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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랑 테슬라랑 싸우면 누가 이길까

조회수 2020. 5. 11. 0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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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류 전기 상용화의 절대 공헌자. 희대의 매드 사이언티스트. 그 유명한 토마스 에디슨의 영원한 라이벌. 수많은 특허를 내고도 돈벌이는 시원찮았던 발명가. 미국 뉴욕의 한 호텔에서 쓸쓸하게 생애를 마친 과학자...

니콜라 테슬라

니콜라 테슬라를 설명하려면 끝이 없을지 모른다. 20세기 초반 에디슨과의 직류·교류 전쟁을 펼쳐 결국 승리를 거머쥔 니콜라 테슬라는 상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 토마스 에디슨이 어마어마한 돈을 벌 때 그는 모난 성격과 기행 때문에 과학기술 업적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자기장 단위를 '테슬라(T)'라고 명명, 그를 기리기도 했지만, 에디슨에 밀려 2인자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00여년이 지난 오늘날 그는 일약 스타가 됐다. 여전히 1% 영감과 99%의 노력이라는 토마스 에디슨의 이야기가 교과서 한편을 장식하겠지만, 세상에서는 더 이상 니콜라 테슬라를 2인자 취급하지 않는다. 그의 업적의 위대함을 되새기고 칭송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테슬라 모델3와 일론 머스크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전기차 회사 테슬라가 대표 사례다. 도로 위에 돌아다니는 테슬라가 많아질수록 니콜라 테슬라의 이름을 다시 한번 상기하는 이들도 늘어날 것이다. 니콜라 테슬라의 이름은 오늘날, 그리고 미래 이동 수단으로 각광받는 전기차의 대표 명사격으로 부상했다.

니콜라 테슬라의 이름을 빌린 회사가 비단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테슬라가 성을 따왔다면, 이름인 니콜라를 잇겠다는 회사도 있다. 바로 니콜라 모터 컴퍼니다. 2014년 설립된 이 회사는 아이러니하게도 회사 테슬라와 마찬가지로 전기차를 만든다.

니콜라 원과 트레보 밀턴 니콜라 모터스 컴퍼니 CEO

니콜라 모터 컴퍼니가 테슬라처럼 전기 승용차를 만드는 건 아니다. 이 회사의 주력은 전기 트럭과 같은 상용차다. 하지만 테슬라 또한 전기 트럭을 개발하고 있다. 결국 양사의 한판 승부는 피할 수 없었다. 문제는 단순히 경쟁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니콜라 테슬라와 토마스 에디슨이 치고받았던 것처럼 니콜라 모터 컴퍼니와 테슬라의 전쟁도 살벌하다.

발단은 테슬라가 2017년 11월 공개한 전기 트럭 '테슬라 세미'다. 테슬라 세미가 공개되기 전 인터넷에는 이 트럭의 스파이샷이 떠돌아다녔다. 니콜라 모터 컴퍼니 측은 이 사진을 보고 경악했다고 한다. 1년 앞서 니콜라 모터 컴퍼니가 공개한 트럭 '원'과 너무나도 유사했기 때문이다.

니콜라 원 수소전기 트럭

앞서 니콜라 모터 컴퍼니는 2016년 말 전기 모터와 수소 연료를 사용해 최고 출력 1000마력, 최대 토크 276.5kg·m에 달하는 대형 트럭을 공개했다. 수소 연료 1회 충전으로 1920km를 달릴 수 있는 트럭이다. 지난해 초까지 1만대가 넘는 선주문을 받기도 했다. 니콜라 모터 컴퍼니는 애리조나에 400에이커에 달하는 땅을 매입하고 수소전기 트럭용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상용 트럭 시장에서 수소전기차라는 새로운 돌풍을 불러일으키는데 자신만만했던 니콜라 모터 컴퍼니에게 테슬라 세미의 등장은 달갑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그 디자인이 자사의 트럭과 너무 닮았다는 것에 분노한 니콜라 모터 컴퍼니는 결국 테슬라에 일격을 가했다. 바로 소송이다.

