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로봇(AI) 심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조회수 2020. 3. 8.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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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다!"

9회 말 2사, 베이스를 밝고 있는 주자는 없다. 현재 스코어 동점. 볼 카운트는 3볼 2스트라이크. 상대는 4번 타자. 이 타자를 걸러내더라도 5번 타자 또한 불편하다. 

포볼을 만들어 4번보다는 그나마 쉬울 것 같은 5번 타자를 공략할 것인가. 아니면 승부수를 던져 4번 타자를 잡아볼 것인가. 안타깝지만 실책을 여러 번 했던 수비진은 크게 신뢰가 가지 않는다. 맞춰 잡을 요량도 없다. 이건 내(투수)가 잡아야 한다. 

투수는 결정했다. 타자가 약한 몸 쪽 공으로 던져보기로. 맞으면 홈런이 될 수 있지만, 승부해보기로 했다. 꽉 찬 공으로 스트라이크존에 최대한 걸치자. 

"투수 던집니다~"

해냈다!. 투수는 그렇게 생각했다. 분명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가까스로 들어왔다. 찰나의 정적을 깬 건 심판의 손짓이다. 심판은 1루를 향해 손을 뻗었다. 포볼이다. 타자는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1루를 향해 뛰었다. 이게 어째서 볼 인가. 멘탈이 무너진 투수는 5번 타자에게 장타를 맞았다. 1루에 있던 4번 타자가 홈으로 들어왔다. 게임이 끝났다. 투수는 패배했다.

소년 야구 만화의 클라이맥스 장면 같지만, 경기 중에 없는 일도 아니다. 투수는 분명 스트라이크라고 생각했다. 투수의 팀과 팬들도 같은 심정이다. 4번 타자에게 던진 마지막 공이 어떻게 '볼'인가. 팬들은 심판의 판정에 야유를 보냈다. 잘못 봤다는 것이다. 하지만 심판의 결정은 절대적이다. 투수 팀은 결국 패했다.

미국에 이어 우리나라 야구 리그에도 '로봇 심판' 테스트

야구 경기를 보다 보면 혹은 하다 보면, 주심의 결정에 불만을 가지는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다. 누가 봐도 볼인 공을 스트라이크로 잡거나 반대 경우도 허다하다. 야구 바닥에서 수십 년을 지낸 베테랑도 오심은 할 수 있다. 심판이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실수를 배제할 수 없는 인간의 감각을 믿는 대신 객관적 데이터에 기반한 로봇이 심판을 보면 어떨까. 일말의 감정도 없이 순수하게 데이터에만 의존하는 로봇 심판은 과연 인간보다 '공정한 판정'을 내릴 수 있을까.

현재 야구계에서는 로봇 심판의 공정성에 기대를 걸어보는 모양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국이 올해 퓨처스(2군) 리그 후반기에 '로봇 심판'을 시험 운용해보기로 했다. 로봇 심판, 즉 자동 볼·스트라이크 판정 시스템이다. 심판 운영 개선안의 일환이다.

KBO는 로봇 심판 시범 운영 대행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을 실시한다. 퓨처스 리그 일부 경기에 로봇 심판을 도입해보겠다는 것인데, 구체적인 도입 시기와 경기는 정해지지 않았다. 

야구 경기에 로봇 심판을 도입하려는 건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우리보다 한발 앞서 미국의 메이저리그(ML)로 로봇 심판을 도입, 테스트하기로 했다. 롭 맨프레드 ML 커미셔너(최고책임자)는 올해 초 '자동 볼·스트라이크 판독 시스템을 올해 애리조나·플로리다 스프링캠프 현장에서 테스트하기로 했다"면서 "아직 실제 판정은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로봇 심판은 스프링캠프 테스트를 거쳐 올 시즌 일부 마이너리그 경기에도 활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야구 로봇 심판, 어떻게 볼·스트라이크 판정하나

현재 미국과 우리나라가 도입하려는 야구 로봇 심판은 '자동 볼·스트라이크 판독 시스템(Automated ball-strike system, ABS)'이다.

ABS는 스포츠 데이터 추적 장비 회사인 트랙맨 장비를 참고할만하다. 볼과 스트라이크를 판정하는 데는 레이더 장비와 고화질 광학 장비 등을 사용할 수 있는데, 트랙맨은 레이더 기반 시스템이다. 이미 투구 속도, 구질 등뿐만 아니라 타자와 수비수의 행동 데이터를 측정하는데 많이 활용하고 있다.

트랙맨이 어떻게 볼과 스트라이크를 가려내는지는 지난해 미국에서 열린 한 경기를 보면서 이해하자. 2019년 8월 미국 독립리그 서미싯 패트리어츠와 서던 메릴랜드 블루크랩스 경기다. 로봇 심판이 사상 처음으로 도입된 야구 경기였다.

구장 홈플레이트 위쪽에 설치된 트랙맨 장비가 투구를 추적한다. 마운드에서 투수가 공을 던지면 트랙맨 장비가 이를 추적 3차원 공간을 형성하고 공의 궤적을 파악한다. 일종의 가상 스트라이크 존을 만들어 궤적이 그 안으로 들어오면 스트라이크, 벗어나면 볼이다. 

