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세 유니콘 기업 CEO가 인도네시아 장관으로

조회수 2019. 10. 28. 17: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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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세 인도네시아 유니콘 기업의 창업자가 새로 꾸려지는 자국 내각에 합류하기 위해 대표직을 사임했다.


21일(현지시간) 나디엠 마카림 고젝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입각 제안을 수락했다고 밝히면서 "내각에 합류하게 된 것은 큰 영광"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지난해 8월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 호텔에서 만난 나디엠 마카림 고젝 창업자(사진 왼쪽)와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사진 출처:Press Secret Bureau

올해 재선에 성공한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전날 자신의 두 번째 5년 임기를 시작하는 취임식을 치렀다. 군부나 정치인 출신이 아닌 첫 번째 대통령으로 친서민 이미지에 개혁적 성향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인도네시아가 네덜란드에서 독립한지 100년이 되는 2045년까지 국내총생산(GDP) 7조 달러 달성을 목표로 내걸었다. 이를 위해 스타 CEO를 발탁, 디지털 경제 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나디엠 마카림이 2010년에 설립한 고젝은 인도네시아 최초 유니콘 기업으로 인도네시아의 '우버'로 불린다. 구글, 테마섹홀딩스, 텐센트, JD닷컴 등으로부터 거액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기업가치가 100억 달러(약 11조 7000억 원)에 이른다. 오토바이 운송 서비스에서 시작해 음식 배달, 식료품 및 서비스, 물류와 의약품 배달, 모바일 결제 플랫폼 '고페이'까지 20여 가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0만 명 이상의 드라이버 파트너와 40만 개 이상의 가맹점을 확보하고 있다. 


나디엠 마카림은 1984년생으로 올해 35살의 젊은 기업가다. 그는 정치 명문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나디엠 마카림의 아버지는 변호사이자 부패방지 활동에 앞장서는 운동가이고, 어머니는 프리랜서 작가다. 외할버지는 인도네시아 독립운동의 원로로 1949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회의에서 네덜란드로부터 독립을 얻어낸 대표단의 일원이었다.

나디엠 마카림 고젝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사진 출처: CNBC Indonesia

나디엠 마카림은 자카르타와 싱가포르에서 학교를 다녔다. 싱가포르에서 고등학교를 마친 뒤 미국 브라운대학교에서 국제관계를 전공하고 대학원을 마쳤다. 이후 하버드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맥킨지앤컴퍼니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시작해 온라인 쇼핑몰 잘로라(Zalora Indonesia)를 공동 창업하면서 기업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나디엠 마카림은 잘로라를 나와 결제회사 카루타쿠(Kartuku)의 CIO(Chief Innovation Officer)로 일하면서 본격적으로 고젝 창업에 공을 들였다. 고젝 초반에 직접 거리로 나가 발로 뛰며 오토바이 기사들을 영입했다. 전화 등 수작업으로 드라이버와 고객을 연결하던 고젝은 2014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출시하면서 폭발적으로 인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나디엠 마카림이 조코 위도도 대통령 2기 내각에 합류하면서 고젝의 여정도 2기로 넘어가게 됐다.

이날 고젝은 안드레 소엘리스티요(Andre Soelistyo) 현 고젝 회장과 케빈 알루위(Kevin Aluwi) 공동창업자 겸 CIO(Chief Information Officer)가 공동 대표이사직을 맡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나디엠 마카림이 그동안 고젝의 대외적 얼굴 역할을 해왔다면, 두 사람은 고젝의 내부 경영 및 전략 계획 등을 도맡아왔다.

고젝은 오토바이 호출 서비스에서 시작, 현재는 20여 가지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O2O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안드레 소엘리스티요는 호주 시드니 공과대학을 졸업했다. 그는 여러 기업을 거쳐 2014년 고젝이 모바일 앱 사업으로 확장할 때 투자를 했던 노스스타 그룹의 임원으로 일하다가 2016년 고젝에 합류했다.

케빈 알루위는 미국 서던 캘리포니아대학을 나와 애널리스트 등으로 일했다. 이후 나디엠 마카림이 공동 창업한 잘로라에서 일하면서 2013년 고젝에 합류했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고젝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기도 했다. 


나디엠 마카림은 고젝 총 주식의 4.81%를 보유하고 있으며, 최대 개인주주로 알려졌다. 고젝이 아직 상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보유지분 가치로 인도네시아 150대 부자로 꼽히고 있다. 그는 21일 조코 위도도 대통령 내각 합류 소식을 알리면서 앞으로 고젝의 어떠한 직책과 권한도 없다고 못 박았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 2기 내각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지는 아직 정확하게 발표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그가 교육부 장관이나 디지털 경제와 관련된 주요 직책을 맡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코 위도도 1기 정부에서 그간 부족했던 교통이나 철도 등 인도네시아 하드웨어 인프라 건설에 주력해왔다면, 2기 정부에선 소프트웨어 인프라 강화 및 개혁 드라이브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시내 모습.

인도네시아는 2억 7000만 명이 넘는 세계 4위 인구 대국이다. 한 컨설팅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인터넷 경제는 2025년까지 1000억 달러 이상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인구 100만 명당 278명의 엔지니어를 배출하는데 그치고 있다. 조코 위도도 정부가 인터넷 경제와 기술 창업 등에 밝은 젊은 기업가를 주요 내각으로 등용해 공공 정책과 산업 간 격차를 해소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한편에서는 인도네시아 시장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고젝과 그랩이라는 동남아 최대 유니콘 기업의 비즈니스에도 긍정적 변화가 일 것으로 기대했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 기반을 둔 차량호출기업 그랩과 인도네시아 차량호출기업 고젝은 최근 동남아 전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택시서비스 규제 문제 등을 겪고 있다. 


특히 하버드 경영대학원 동문으로 비슷한 시기 차량호출기업을 시작한 앤서니 탄 그랩 창업자와 나디엠 마카림 고젝 창업자는 종종 비교 및 경쟁 대상이 되었다. 이번 마카림의 입각으로 동남아 최대 유니콘 기업인 양사의 경쟁 양상이 어떻게 변화할지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김명희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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