 화상회의 솔루션과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의 이용량이 폭증했다. 연결에 대한 요구도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실감 콘텐츠와 같이 몰입감과 현장감을 높이는 기술에 대한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


디지털 컨택트: 전자상거래, 원격 교육·의료, 자동화


사람들은 마트나 백화점 대신에 온라인 상점에서 생필품을 사들이고 있다. 전자상거래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였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디지털과 온라인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까지 전자상거래로 빠르게 끌어들였다.

ⓒ게티이미지뱅크

디지털 기술에 익숙한 밀레니엄 세대(1982년부터 2000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 이전 세대들도 모바일 쇼핑 등 전자상거래를 이용하게 됐고, 이는 앞으로 이들의 새로운 쇼핑 습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다. 실제로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는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의 확산으로 중국 경제가 휘청거릴 때 온라인 전환에 박차를 가했고, '타오바오'와 같은 온라인 쇼핑몰이 급성장할 수 있었다.


전자상거래의 성장은 소매·유통 분야의 이른바 ‘창조적 파괴’로 이어질 전망이다. 소매·유통 기업의 주요 역량은 점포의 입지가 아니라 물류·배송을 포함한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얼마나 잘 구축했느냐로 판가름 날 전망이다.


IT정보화 사업 이후 온라인 동영상 강의에 그쳤던 교육 분야에도 원격 교육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이 심어졌다. 등교가 늦춰지고 온라인 개학이 시작되고, 온라인 교육 방법에 대한 인프라와 기술적 논의가 공공과 민간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지부진했던 원격 의료에도 불이 붙었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유럽 등에서 까다로웠던 원격 진료 규정이 완화됐다. 병원을 방문하기 전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문진표를 작성하거나 전화를 이용한 상담 처방이 가능해졌다. 원격 진료의 길이 열린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자동화 부문에서도 글로벌 기업들의 재택근무는 인공지능(AI)과 로봇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대표적으로 구글과 페이스북같은 대형 플랫폼 기업의 AI 활용이다.


구글의 영상 플랫폼인 유튜브는 그동안 내부에서 컴퓨터 자동화 시스템과 인간 관리자의 검토를 조합해 유튜브 정책 위반 동영상을 관리 운영해왔다. 자동화 시스템이 잠재적으로 유해하다고 판단되는 콘텐츠를 골라내면, 이를 인간 관리자가 재확인하는 방식이다. 자택대피 명령으로 인해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원이 급격하게 줄었고, 사람보다 자동화 시스템에 더 많이 의존한다는 방침을 공개했다.


글로벌 리스크가 된 중국, 공급망 변경 가속화


기업들은 '뉴 노멀'이란 변화와 함께 글로벌 공급망 변경과 재택근무에 대한 장기적 준비에 들어갔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에는 최소 1년의 시간이 걸린다. 날씨가 추워지는 가을에 다시 코로나19가 대유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


'해빙'의 분위기를 비췄던 미국과 중국의 관계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다시 악화됐다. 미국은 중국 정부가 코로나19에 대한 정보를 숨기고 제대로 알리지 않아 전 세계적 확산을 불러일으켰다고 연일 맹공격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코로나19는 세계에 '우리가 중국에 너무 의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메시지를 일깨웠다. 중국이 문자 그대로 세계의 모든 것을 생산하는 '세계의 공장'이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이미 우리나라 대기업도 중국의 인건비 상승과 포화 상태의 소비 시장으로 인해 몇 년 전부터 중국 이외에 베트남, 인도 등 신남방 국가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추세다. 이른바 '차이나 엑소더스'다.

ⓒ게티이미지뱅크

마스크와 의료용품은 물론이고 생필품 공급 부족에 시달린 국가들은 제조기지 변경 혹은 다양화를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제 미국을 비롯한 세계의 국가들은 중국을 공급망으로 투자했을 때 생길 수 있는 리스크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코로나19가 글로벌 공급망 변경을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 캐나다, 독일 등 동맹 국가 간에도 마스크와 같은 주요 전략 물자 등을 놓고 다투면서 의료기기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지정,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기업 보안 및 개인정보보호 리스크도 커져


재택근무로 인한 효율성과 문제점을 모두 파악한 기업들은 보다 전략적 대응 태세를 준비하고 있다. 재택근무와 함께 화상회의 등이 늘어나면서 정보 유출이나 해킹과 같은 보안 위험이 함께 높아졌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도 필요하다.


한편에서는 위치 추적이나 개인정보에 대한 국가(공공)의 감시도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바이러스 확산 경로를 추적하기 위한 확진자 동선 공개와 위치 추적이 이뤄졌다. 프라이버시 보호 문화가 강했던 북미와 유럽에서도 사람 간 접촉을 확인하고 추적할 수 있는 앱이 개발돼 공유됐다. 효율적 방역을 위한 시도이면서 시민에 대한 국가 기관의 감시 위험이 높아졌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나마 이러한 뉴 노멀에 대한 준비나 대응체제를 언급하는 것도 한국이 비교적 방역에 성공했기 때문에 언급이 가능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백신이 개발되는 데 18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변화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며 완전히 다른 삶의 방식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나이, 신분 증명하듯이 '바이러스 면역' 증명하는 시대 올까


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향후에는 클럽에 입장할 때 연령을 확인하는 것처럼 (신분증이나 휴대 전화를 통한) 면역 증명을 요청할 수 있다. 이는 우리가 테러 공격으로 인해 점점 더 엄격한 공항 보안 검사에 적응한 것처럼 이런 조치에 적응하고 따를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이러한 증명을 하기 어렵거나 건강을 잘 관리하기 어려운 환경, 질병이 발생하기 쉬운 지역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열려 있는 장소와 기회를 더 차단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김명희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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