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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슨, 전기차 프로젝트 왜 포기했나?

조회수 2019. 10. 17. 09:1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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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공청소기 제조업체로 유명한 다이슨이 야심 차게 추진하던 전기차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영국 가전업체 다이슨의 설립자 제임스 다이슨은 10일(현지시간) 전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2021년부터 싱가포르에서 생산 계획이던 전기차 프로젝트를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다이슨 전기차 모습 상상도 출처: https://www.autocar.co.uk

다이슨은 전기차 개발에 투입됐던 500여 명의 엔지니어는 회사 내 다른 개발로 이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기차 제조 과정에서 확보한 기술은 인공지능(AI), 로봇공학, 배터리 등 기타 개발로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애초 계획했던 25억 파운드(약 30억 달러) 투자 금액 중 남은 금액을 밝히지 않았지만, 투자액은 진공청소기, 공기 정화 필터 등 회사의 주력 사업 개발에 재배치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이슨은 2년 전 기존 차량과는 완전히 새로운, 차별화된 전기차 개발을 약속했다. 심지어 올해 초에는 구상 중인 전기차의 형태 관련 특허를 출원하면서 프로젝트가 순항하는 것처럼 비쳤다. 


제임스 다이슨은 "개발 과정 전반에 걸쳐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더 이상 상업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볼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또 다이슨은 500여 명이 일하는 전기차 프로젝트 부서의 매각도 추진해봤으나 구매자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다이슨 창업주인 제임스 다이슨

제임스 다이슨은 "처음부터 우리는 위험을 감수하고 새로운 제품과 기술로 도전했다"면서 "이러한 접근 방식은 혁신적이지만 결코 쉬운 여정은 아니다"라며 "이것은 방향을 바꾼 첫 번째 프로젝트도 마지막 프로젝트도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다이슨은 2년 전 전기차 프로젝트에 본격적으로 착수하면서 자사의 배터리 시스템, 공기역학 기술 등 첨단 제조 분야에서 쌓아올린 전문성이 전기차 프로젝트에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기대했다.


다이슨은 올해 초 브렉시트를 앞두고 본사를 영국에서 싱가포르로 이전하는 계획에 대해 비판을 받았다. 제임스 다이슨이 브렉시트 지지자였기 때문에 비난은 더욱 거셌다. 


이에 회사는 본사 이전은 대부분의 자사 고객이 아시아 지역에 있기 때문에 제조 공장을 가깝게 두려는 목적이라고 해명했다.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면서 생기는 문제나 세금 혜택과는 상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고위 경영진이 주력 제품은 물론이고 자동차 제조를 주로 하게 될 싱가포르에서 좀 더 효율적 관리를 하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다이슨의 싱가포르 전기차 생산시설 렌더링 이미지

다이슨은 전기차 개발 프로젝트를 접었지만, 싱가포르 이전 계획은 접지 않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다이슨의 전기차 프로젝트 실패가 예견된 수순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영국 애스턴비즈니스스쿨의 데이비드 베일리 교수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테슬라는 수십억 달러를 전기차 개발에 투자했지만 적자거나 거의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폭스바겐과 포드가 연구개발에 협력하고, 마찬가지로 재규어 랜드로버, BMW도 손을 잡고 있다. 연구개발비를 회수하려면 엄청난 투자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경제매체 블룸버그도 사설을 통해 전기차 시장은 극심한 경쟁 중이라며, 다이슨이 전기차 시장을 너무 쉽게 봤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 자료에 따르면 화석연료 엔진을 장착한 자동차는 약 3만 개의 부품이 필요하지만 전기차는 그 3분의 1수준인 1만 1000개의 부품만 있으면 된다.

전기차 제조가 기존 차량 제조보다 상대적으로 덜 복잡한 까닭에 진입장벽이 낮아졌고, 수많은 전기차 신생업체가 뛰어들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몇 년 사이 등장한 미국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와 중국의 바이튼, 니오(NIO) 등이다.


블룸버그 자체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전기차 업체들은 약 180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하고 43개 모델과 연간 390만 대의 차량 제조 계획을 발표했다. 경쟁이 심한 상황이다.


다이슨이 지난해 11억 파운드(약 13억 달러)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을 거뒀지만, 이는 자동차 분야 공룡기업들이 보유한 투자 여력에 비하면 새 발의 피 수준이다. 독일 폭스바겐은 오는 2025년까지 연간 200만 대의 전기차 생산을 목표로 전장화에 52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블룸버그는 다이슨은 전기차 시장에서 퇴각을 선언하는 마지막 기업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미 다른 신생 전기차 제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와 바이든이 투자한 전기차 업체 니오의 주가는 실적 부진으로 인해 지난해 기업공개(IPO) 이후 최고가에서 86% 하락했다. 중국에 기반을 둔 전기차 업체 패러데이 퓨처는 몇 번이나 파산 위기 직전까지 갔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상황에서 더 늦기 전에 다이슨이 포기를 선언한 것은 차라리 현명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프로젝트를 잘못 추진했을 경우 오히려 주력 사업인 진공청소기와 헤어 드라이기 등에 악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김명희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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