니콜라 원

2018년 니콜라 모터 컴퍼니는 애리조나 법원에 테슬라가 자사의 트럭 디자인권을 침해했다고 제소했다. 전체적인 디자인이 유사하고 앞 유리와 도어, 흙받기 등 부분 디자인도 테슬라 세미가 니콜라 원을 베꼈다고 지적했다. 또 니콜라는 테슬라 채용 담당자가 니콜라 트럭 수석 엔지니어를 영입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테슬라가 의도적으로 기술 유출을 시도했다는 주장이다. 니콜라가 요구한 손해 배상액은 20억달러 규모다.

당시 테슬라 측은 "(테슬라) 세미 트럭은 니콜라 트럭 디자인과 전혀 관계없다"면서 "이번 소송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것이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테슬라 세미

승기는 니콜라 쪽으로 살짝 기우는 듯하다. 지난달 트레보 밀턴 니콜라 모터 컴퍼니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는 트위터에 "테슬라가 미국 특허청(USPTO)에 니콜라 모터 컴퍼니 특허 무효화 신청에서 패소했다"면서 "USPTO는 니콜라 세미 트럭의 중요한 특허를 인정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 특허를 변경하려는 테슬라 요청을 거부했다"고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특허와 디자인권과 같은 지식재산권은 그 권리를 등록한 특허청을 통해 보장된다. 만약 분쟁이 발생하면 상대방 특허를 무효화하는 방식으로 권리를 인정받을 수 있다. 테슬라는 니콜라 원의 디자인권이 독창적이며 혁신적이지 않다고 판단, 무효화해달라고 요청했지만, USPTO는 니콜라 원의 디자인권을 인정해 준 것이다.

테슬라 세미

지식재산권 무효화가 전초전이라면 본격적인 전투는 법원에서 이뤄진다. 니콜라가 제소한 20억달러짜리 소송이다. USPTO의 결정이 법원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판이 뒤집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전기차 전문매체 일렉트릭은 "(니콜라 CEO인) 밀턴은 USPTO가 자사 특허를 인정해 승리했다고 주장하지만 이것이 소송에서 이길 확률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라고 부정적으로 봤다. 그러나 테슬라 입장에서는 승패와 관계없이 골치 아픈 분쟁에 휘말린 건 분명하다.

니콜라와 테슬라의 기싸움은 픽업트럭까지 번졌다. 지난해 테슬라가 출시한 첫 픽업트럭인 '사이버 트럭' 공개 당시 호불호가 갈리는 투박한 디자인이 도마 위에 오른 적 있다. 게다가 데뷔 무대에서 차 유리가 깨져버리는 머쓱한 일도 발생했다.

테슬라 사이버트럭

이에 밀턴 니콜라 CEO는 트위터에 니콜라 픽업트럭 디자인 렌더링 이미지를 올리고 "머스크, 우리 회사는 자동차나 트럭을 만들지 않지만 당신을 위해 기꺼이 우리 디자인을 기부할 의사가 있다"라고 글을 남겼다. 대형 트럭 디자인 분쟁이 한창이 시점에서 테슬라 사이버 트럭 디자인을 두고 제대로 비꼰 셈이다. 일론 머스크는 특별한 응답을 하지 않았다.

아직까지 니콜라와 테슬라의 전쟁에서 누가 우세하다고 판단하는 건 섣부르다. 법원의 판단이 남아 있는 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테슬라가 대형 전기 트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면 니콜라와 계속 부딪칠 일이 많을 것이다.

니콜라 픽업 트럭 디자인

이러한 니콜라와 테슬라의 싸움은 과거 니콜라 테슬라와 토머스 에디슨의 갈등과도 유사해 사람들의 이목을 끈다. 자신의 이름을 딴 두 회사의 전쟁을 봤다면 니콜라 테슬라 본인은 어떤 기분이 들까. 두 개의 자아가 분열해 서로 싸우는 모습에 황당해 할지도 모른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권동준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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