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자동차는 종이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다?

조회수 2019. 12. 18.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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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이 제일 중요한 자동차에서 강철은 필수로 여겨진다. 한편에서는 연비 향상을 위한 차량 경량화를 목표로 강철을 대체할 수 있는 신소재 개발 연구도 한창이다.


만약 나무와 플라스틱으로 강철보다 단단한 자동차를 만들 수 있다면 어떨까? 실제로 적용된다면, 강철보다 훨씬 가벼워서 차의 주행거리도 훨씬 늘어날 수 있다. 차세대 '카본파이버(탄소섬유)'로 불리는 '셀룰로오스나노파이버(CNF)'가 그 주인공이다.

셀룰로오스 ⓒ게티이미지뱅크

첨단 신소재로 불리는 CNF는 목재나 섬유 펄프에서 추출한 물질로 만들어져서 '슈퍼우드'라고도 불린다. 펄프를 화학 처리해 특수기계에서 수지와 혼합해 만든다. 나노미터(㎚, 10억 분의 1m) 단위로 나무 섬유 조직(셀룰로오스)을 분해해 수지가 더 쉽게 침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을 통해 무게는 강철의 5분의 1이지만, 5배는 더 강한 CNF가 탄생한다.


과학자들은 2000년대 들어 CNF로 자동차 부품을 제조하는 방안을 다양하게 연구해왔다. CNF가 강철보다 강하지만 훨씬 가볍기 때문에 부품으로 제조 시 자동차 연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줄어들고, 무엇보다 버려지는 목재나 섬유 펄프에서 추출할 수 있다. 소재부터 활용성 측면까지 친환경적이란 평가를 받으며 주목받는 이유다.


화학소재 강국인 유럽과 일본에선 일찌감치 CNF 연구개발(R&D)을 해왔다. 일본은 산업계, 학계, 정부기관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을 구성해 CNF로 자동차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컨소시엄에선 올해 11월 CNF 기반 자동차 부품을 사용해 10% 이상 중량을 줄인 콘셉트카를 공개하기도 했다.

CNF 자동차 부품을 적용한 콘셉트카 출처: 일본 환경성

CNF가 콘셉트카가 아닌 실제로 자동차에 적용되는 첫 사례도 나왔다. 닛케이아시안리뷰에 따르면 최근 일본의 다이오제지는 한 레이싱팀이 사용하는 자동차 보닛을 덮는 후드와 차 문에 CNF 소재를 적용했다. 최종 목표는 양산차에 적용하는 것이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가전제품 제조에 쓰이는 방안도 연구되고 있다. 파나소닉은 CNF로 냉장고와 세탁기를 만드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CNF는 유리섬유보다 절연성이 뛰어나고 재활용도 쉽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늦었지만 차세대 신소재 R&D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국내 중소벤처기업인 씨엔엔티가 CNF 양산 제조 기술 확보에 성공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씨엔엔티는 일본이 기술 보호를 내세워 제대로 된 샘플조차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국내 최초로 자체 양산 기술을 확보하게 됐다고 의의를 전하기도 했다. 


또 9월에는 한국섬유기계융합연구원(KOTMI) 정용일 바이오융합팀 박사연구팀이 친환경 청색기술을 이용해 CNF 기반 전기자동차용 고강도 경량 범퍼를 개발했다. 전기차용 범퍼는 벼의 유기성 폐기물인 왕겨를 원료로 사용했고, 실제 자동차 장착이 예정됐다는 점에서 친환경 자동차부품 상용화를 앞당기는 계기를 마련했다.

왕겨로부터 추출한 나노셀룰로오스

플라스틱 신소재의 자동차 적용은 오래 전부터 시작됐다. 일본 테이진이 개발하는 폴리카보네이트 수지는 차창 유리를 대신하는 것이 목표다. 유리 차창에 비해 무게는 절반에 불과하지만, 충격에 대한 저항력은 무려 200배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찰에 약한 폴리카보네이트 수지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특수보호코팅을 사용한다.


최근에는 재활용, 생분해가 가능한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 개발 연구도 활발하다.


현재 이런 첨단 신소재 적용에 발목을 잡는 것은 비용이다. 자동차 강철판의 원가는 일반적으로 kg당 1달러도 되지 않거나 몇 달러 수준이다. 반면 CNF는 kg당 90달러까지 들 수 있다. 폴리카보네이트 수지 역시 강판보다 수십 배 비싸다.

BMW 6세대 7시리즈 차체에는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과 강철, 알루미늄이 혼합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항공기에 사용됐던 탄소섬유가 최근 들어 고급 차량에 적용되는 것처럼 첨단 신소재의 차량 적용이 먼 미래의 일은 아닐 거라고 내다봤다. 탄소섬유는 강판보다 최대 20배 가량 비싸지만 점점 활용처를 넓혀가고 있다. 탄소섬유 무게는 강철의 4분의1 수준이고 강도는 10배 높다.


미국 자동차연구센터는 오는 2040년까지 레진 및 탄소섬유 등 비금속 부품의 무게가 전체 자동차 부품에서 최대 15%를 차지할 것으로 추산했다. 연비 향상과 친환경 기술 경쟁이 가열될수록 상용화 속도는 빨라질 것으로 기대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김명희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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