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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기술]<1>빈곤을 벗어나, 돈을 벌어준 양수기 '머니 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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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이란 단어는 그 자체로도 목마르다. 우리나라에서 가뭄은 때를 가린다. 기후변화로 경계가 모호 져 가고 있지만, 4계절이 있기 때문이다. 대체로 봄이 가물다. 우리에게 가뭄은 때때로 찾아오는 재해다.

아프리카는 상황이 다르다. 여기서 가뭄은 시기를 가리지 않는다. 이곳 사람들에게 가뭄이란 재해는 '일상'이다. 목 마름이 일상인 만큼 고통스럽다. 고통은 때때로 생존을 위협한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마실 물이 부족하면 생명을 유지하기 어렵다. 마실 물이 있다고 하더라도 겨우 살아낼 뿐이다. 몇 모금의 물을 마시며, 살아가는 것이 인간답게 사는 것일까. 이들은 경제 활동으로 수익을 얻고 소비를 하는 우리의 '일상생활'을 영위할 순 없을까.

물론 이들도 농사를 짓는다. 그 결실은 자급자족일 경우도 있고, 시장으로 나와 매매 행위로 이어질 때도 있다. 그러나 규모는 절대적으로 작다. 마실 물도 부족한 상황에서 농사지을 농업용수를 확보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moneymakerpumps.org 홈페이지

아프리카 지역 물 부족으로 인한 생존 위협과 경제 활동에서의 배제라는 악순환 고리를 끊어내는 방법은 없을까. 1991년 아프리카 케냐에서 아프로텍(ApproTec)을 설립한 닉 문(Nick Moon)과 마틴 피셔(Martin Fisher)도 같은 고민을 했다. 아프로텍은 현재 킥스타트(KickStart)로 이름을 바꿨다. 킥스타트는 발로 레버를 돌려 내연기관에 시동을 거는 방법이란 뜻도 있다.

케냐의 물 부족을 고민했던 두 사람의 만남

닉 문은 엔지니어였다. 마틴 피셔는 미국 스탠퍼드 대학 기계 공학 박사 출신이다. 이들은 물 부족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에 비탄했다. 킥스타트는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단체이자 사회적 기업이다.

닉 문(왼쪽)과 마틴 피셔.

출처skoll.org

단순히 마실 물을 주는 것으론 현지인의 삶을 개선하지 못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경제라는 영역에서 이들도 활동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킥스타트의 사업은 여기에 초점을 맞췄다. 해답은 역시 '물'이었다.


케냐라고 해도 물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일단 지하수가 있다. 일부 저수지도 존재한다. 선진국에서는 관개 시설을 확충해 농지에 물을 대고 뺄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는 그런 인프라를 갖출 자본이 마땅치 않다. 참고로, 닉 문과 마틴 피셔가 케냐에서 활동할 당시 케냐인 10명 중 7명이 농민이었다.

케냐 주민이 인근 연못에서 물을 담는 모습

출처samaritanspurse.org

관개시설이 부족하니 물을 농지까지 옮기는 것이 관건이다. 케냐에 충분한 것을 꼽으라면 노동력이다. 일할 사람은 충분하다. 지하수를 깊게 파 우물처럼 활용할 수도 있다. 저수지에서 수통으로 매번 물을 담고 쏟아낼 수도 있다. 그러나 투입되는 노동력에 비해 얻을 수 있는 물의 양은 한계가 있다. 양수기(펌프)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보통 양수기라고 하면 기름을 이용한 발전기로 모터를 돌리고 이 힘으로 물을 끌어올린다. 하지만 케냐에는 적합하지 않다. 이들에겐 첨단인 양수기는 가격이 비싸다. 기름을 살 돈도 부족하다. 닉 문과 마틴 피셔는 노동력을 원천으로 삼은 양수기를 고안했다. 발로 물을 끌어올리는 펌프 '머니 메이커'가 탄생한 순간이다. 이때가 1998년이다. 