스트라이크 존은 지속적으로 바뀔 수 있다. 트랙맨의 인공지능(AI)이 타자의 키와 스탠스를 계산해 최적의 스트라이크 존을 만든다. 선수별로 스트라이크 존이 미세하게 달라지는 것이다.

트랙맨 시스템이 볼이나 스트라이크를 결정하면 심판이 가지고 있는 아이폰에 데이터를 전송한다. 아이폰의 유선 이어폰을 통해 '볼' 혹은 '스트라이크' 음성이 나오고 심판이 이를 듣고 판정을 내린다. 정확하게는 판정을 전달한다. 원래는 애플 무선 이어폰인 '에어팟'을 사용했는데, 배터리 문제로 유선 이어폰으로 교체했다고 한다.

로봇 심판(트랙맨)의 볼·스트라이크 판정을 전달하는데 시차가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실제 경기에서는 물 흐르듯 매끄럽게 진행됐다. 미국 CBS스포츠는 실제 경기에서 공이 포수 미트에 닿는 순간 심판 판정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인간 심판의 판정 공정성 논란, 로봇 심판이 대안이 될까

야구 경기에서 로봇 심판을 도입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은 판정의 공정성이다. 야구 경기에 오심으로 인한 선수와 팬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오심 판정이 덜할 것으로 예상되는 로봇 심판으로 신뢰를 높이려는 취지다.

실제 단순 실수로 인한 오심 외에도 '인간' 심판의 잘못된 판정에 대한 논란은 끊임없이 지적됐다. 이에 따른 연구 결과도 나올 정도다.

2011년 텍사스대학의 경제학자 대니얼 해머메시 연구팀의 연구 결과가 아메리칸 이코노미 리뷰에서 다뤄진 적 있다. 연구팀이 2004~2008년 메이저 리그 두구 350만건을 이상을 분석한 결과다. 연구 결과, 심판은 자신과 같은 인종의 투수에게 유리한 판정을 내리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투수는 자신과 다른 인종의 심판을 만나면 스트라이크 존 한가운데 공을 던지는 경향을 보였다. 불리한 판정을 예상한 행동이다.

당시 메이저리그 심판 10명 중 9명이 백인인 걸 고려하면 인종에 따른 판정 차가 컸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투구 추적 시스템이 도입된 후로 인종 차별적 판정은 현저히 줄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심판이 직전 투구에 스트라이크 판정을 내린 경우, 다음 공이 실제 스트라이크라도 스트라이크 판정 빈도가 줄어드는 현상도 나타났다. 이는 2016년 다니엘 첸 툴루즈 경제대학교수가 연구한 결과다. 두 번 연속 스트라이크 판정을 내렸다면 그다음에 스트라이크 판정을 하는 빈도는 더욱 줄었다. 이는 앞서 나온 결과와 다른 결과가 다음 번 사건에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도박사의 오류'에 기인한 것이란 분석이다.

경제학자 에탄 그린과 데이비드 대니얼스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심판 사이에서도 '경기 관리자로서 심판의 역할은 소극적이어야 한다'라는 생각이 공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이 완벽하지 않은 것처럼...로봇 심판도 아직까지 완벽하지 않다

일련의 연구 결과는 보다 객관적으로 볼과 스트라이크를 판별할 수 있는 로봇 심판에 대한 수요를 야기했다. 그러나 로봇 심판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공의 궤적을 추적하는 중 일부 센서가 움직임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기계적 결함일 수도 단순 사고일 수도 있지다. 만약 볼·스트라이크에 대한 판별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로봇 심판에 의존할 수 없게 된다.

앞서 언급한 트랙맨 시스템의 경우, 공이 빠지거나 바운드되어 들어오면 공을 인식하지 못할 수 있다. 이 경우 스트라이크로 인식해 잘못된 판정을 내리기도 한다. 이 같은 경우에는 인간 심판이 로봇 심판의 판정을 무시하고 스스로 판정을 내리게 된다. 즉 로봇 심판이 도입되더라도 인간 심판이 완전히 배제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그러나 로봇 심판이 주된 심판 역할을 하느냐, 보조적 역할이냐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또 일부 야구인이나 팬 사이에서는 로봇 심판에 회의적인 의견도 많다. 즉 '사람이 하는 스포츠'인 야구의 핵심을 로봇, AI에 맡겨서는 안된다는 전통주의자들의 이야기다. 오심이 나오더라도 이러한 인간적 요소가 결국 야구라는 것이다.

프레이밍 같은 경우도 있다. 프레이밍은 볼이지만 빠르게 미트를 움직여 스트라이크처럼 보이게 하는 행동이다. 인간 심판에 대한 일종의 눈속임이라고 폄하할 수도 있지만 현재 포수에겐 굉장히 중요한 능력이다. 그러나 로봇 심판이 도입되면 의미가 없어진다.

AI는 스포츠계를 변화시킬 화두...여러분의 생각은?

미국 메이저리그와 한국 프로야구 사례를 보면, 로봇 심판 도입은 향후 하나의 커다란 추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야구 외에도 많은 스포츠 경기에서 로봇 심판 도입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그만큼 반대론자의 반발도 뜨거워질 것이라고 본다. 보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판정과 인간적 요소를 배제하는 판정 논란 사이에서 스포츠 경기는 계속 변화할 전망이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권동준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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