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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닫은 삼성 中스마트폰 공장 가보니..밤에는 '유령도시' 방불

조회수 2019. 12. 14. 12: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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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1일(현지시간) 지난 10월 문 닫은 삼성전자의 마지막 중국 스마트폰 공장이었던 광둥성 후이저우 단지를 찾아가 사실상 유령도시가 된 지역 경제를 소개했다.


약 12만㎡ 규모였던 중국 후이저우 공장은 30년 동안 삼성전자 휴대폰 등을 생산하며 지역 경제를 이끌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실적 부진과 미중 무역전쟁 대응책으로 베트남과 인도로 생산기지를 이전하기로 결정한 이후, 이 지역에 먹구름이 꼈다.

삼성전자 중국 후이저우 생산공장 사진 출처:SCMP

후이저우 공장 근처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했던 리빙 씨는 한때 공장에서 일하던 수천 명의 직원들로 북적이던 시절을 떠올렸다. 그는 "삼성의 공장이 이전하기 전에는 월 6만~7만 위안(약 1000만~1200만 원)을 벌 수 있었고, 손님 대부분이 삼성이나 납품업체 직원이었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철수한 뒤에 그의 식당 수입은 지금은 하루 몇 백 위안, 하룻밤에 두세 개 테이블에만 손님이 차는 수준이 됐다.


리씨는 식당이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조만간 문을 닫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 정부가 하루 빨리 2000~3000명 정도 규모의 공장을 유치하길 바란다"라며 "일하는 사람이 있어야만 지역민들도 생계를 이어나갈 수 있다"라고 털어놨다.


후이저우 지방 정부는 아직 삼성이 떠나고 버려진 부지에 대한 사용처를 찾지 못했다. 현지 편의점 주인 리화 씨는 "지역 경제는 이미 죽어가고 있다"면서 "지난 8월과 비교해 사업 규모가 80% 감소했다. 상당수의 근로자가 9월부터 떠났다"라고 말했다. 그는 약국, 슈퍼마켓, 식당, 편의점, PC방, 임대주택, 호텔 등 이곳의 모든 가게는 삼성 직원들의 소비에 의존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후이저우 공장 주변 식당 모습 사진 출처: SCMP

후이저우시 부동산중개업소의 황푸민 영업부장은 "진신다 단지에는 6~7층 규모의 약 1000㎡ 주거용 건물이 100여 채 있는데 대부분이 삼성 근로자들에게 임대됐다"면서 "삼성 공장이 문을 닫자마자 가격이 8월 480만 위안(약 8억 1000만 원)에서 380만 위안(약 6억 4000만 원)으로 곧장 떨어졌고, 지금은 이 가격에도 관심 있는 투자자가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전에는 이 건물들이 삼성과 근처 납품공장에서 일하는 직원들로 붐볐고, 아무리 늦은 시간이라도 젊은 직장인들이 오가며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PC방에서 게임을 했다"면서 "지금은 집들이 대부분 비어있고, 밤이면 유령도시 같다"라고 전했다.


SCMP에 따르면 삼성전자를 대신할 새로운 제조기업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인근 사업체의 적어도 60%는 문을 닫았다.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앞으로 더 많은 기업이 같은 길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후이저우 산업단지 모습

중국 내 공장 환경 전문가인 류카이밍 소장은 "삼성은 세계 최고의 제조기업이고 중국 후이저우 공장은 지난 20년 동안 광둥성과 인근 지방에 공급망 생태계를 구축했다"라며 "광둥성에만 최소 100개의 공장이 문을 닫았고, 삼성만 한 공장이 들어서지 않는 한 주변에 있는 작은 가게나 식당은 고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의 공장 철수는 후이저우에서 서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동관시 장안읍까지 미쳤다. 중국의 유명 산업용 로봇 회사인 야누스 인텔리전트 그룹에게 삼성은 2000년대 후반부터 최대 고객사였다.


야누스 인텔리전트 그룹은 삼성 공장이 철수하면서 일감이 대폭 줄어들었고, 직원 중 일부에게 3개월간의 휴가를 요청했다. 지난달부터 3000명 이상의 공장 인력의 3분의 2가 일할 필요가 없다는 말을 듣고 있고, 하루 일하고 하루 이틀을 더 쉬는 식의 교대 근무를 요구받고 있다. 이대로라면 정상 수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퇴사를 선택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현지 노동법에 따르면 한 달에 월 기본급 1800 위안(약 30만 원)을 받으려면 한 달에 22일을 채워 일해야 한다. 근로자 중 상당수가 15~16일밖에 일하지 못해, 기본급마저 받지 못했다.

이 회사는 몇 년 전만 해도 삼성으로부터 대량 주문을 받고, 1만 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했다. 공장 인근에 6~7층의 민간 건물 40여 채를 임대해 직원 기숙사로 사용할 정도였다. 지금은 20여 채로 줄었다.


후이저우가 활기를 띠기 시작한 것은 중국과 한국이 외교관계 수립 이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1992년 8월 한중수교와 함께 삼성전자와 합작 계약을 체결하면서부터다. 1년 후 후이저우 공장이 가동됐고, 이후 1990년대 스테레오 오디오, 2000년대 초 MP3 플레이어, 2007년 이후 스마트폰 등 당대의 가장 인기 있는 전자제품 생산기지 역할을 해왔다.


2017년 후이저우 공장은 6257만 대의 휴대폰을 생산해 한때 전체 수출입 물량의 약 31%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후이저우 세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3일 삼성 공장이 문을 닫은지 한 달만인 10월 기업 수출액은 140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 감소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김명희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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