사람이 동력이 된 양수기를 만들자

사람의 힘으로 지하에서 물을 끌어올리는 양수기는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사용했다. 상수도가 전국적으로 갖춰지기 전의 일이다. 

사진 a1

출처sciencing.com

[사진a1]은 손을 쓰는 양수기 개념도다. 양수기 펌프로 어떻게 물을 끌어올리는지 알 수 있다. 손잡이(Force rod)를 아래로 누르면, 피스톤(Piston rod)가 올라간다. 이때 압력으로 지하수 바로 위에 있는 체크밸브(Check valve)가 열린다. 지하수가 어느 정도 올라오면 손잡이를 올려(혹은 그대로 둬 원상복귀) 피스톤을 아래로 내린다. 이때는 피스톤에 있는 체크밸브가 열려 실린더 안에 물을 채운다. 이걸 반복하다 보면 지하수가 양수기 밖(Water outlet)으로 쏟아져 나온다. [사진a2]를 보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사진a2

출처wikimedia.org

이런 손잡이용 양수기는 생활용수를 사용할 때 적합하다. 농지에서 쓸 관개시설에는 보다 많은 물이 필요하다. 손보다 좀 더 강력한 힘이 필요한데, 킥스타트는 이 힘을 발(을 포함한 몸무게)로 대체했다.

사진 a3

출처킥스타트

킥스타트에서 개발한 머니 메이커 개념도다. 손잡이 대신 2개 발판(페달)이 존재한다. 실린더도 2개다. 고무 밸브가 열렸다 닫혔다 하면서 물을 끌어올리는 건 같다.

머니 메이커를 사용하면 최대 7m 아래에 있는 지하수를 끌어올릴 수 있다. 이를 다시 7m 높이까지 올리는 힘을 가지고 있다. 머니 메이커로 물을 이동시킬 수 있는 최대 거리가 14m라는 뜻이다. 지하수만 충분하다면 하루에 2에이커(2448평) 농지에 물을 공급할 수 있다.

사진 a4

출처킥스타트

적정 기술의 대표 성공 사례로 주목

머니 메이커는 적정 기술의 대표 사례로 끊임없이 회자된다. 상당히 성공한 적정 기술이기도 하다. 머니 메이커 특성과 킥 스타트의 사업 성격을 보면 알 수 있다.

머니 메이커 맥스

출처킥스타트

머니 메이커 맥스

출처킥스타트

머니 메이커를 무료로 배포했을 때 사용률은 30%에 불과했다. 하지만 판매를 하니 농가에서 머니 메이커를 사용하는 비율이 80%까지 높아졌다. 그만큼 농사와 수익 창출에 대한 의지가 커진 것이다. 여기서 케냐 농민들은 머니 메이커를 구입한다는 '투자' 개념을 익히고, 이에 따라 수익 창출이라는 '투자 회수'의 필요성을 깨달았을 것이다. 킥스타트의 제품과 사업 디자인 기준은 첫째가 소득 창출이다. 둘째가 6개월 이내 투자 회수다.

머니 메이커가 적정 기술 성공 사례라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적정 기술의 요건에 대해 언급할 필요가 있다. 사람과 단체, 기관마다 적정 기술의 정의가 다르다. 이를 대략적으로 종합하면 △현지화된 △지속 가능한 △환경친화적 기술(혹은 발전)이다.

머니 메이커 주요 교체 부품

출처킥스타트

현지화란 적정 기술 대상 지역 문화와 경제적 상황에 걸맞다는 의미다. 머니 메이커는 물이 부족하지만, 농민 비중이 높은 케냐 상황에 적정했다. 지속 가능성은 이 제품과 사업이 계속 유지될 수 있는가를 묻는다. 머니 메이커는 유료지만 킥스타트는 1년간 제품 무상 보증을 실시한다. 제품 고장 시 주요 부품을 교체할 수 있도록 했다. 그 원리가 간단해 이용자가 쉽게 수리할 수 있다.

킥스타트 회사 자체도 머니 메이커 판매 금액의 7% 수준 마진을 남겨 사업을 지속 영위한다. 머니 메이커 판매 금액에는 유통업자 수익도 포함된다. 

