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TV로 하이얼 로봇청소기를 조작하는 게 왜 필요한가

조회수 2019. 11. 27. 06: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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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스마트' 할까. 누구는 그렇다고 할 것이고, 다른 이는 그렇지 못하다고 할 것이다. 똑똑한 집, 스마트홈의 기준의 뭘까.

스마트홈의 중심에는 가전이 있다. 기존 가전은 대부분 제한된 기능만 수행했다. TV는 영상만 내보내고, 에어컨은 시원한 바람을 내뿜는다. 냉장고는 온도를 낮춰 음식 보존 기간을 늘린다. 세탁기는 세탁, 헹굼, 탈수를 담당한다. 아직도 많은 가전이 이렇게 독립적으로 '제 역할'만 담당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스마트 가전은 좀 다르다. 우선 연결성을 확보했다. 원격 제어라고 해봐야 리모컨으로 전원 버튼을 누르는 수준이었다면, 연결성을 갖춘 스마트 가전은 스마트폰으로도 제어를 할 수 있다. 와이파이 등 통신이 가능하다면, 외부에서도 에어컨을 켜거나 끌 수 있다.

아직 딱 그 수준이다. 스마트 가전은 제조사라는 벽이 존재하고, 이 벽을 넘어선 연결성은 아직 묘연한 상태다. 가령 삼성전자 에어컨과 LG 세탁기가 있다고 하자. 로봇 청소기는 샤오미 제품을 쓴다. 에어컨을 '스마트'하게 제어하려면 스마트폰으로 '스마트싱스'라는 앱을 내려받아야 한다. 삼성의 가전기기 제어 앱이다. LG는 '씽큐'가 필요하다. 샤오미 로봇청소기를 외부에서 가동하려면 '미홈' 앱을 설치해야 한다. 제조사 하나당 한 개의 앱이 필요하다. 

각 가정에서 가전제품을 '깔 맞춤' 하지 않는 이상, 삼성 에어컨과 LG 세탁기와 샤오미 로봇청소기를 아우르는 스마트홈을 조성하기 쉽지 않다. 서로 다른 제조사는 벽을 가진 스마트 가전의 한계이자 스마트홈의 한계이기도 하다.

제조사 간 벽을 허물기 위해 태어났다 'OCF'

제조사와 상관없이 모든 가전에게 동일한 '연결성'을 부여하려는 시도가 있다. 바로 '오픈커넥티비티재단(OCF)'이다. OCF는 글로벌 기업 주도 하에 합의된 기기 간 통신 체계를 이끌어내기 위해 2016년 설립됐다. 설립 당시 우리나라 삼성전자와,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퀄컴, 시스코, GE디지털 등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했다.

이들이 원하는 건 '개방성'과 '연결성'이었다. 물론 지금도 그 정신은 다르지 않지만, 초기에는 공급자 입장에서 접근했다. 향후 스마트 가전은 서로 연결되는 게 핵심인데, 연결성이 제조사별로 '폐쇄적'이었다. 제조사 별로 서로 다른 디바이스 프레임워크를 사용해야 했다. 예를 들어 A 업체와 B업체가 스마트 가전에 적용할 프레임워크를 따로 개발해야 했다는 의미다. A 세탁기와 B 냉장고를 연결하고 싶으면 A업체는 B업체의 프레임워크를, B업체는 A업체의 프레임워크를 다시 개발하거나 프레임워크를 수정해야만 했다.


이 경우 개발 비용 상승이 불가피하다. 개발 시간도 늘어나 제 시간에 시장에 제품을 내놓기 어렵다. 만약 독자 개발을 하지 않으면 외부 프레임워크를 가져다 써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애플, 아마존, 구글 등이다. 쉽게 연결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애플, 아마존, 구글 등 특정 업체 의존도가 높아진다는 단점이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세계의 모든 가전업체가 참여해 공통의 프레임워크를 만들면 어떨까. 가전 제조사가 모두 참여하고 있어 제조사 간 '벽'을 허물 수 있게 된다. 서로 다른 제조사 가전이더라도 동일한 프레임워크로 구축되기 때문에 추가 개발 비용 없이 쉽게 상호 연동이 가능하다. A 세탁기와 B 냉장고가 처음에는 각자 언어를 사용해 대화가 어려웠다면, 이제는 둘 다 C라는 공통의 언어를 사용해 쉽게 대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C라는 공통의 언어를 만들고 합의하자는 게 OCF다.

