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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기술] 모기를 퇴치하는 반영구 '사운드 스프레이'

조회수 2020. 3. 2. 1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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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우리를 귀찮게 하는 모기는 사실 엄청 '위험'하다. 단순히 가려움만 남기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기가 옮기는 질병으로 사망한다. 인류를 위협하는 동물, 곤충 가운데 모기는 언제나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모기가 옮기는 대표적인 질병은 말라리아다. 학질모기 속 암컷 모기에 물려 전파된다. 발열뿐만 아니라 적혈구 파괴와 혈소판 감소로 인한 다양한 합병증도 일으킨다. 저혈압, 뇌성 혼수, 심근 부종, 간질성 폐렴 등이 대표적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세계 말라리아 환자는 2억1900만명 수준이다. 이중 사망자는 43만5000명으로 추정된다. 특히 말라리아는 어린이에게 위협적이다. 5세 미만 어린이는 말라리아 사망자 가운데 61%를 차지했다.

전체 말라리아 사망자의 93%가 아프리카에서 발생했다. 국가 차원에서 전방위적인 방역 작업이 어렵다. 소득이 적은 아프리카 인들에게 말라리아 모기를 퇴치하기 위한 자구책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 국제 비정부기구에서 모기장과 살충제 등을 지원하지만, 이 또한 한계가 분명하다.

모기를 퇴치하기 위한 적정 기술이 주목받는 것도 이러한 맥락 때문이다. 그중 우리나라 연구진이 개발한 적정 기술도 존재한다. 바로 '사운드 스프레이'다.

KAIST의 배상민 교수가 개발한 '사운드 스프레이'는 모기가 싫어하는 초음파에 주목했다. 모기는 특정 주파수 대역의 소리에 위협을 느끼거나 '기피'한다고 알려졌다. 모기는 천적인 잠자리 등 특정 곤충의 날갯짓에서 발생하는 주파수 대역의 소리를 피하거나 수컷 모기를 날갯짓의 소리를 피한다고 한다.

특히 암컷 모기는 수컷 모기가 내는 소리를 싫어하는데, 이는 생물학적 이유에 기인한다. 알을 만들기 위해 인간과 동물의 피를 빠는 암컷 모기는 산란기 때 본능적으로 수컷 모기 날갯짓에서 나오는 주파수 대역의 소리를 싫어한다. 이미 교미를 해 알을 만들 준비가 됐기 때문에, 수컷 모기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조건이 맞으면 수컷 모깃소리를 이용해 암컷 모기에게 물릴 확률을 33% 정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암컷 모기가 기피하는 주파수 대역의 소리, 대부분 초음파로 일컫는 소리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그만큼 효과에 대한 논쟁이 많다. 다만 한국곤충학회 등 연구 논문에서는 이러한 초음파의 모기 퇴치 효과를 일부 인정한다.

사운드 스프레이도 모기가 기피하는 초음파를 발생, 암컷 모기에게 물릴 확률을 줄여준다. 모기로부터 옮을 수 있는 각종 질병을 일부라도 예방한다는 차원이다. 

사용법은 단순하다. 제품은 스프레이 살충제처럼 생겼다. 사용하기 전 스프레이 통을 몇 차례 흔들고 상단에 스위치를 누르면 초음파가 발생해 모기를 쫓아낸다.

사용법을 토대로 구조와 원리를 살펴보자. 보통 살충제 스프레이는 내부에 가스를 압축해 두었다가 스위치를 누르면 가스가 기화하면서 살충 성분을 내뿜는다. 하지만 사운드 스프레이는 가스가 없다. 내부에는 자석이 있는데, 스프레이를 흔들면 자석이 움직여 자기장 변화를 일으킨다. 여기서 적은 전기가 발생하는데, 이를 통해 초음파를 발생시키는 동력을 얻는다.

스프레이 상단에 있는 스위치를 누르면 살충제 대신 초음파가 발생한다. 초음파 발생 시 사방 5m 안으로 모기가 접근하지 않는다는 게 배 교수의 설명이다. 

가스가 필요 없으니 친환경적이다. 게다가 흔들기만 하면 충전이 되니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적정 기술로는 적합한 제품이다. 보통 1분 정도 흔들면 최대 8시간 동안 초음파를 낼 수 있다고 한다. 또 살충제 성분이 없기 때문에 잘못된 사용법으로 어린이들이 독성 물질에 노출될 염려도 없다.

흔들다는 행위 또한 중요하다. 모기를 퇴치하기 위한 사운드 스프레이는 보다 많은 사람이 사용할수록 효과적이다. 특히 모기가 옮기는 질병에 취약한 어린이가 사운드 스프레이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아이들은 사운드 스프레이를 흔드는 행위에 호기심과 관심을 가져 활용 빈도를 높일 수 있다. 마치 가스를 더 잘 나오게 하기 위해 스프레이를 흔드는 행위와 유사하다.

배상민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이 같은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행동(스프레이를 흔드는 행동)을 사운드 스프레이에 그대로 적용했다"면서 "실제 케냐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처음 본 사람들도 캔을 흔드는 행위를 자연스럽게 보였을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그 과정에서 재미를 느끼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권동준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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