전동 펌프가 아닌 인력을 사용하는 만큼 친환경적이다. 기름 발전기도 활용하지 않는다. 머니 메이커 구동 환경 자체가 노동집약적인 만큼 일자리 창출에도 일부 도움을 줄 수 있다. 적정 기술이 요구하는 대부분의 조건을 머니 메이커는 만족했다.

머니 메이커 농부, 수익률 500% 급증

머니 메이커는 농부와 일하는 파트너를 통해 공급된다. 파트너에는 유통 업체뿐만 아니라 국제 비정부기구(NGO), 지역 NGO, 국제연합(UN) 관계 기관, 종교단체, 해외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도 참여하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활동(CSR) 사업으로도 머니 메이커가 아프리카 농부들에게 판매됐다.

머니 메이커 판매가 늘어나자 킥스타트는 케냐에서 시작해 아프리카 거점을 잠비아와 가나까지 확장했다. 현재 아프리카 16개국 이상에서 머니 메이커를 자국 내 관개 사업에 활용한다.

머니 메이커 힙 펌프

킥스타트는 제품 포트폴리오도 추가했다. 기존 머니 메이커는 머니 메이커 맥스로 개선하고, 하위 모델인 머니 메이커 힙 펌프를 새로 만들었다. 머니 메이커 힙 펌프는 16kg의 머니 메이커 맥스보다 가벼운 4.5kg다. 누구나 쉽게 가지고 다니며 물을 끌어올릴 수 있다.

머니 메이커 힙 펌프가 물을 끌어올릴 수 있는 최대치는 14m로 머니 메이커 맥스와 같다. 하루에 물을 줄 수 있는 농지 넓이가 1.25에이커(1530평)로 조금 줄어들었다. 사용 방식은 자전거에 공기를 넣는 기구와 유사하다. 발로 장치를 고정하고 양손으로 손잡이를 눌러 양수한다.

머니 메이커 힙 펌프

출처킥스타트

2016년 기준으로 머니 메이커는 29만6000개 이상 팔렸다. 킥스타트는 22만2000여개 관련 기업과 사업이 새로 생겼다고 분석했다. 기근에서 벗어난 사람 수는 어림잡아 111만명이 넘는다.

머니 메이커를 활용한 농부는 수입이 150달러에서 850달러로 약 500% 정도 상승했다고 한다. 

머니 메이커는 가뭄과 기근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물을 줬다. 그리고 일자리를 창출했다. 그들이 돈을 벌 수 있게 도왔다. 만약 머니 메이커가 공짜였다면,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적정 기술의 지속 가능한 발전은 머니 메이커에 의해 입증됐다. 발로 밟아 물을 끌어올리는 양수기 펌프가 누군가에게 먹고 살 수 있는 돈을 마련해준 것이다.

빈곤을 벗어나는 신속하며, 비용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법

킥스타트의 창업자 닉 문은 2018년 10월 10일 백혈병과 싸우다 세상을 떠났다. 백혈병 진단을 받고 치료를 위해 영국으로 떠나기 직전까지 그는 케냐에서 머물렀다.

고인이 된 닉 문

1986년 케냐에서 닉 문을 만나 32년간 동업한 또 다른 창업자 마틴 피셔는 그를 떠나보내며 이런 추도사를 남겼다.

"닉은 배경이나 삶의 위치에 관계없이 만난 모든 사람에게 고유한 추진력과 잠재력이 느꼈습니다. 아프로텍/킥스타트를 시작한 것도 이러한 믿음 덕분입니다. 우리가 함께 일할 때 우리는 빈곤에 대한 유일하고 진정한 해결책을 깨달았습니다.

(그것은) 빈곤을 겪는 수백만명의 사람들에게 그들이 가진 추진력과 잠재력을 활용해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을 하고, 보다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아프로텍/킥스타트의 사명은 수백만명의 사람들을 빈곤에서 신속하고 비용 효율적이며 지속 가능하게 벗어나게 하는 것입니다. "

테크플러스 에디터 권동준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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