난립하는 표준 단체들이 손을 잡았다

제조사와 관계없이 기기 간 상호운용성을 확보하자고 주창한 건 OCF가 처음이 아니다. 이전에도 그러한 움직임이 있었고, 영역별로 상당히 많은 단체들이 설립됐다. 각 단체들은 서로 자기네 방식으로 '공통의 언어'이자 표준을 만들자고 주장했다. 주도권 싸움이 펼쳐진 것이다.

각 제조사 별로 프레임워크를 구축하는 데 선호하는 방식이 달랐을 터다. 조금이라도 자기 쪽에 유리한 방식으로 공통의 언어를 만들고 싶어 했고, 상호운용성 확보를 위한 단체의 난립이 이어졌다. 기기 간 상호운용성 확보를 위한 최고 방식은 자기네들의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OCF 최상위그룹 회원사

우리나라 대표 가전업체이자 라이벌인 두 회사만 보더라도 이런 상황을 쉽게 짐작게 한다. 초기에는 오픈인터커넥트컨소시엄(OIC)라는 단체가 있었다. 역시 표준화 단체다. 삼성전자가 주도했다. 그렇다면 LG전자는 어느 편에 있었을까. 사실상 LG전자는 또 다른 단체인 올씬얼라이언스(Allseen Alliance)를 주도했다.


문제는 이런 단체가 서로 각축전을 펼치다 보면 서로 원하는 것을 얻기 힘들었다. 치킨 게임과 같다.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했다. 각 단체 주도 기업들에게도 이런 공감대가 형성됐고 서서히 통합 작업이 시작됐다.

OCF 일반 회원 일부

먼저 OIC가 가전제품의 홈 네트워크 인터페이스 규격 표준화 단체 '유니버설플러그앤플레이(UPnP)를 통합했다. 2015년 말에 있었던 일이다. 2016년 올씬얼라이언스와도 합병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만남뿐만 아니라, 다수 글로벌 기업이 한 울타리 안에서 지내게 되면서 본격적인 통합의 서막을 알렸다. 지금은 구글 주도 스레드 그룹, 표준화 단체 연합 oneM2M과도 협력체계를 구축해 명실공히 가전 제품 상호운용성 관련 세계 최대 단체로 거듭났다. 27개 국가에서 수백 개의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우리는 어떤 혜택을 받게 되나

이제 가장 단순하면서도 근원적인 질문을 던질 때다. OCF가 되면 우리에겐 무엇이 좋은가.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궁극적인' 스마트홈에 좀 더 쉽게 갈 수 있다. 진정한 스마트홈이라는 지향점에 바로 도착하는 건 아니지만, 구불구불하고 험난한 길을 싹 정비해 고속도로를 깔아 그 위를 달릴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보자. 지금도 가전은 연결돼 있다. 하지만 이건 단순한 연결 수준에 그친다. 스마트폰 하나, 앱 하나로 한 제조사 기기에만 명령할 수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OCF는 하나의 제어 기기-통일된 앱-로 서로 다른 제조사 기기를 제어할 수 있다. 애플 아이폰을 쓴다면 거기에 통합 앱을 깔고, 삼성 에어컨을 켜면서 LG 세탁기도 가동하는 방식이다.

통합 제어를 구현하기 위해 OCF가 지금의 길을 걸어오진 않았을 것이다. OCF가 제안하는 연결성의 '꽃'은 정보 공유다. 각 스마트 가전은 가동과 함께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에어컨은 현재 온도가 얼마이며, 이용자가 어느 수준의 온도를 원하는지를 데이터화할 수 있다. 냉장고는 이용자가 어떤 내부 온도를 선호하며, 냉장고에 장착된 정수기로 물을 몇 번 마시는지, 얼음은 어느 정도 사용하는지 알 수 있다.

