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R도 오심 논란 들끓는 이유

조회수 2019. 11. 17.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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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R : Video Assistant Referee
비디오 보조 심판
출처: FIFA
심판이 VAR을 확인하겠다는 사인

'오심도 경기의 일부다' 오랜 스포츠 역사에서 통용되던 유명한 말이다. 하지만 VAR, 비디오 판독이 본격 도입되고 나서는 오심은 더 이상 경기의 일부가 아니다. 경기 상황을 다시 돌려보고, 모든 상황을 검증하면서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 심판의 진짜 '몫'이 됐다.

정확한 거리를 측정해야 하는 종목이나 부정 출발을 감지하고, 시간을 계측하는 종목에는 이미 '비디오 판독'이 도입된 지 오래다. 하지만 심판이 '정확한' 기록 측정이 아닌 파울, 득점 측면에서 큰 역할을 하는 축구나 야구의 경우, 다시 경기 상황을 돌려보는 경우는 필요 없다고 여겨져 왔다. 경기 흐름이 워낙 중요해 '부당하더라도' 심판의 판정을 받아들이는 것이 당연했다.  

축구 전문가들은 '경기의 흐름을 끊는다', '분위기를 망친다' 또 '오심도 경기에 일부다'라는 이유로 VAR 도입을 반대했고, 본격 적용하기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월드컵에는 지난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처음 적용됐고, 영국 프리미어리그는 2019-2020시즌부터 사용을 허가했다. 


VAR 시스템 원리 

출처: FIFA

심판은 골 상황, 페널티 결정, 레드카드, 제재 선수 확인을 위해 VAR을 신청할 수 있다. 그리고 문제가 된다고 판단한 상황을 다시 볼 수 있다. 흥미로운 건 경기 영상을 느린 화면으로 혹은 다각도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고작 몇 분전 발생한 상황을 어떻게 다양한 각도로 다시 볼 수 있는 걸까? 

출처: FIFA

러시아 월드컵에서 VAR이 진행되는 과정을 살펴보자. 당시엔 한 경기마다 총 33대의 카메라가 설치됐다. 이 중 8대는 4K 해상도에서 초당 120프레임을 찍어내는 슈퍼 슬로우 모션 카메라였고, 4대는 4K 해상도에서 초당 1000프레임을 지원하는 울트라 슬로우 모션용 카메라였다. 또 경기장을 360도 둘러싼 카메라로 선수들의 모든 동작을 실시간으로 촬영, 리플레이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렇게 문제의 장면을 순간 포착하게 되면서 심판이 정확한 판단을 하도록 돕는다.

비디오 판독관 즉 주심과 부심 3명을 제외한 '영상 전문가'는 이 모든 카메라 영상을 활용할 수 있다. 물론 FIFA 공식 경기 심판 자격증도 갖고 있어 축구에 대한 규칙도 심판만큼이나 해박하다. 

출처: FIFA

심판이 VAR을 신청할 경우, 경기 당시 촬영된 영상은 영상 전문가와 함께 모니터가 있는 VOR(Video Operation Room) 통제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위치한 모니터 역시 특별하다. 총 12개의 모니터가 있는데 경기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는 라이브 모니터, 주심이 상황을 볼 수 있도록 하는 3초 딜레이 모니터, 확대가 가능한 VAR 터치스크린 등이 있다.

촬영된 영상은 광네트워크를 통해 VOR에 전송된다. VAR 확인 방법은 두 가지. 주심이 직접 이 VOR 통제실로 들어오는 'VAR 리뷰', 그리고 필드 위에서 주심과 영상 전문가가 상의해 판정하는 '온 필드' 형식이다. 둘의 커뮤니케이션도 이 정교한 광네트워크 무선 시스템으로 진행돼 끊김이 없다. 

VAR은 '오프사이드' 판정 때 특히 많이 쓰인다. 정확한 판단이 필요한 규칙 중 하나이기 때문에 중요한 경기에서는 오프사이드 전담이 꼭 필요하다.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영상 전문가 3명 중 1명이 이를 전담했다.

오프사이드 담당은 두 대의 오프사이드 전용 카메라 영상을 본다. 슬로우 카메라도 물론 쓰이지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가상의 오프사이드 선이다. 오프사이드는 찰나의 순간에 벌어지기 때문에 일반 카메라 프레임으로 보기엔 실시간으로 확인하기 힘들다.  

때문에 오프사이드는 렌즈 왜곡 정도, 필드의 굽음 정도, 시야각을 고려한 가상의 선을 만들어 판정한다. 작은 오차라도 있을 경우 경기 흐름이 완전히 바뀔 수도 있어 러시아 월드컵 당시에는 매 경기 전 이 선을 보정했다고 한다. 


축구에서는 여전히 논란

느리게 보고 가상의 선까지 만들어 '정확한 판단'을 내리겠다는 VAR. 문제는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는 거다. 

출처: NBC Sports

지난 9월 21일, 토트넘과 레스터시티의 경기에서 골이 무효 판정이 난 바 있다. 후반 19분 세르주 오리에가 골을 넣었지만, 손흥민 선수가 볼을 잡을 때 이미 오프사이드 위치였다는 것. 심판은 VAR을 통해 '노골' 선언을 했고, 해당 장면은 큰 논란이 됐다.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 명백한 오프사이드는 아니었다. 주심은 손흥민의 어깨가 수비수의 무릎보다 앞섰다는 판정을 내렸지만, 육안으로 확인하긴 어려웠다. 실제로 주심은 해당 장면을 확대하면서 살펴보기도 했다.  

이에 영국의 배팅업체 패디파워는 "VAR 심판들은 득점 과정에서 손흥민의 속눈썹이 오프사이드에 걸렸다고 판정했다"라면서 비꼬았다. VAR 도입이 '명백한 심판의 오심'을 잡기 위한 것인데, 센티미터 오프사이드 판정을 번복하기 위해 사용된 셈이다.  

이렇듯 판정에 대한 논란이 나오자 "VAR이 축구를 죽이고 있다", "축구 경기의 생명력이 사라지고 있다", "VAR이 쓰레기처럼 쓰이고 있다"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출처: FIFA

심판만 VAR을 신청할 수 있다는 규칙도 논란이 되고 있다. FIFA의 VAR 규칙에 따르면, VAR은 주심이나 부심이 주심에 요청할 때만 허용된다. 선수가 요청할 경우 '경고'나 '퇴장'이 주어질 수도 있다.

VAR을 도입한 이유 중 하나가 오심, 편파판정을 막기 위한 것이었는데, VAR 신청을 심판만 할 수 있다니. 야구, 배구, 테니스, 크리켓에서는 감독이 비디오 판독을 신청할 수 있다. 흐름을 끊으려는 꼼수를 막기 위해 횟수 제한을 두는 등 정해진 규칙 내에서 이긴 하지만. 

프리미어리그 소속 감독들은 감독이 VAR 적용을 심판에게 요구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프리미어 리그 측이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도입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FIFA

10대가 넘는 카메라를 설치하지만, 축구장 내 모든 상황을 100% 잡아내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 축구장 전경을 모두 담는 카메라가 있긴 하나, 그레이존(Gray zone)이 존재하는 것이다. 주로 공에 초점을 둔 중계 장면을 중심으로 촬영하게 때문에 상황을 정확히 알 수 없을 때도 있는 것.

기술적인 문제로 노이즈 현상이 생기거나, 앵글이 흔들리는 경우에도 문제의 장면을 놓칠 수 있다. 이런 경우 심판의 재량에 맡길 수밖에 없다. 결국 다시 '오심도 경기의 일부다'라는 말이 나올 수도 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전다운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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