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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기술]지속 가능한 청정 연료, 태양열로 조리하는 '솔라 쿠커'

조회수 2019. 10. 17. 0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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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명 중 3명. 42%를 살짝 넘는다. 이 숫자의 의미가 무엇일까. 가스레인지를 켜면 푸른빛의 불꽃을 만나고 전기 인덕션으로 요리를 하는 우리에게는 와닿지 않는 숫자다. 오늘날 전 세계 사람 중 42% 가스와 전기 혹은 기름 등 현대적 연료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

이유는 단순하다. 경제적으로 빈곤한 국가에서 가스와 전기를 얻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직도 수많은 개발도상국에서는 전기와 가스, 기름 등 연료 부족에 허덕인다. 

연료는 우리가 생존하기 위해서 꼭 필요하다. 가장 대표 사례는 조리다. 연료가 부족할수록 조리되지 않은 음식을 먹을 확률이 높아진다. 제대로 익지 않은 음식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

다른 조리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나무가 있다. 전통적으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조리 방법이다. 땔감을 가져와 불을 피우고 음식을 익힌다. 그러나 일부 국가에서는 이 나무조차 구하기 어렵다. 땔감을 구하기 위해 수 km~수십 km를 다니는 경우도 있다. 한번 들고 올 수 있는 땔감의 양도 한정돼 있다. 이 노동을 담당하는 건 대부분 여성이나 아이들이다.

환경 문제도 무시하지 못한다. 나무를 태울 때 발생하는 탄소의 양이 만만치 않다. 땔감을 얻기 위한 무분별한 벌목도 환경 파괴의 주범이다. 나무를 태워 연소시킴으로써 탄소를 배출하고, 나무를 끊임없이 벌목해 탄소를 정화할 수 있는 기능마저 마비시키는 '악순환'의 반복이다. 

솔라 쿠커(Solar Cooker ·태양광 조리기)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 지속 가능한 태양 에너지를 이용해 조리를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열을 얻는다. 땔감이 필요 없으니 땔감을 구하기 위해 노동력을 쏟을 필요도 없다. 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니 친환경적이다. 환경을 고려하고 지역 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적정 기술'의 대표 사례다.

호레이스 베네딕트 소쉬르

최초의 솔라 쿠커는 적정 기술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솔라 쿠커 초기 개념은 스위스 지질학자이자 기상학자, 물리학자였던 호레이스 베네딕트 소쉬르가 제시했다. 산악 탐험가였던 그는 태양빛을 모아 조리를 위한 열을 얻는 기본 원리를 정립했다. 이후 1870년대 프랑스 외인부대에서 원리를 발전시켜 실제 활용하기 시작했다.

오븐 형태의 이동이 쉬운 솔라 쿠커, 캠핑 용품 등으로 판매된다.

이처럼 솔라 쿠커는 개발도상국이나 빈곤 국가의 어려운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기술이라기보다는 언제 어디서든 조리할 수 있는 이동식 조리 도구에 가까웠다. 햇빛만 강하게 내리쬔다면 추가적인 연료를 가지고 다니거나 땔감을 구할 필요 없이 조리를 할 수 있었다.

솔라 쿠커가 본격적으로 '적정기술'로 주목받기 시작한 건 1980년대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독일 발명가 볼프강 셰플러는 1982년 셰플러 조리기를 만들었다. 태양열을 이용해 조리하는 기구가 전무했던 건 아니다. 그럼에도 셰플러 조리기를 손꼽는 이유는 아프리카와 저개발 국가의 사람을 돕기 위한 '적정기술'로서 솔라 쿠커의 존재 가치를 재정립했기 때문이다. 

볼프강 셰플러

솔라 쿠커의 원리는 단순하다. 햇빛을 반사할 수 있는 반사판으로 빛을 특정 공간(조리 공간)에 집중시킨다. 태양열이 한곳에 모이면서 온도가 높아지는데, 이 온도로 음식을 조리한다. 이때 반사판은 높은 반사율을 가질수록 좋다. 또 빛이 모이는 공간은 광택이 없는 검은색의 소재를 사용한다. 빛을 흡수해 열에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사판의 형태에 따라 에너지 모이는 양에 차이가 있지만, 화창한 날씨에 효율 높은 반사판을 사용했을 경우 최대 400℃까지 온도를 높일 수 있다고 한다. 제품마다 차이는 있지만, 보통 60도 이상이 되면 사실상 조리가 가능해 솔라 쿠커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

상자 형태의 솔라 쿠커

솔라 쿠커가 완벽한 것은 아니다. 바람이 강한 날이나 햇빛이 약한 날에는 효율이 떨어진다. 나무 땔감을 사용하는 것보다 조리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그러나 땔감을 구하러 다니는 시간 등 노동력을 다른 곳에 할애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무엇보다 나무 땔감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에너지를 조리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기술이다. 적정 기술의 기본 요소를 갖춘 것이다. 솔라 쿠커 하나로 연간 1톤의 나무를 살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성능이 뛰어난 솔라 쿠커 경우 태양을 추적하며 빛을 받고 열을 축적할 수 있어 효율이 매우 높다. 그러나 센서 등 여러 장치와 고효율 반사판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가격이 높아진다. 저렴한 가격으로 조리기를 확보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접근성이 떨어진다.

Solar Cooker International의 솔라 쿠커

이에 Jewish World Watch, KOZON, Solar Cooker International 등 비정부기구(NGO)와 사회적 기업은 보다 단순한 형태와 구조, 저렴한 재료로 만들 수 있는 솔라 쿠커를 개발하기도 했다. 이들은 종이박스와 골판지 등에 알루미늄 호일을 여러 모양의 솔라 쿠커를 만들었다.

저렴한 제조 비용으로 솔라 쿠커 확산 속도가 빨라졌다. Solar Cooker International의 2018년 사업 보고서를 보면, 이 회사는 320만개 이상 솔라 쿠커를 개발 도상국가와 빈곤 국가에 공급했다. 약 1150만명이 솔라 쿠커의 직접적 혜택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솔라 쿠커가 적정 기술로서 가치를 인정받는 건 지속 가능성과 현지 경제 활동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Solar Cooker International은 2017년 한해 60여명 이상 탄자니아 여성을 고용, 자체적으로 솔라 쿠커를 생산할 수 있었다. 솔라 쿠커를 통한 일자리 창출에 성공했다. 이러한 사업 모델은 탄자니아 외 아프리카와 인도 등 다른 국가에도 확산되고 있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권동준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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