각 기기는 OCF를 통해 이 정보를 모두 공유할 수 있다. 더운 여름 저녁, 집 주인이 차를 타고 아파트 주차장에 들어오면 코맥스 보안장치가 우선 인지한다. 코맥스 보안 장치의 데이터가 LG유플러스 통신망을 타고, 파나소닉 스마트 전등으로 도달해 불을 켠다. 집주인은 너무 밝은 빛을 싫어하니 70% 정도로 맞춘다. 동시에 삼성 에어컨이 집 주인이 선호했던 실내 온도에 맞춰 가동된다. 아침에 예약해뒀던 LG 세탁기가 빨래를 시작한다. 집주인이 식사 후 빨래를 널기에 적합한 시간이다. CJ헬로비전 셋톱박스가 저녁 뉴스 채널을 틀어놓고, 쿠첸 전기밥솥이 밥을 짓기 시작한다. 언급한 제조사는 모두 OCF 멤버다.

OCF 어디까지 왔나

이런 상황이 현실화하려면 아직 시간이 걸릴 듯하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도 함께 녹아들어야 한다. 극단적 사례이긴 하지만, OCF 지향점을 한 번에 알 수 있다. 현재도 OCF와 그 멤버들은 이러한 지향점을 향해 뛰고 있다.

OCF 활동이 본격화한 때를 뽑으라면 2017년을 들 수 있다. 이때 삼성전자가 OCF 멤버 가운데 처음으로 '아이오티비티(IoTivity)' 인증 절차에 돌입했다. 아이오티비티는 OCF 프레임워크의 명칭이다. 당시 삼성전자 스마트 TV와 냉장고 등 일부 가전이 아이오티비티 인증을 받았다.

OCF 인증 제품 확인 페이지

이후 LG전자와 해외 가전업체들도 잇따라 인증 절차를 밟았다. 아이오티비티 인증을 획득한 가전제품은 지난해부터 쏟아지기 시작했다. 삼성전자 등 일부 기업은 향후 모든 가전제품을 아이오티비티 인증을 받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아이오티비티 인증을 획득한 가전제품과 기기는 OCF 포럼 '인증 카테고리(https://openconnectivity.org/certified-products/)에서 확인할 수 있다.

타 제조사 제품 간 상호 연동 실험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지난 10월 중국 칭다오에서 열린 '제1회 OCF 리저널 포럼 서밋'에서 한국과 중국 제조사 31곳이 제품 간 상호 연동 시연에 나섰다. 삼성전자, LG전자, 코맥스, 엔텔스, 디티앤씨 등 국내 기업과 하이얼, 오포, 슈어 유니버셜 등 중국 업체가 참여했다.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10'에서는 참여 제조사와 가전 기기 범위를 확대해 상호 연동 시험을 추진한다. OCF는 이 자리에서 표준 상용화를 선언하는 등 거침없는 행보에 나설 계획이다. 

집 밖으로 나가는 OCF...자동차와 헬스케어, 공장까지

OCF는 상호 운용이 가능한 스마트 가전으로 시작했다. 그 끝은 집 안에 국한되지 않는다. 현재 OCF는 자동차, 헬스케어, 스마트팩토리, 보안 등 다양한 영역에 OCF를 적용할 채비를 하고 있다. 각 분야별로 포럼과 협의체를 구성해 적용 방안을 논의 중이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OCF 오토모티브 프로젝트가 가동 중이다. 자동차 제조사 등과 함께 오픈 소스 프로젝트, 장치 제조 등에 관한 표준 수립 등을 계획하고 있다. 커넥티드 카 생태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게 목표다. 나아가 자동차와 집을 연결하고 스마트 시티를 조성할 수 있는 토대를 닦을 계획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OCF는 헬스케어와 스마트 공장, 보안 영역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아직 가전만큼 활성화되지 않았지만, 사용자 의료 건강과 공장 생산성 향상을 위해 IoT를 적용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수많은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입을 모아 말한다. 언젠가는 모든 것이 연결된 세상이 올 것이라고. 커넥티드 월드다. 이 세상에서 OCF가 어떤 역할을 담당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권동준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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