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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했다 1994 '미래의 컴퓨터'...25년전 섬뜩한 예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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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현실이 되기까지 얼마나 걸릴까. 내일이라는 미래는 하룻밤만 지나면 현실이 된다. 그러나 1년 뒤 미래가 현실이 되려면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10년은 더욱더 그렇다.

미래가 현실이 되기까지 오래 걸릴수록 예측은 어려워진다. 당장 내일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는데, 1년 뒤를 미리 아는 건 보다 어려운 일이다. 그만큼 변수가 많아진다. 10년은 더 어렵다.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미리 예측하고 대비하는 학문을 미래학이라고 한다. 미래학이 진정한 학문인가에 대한 논쟁도 있지만, 불확실한 미래를 조금이라도 미리 보고, 수많은 사건을 대비하려는 인간의 노력은 필요하다. 단순한 예언이 아니라 과학적인 방법으로 수행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지난 추석 연휴 동안 처갓집 서재에서 미래를 내다보려는 과거의 조각과 만났다. 미래학이란 거창한 이름으로 수사할 필요까진 없지만, 정확히 25년 전 과거가 오늘이라는 '미래'를 예측하고 상상하려는 노력이 비상했다.

주인공은 1994년 1월 출간한 '컬러판 하이디 과학탐구 : 컴퓨터와 산업'이라는 책이다. 교육문화사에서 엮은 것으로 아동용 교육 도서 전집 중 하나다. 아직 인터넷도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20세기 말 컴퓨터라는 용어는 첨단 기술의 상징이었고, 이 책은 그러한 첨단 기술을 어린이들도 쉽게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냈다. 지금 보면 과거의 유물처럼 보인다.

'아 이때는 이랬구나'하고 책장을 덮을 수 있었지만, 첫 페이지를 넘기자 등장하는 '미래의 컴퓨터' 상상도(예상도)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25년 전 상상했던 '미래의 컴퓨터'를 간단하게 표현한 그림이지만, 당시 예상했던 미래가 현실이 되었음을 실감하게 했다. 이 책에서의 미래가 현실이 되기까지 시간이 약 25년 안팎인 듯하다.

(1) 컴퓨터를 이용한 사무기기 시스템

우리나라에서 회사 운영을 위해 컴퓨터를 처음 도입한 민간기업은 금성사(현 LG전자)다. 고 구인회 LG 회장 지시로 IBM 360 모델을 도입했다. 당시 금성사의 컴퓨터 기반 관리 수요가 커지면서 전산실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1969년 일이다.

1990년대는 이때부터 약 20년이 지났지만, 지금처럼 컴퓨터가 대중화되진 못했다. 대기업에서는 컴퓨터가 어엿한 사무기기로 자리 잡았지만, 중소기업과 영세 업체에서는 여전히 수기로 장부를 쓰는 일이 잦았다. 컴퓨터를 이용한 사무기기 시스템 대중화가 책이 출판된 1994년에는 미래의 일이었을 것이다.

다른 '미래의 컴퓨터'를 상상한 것보다 사무기기 시스템은 보다 빠르게 자리 잡았고, 예상을 뛰어넘어 성장했다. 지금은 기업뿐만 아니라 가정에도 PC가 보급됐다. 상당 부분 사무 업무를 PC와 함께, 스마트폰으로 처리한다. PC와 휴대전화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전화 통화만 가능한 휴대전화도 엄청난 고가였던 90년대, 지금과 같은 사무기기 트렌드는 쉽게 예측하기 어려웠으리라.

지금은 단순 컴퓨터만 이용하지 않는다. 사무 환경에 인터넷에 기반을 둔 클라우드도 빼놓을 수 없다. 적당한 말을 찾는다면 '클라우드를 이용한 사무기기 시스템'이 현실이지 않을까.

(2) 접었다 폈다 하는 디스플레이가 붙은 휴대용 컴퓨터

사실, 빛바랜 전집 서적 하나를 소개하려는 이유는 이 한 문장 때문이다. '접었다 폈다 하는 디스플레이가 붙은 휴대용 컴퓨터'. 2019년 9월 출시한 삼성 갤럭시 폴드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접었다 폈다'하는 디스플레이, 즉 '폴더블 디스플레이'는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이미 익숙한 용어다. 폴더블 디스플레이가 적용된 첫 상용 제품 갤럭시 폴드가 추석 직전에 출시된 것도 이 책과의 짧은 인연을 더 빛나게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삼성뿐만 아니라 화웨이, 모토로라 등 스마트폰 제조업체가 폴더블 폰을 준비 중이다. 애플에서는 아직 공식적인 출시 계획을 내놓지 않았지만, 특허 등 지식재산권(IP) 동향을 보면, 임박했으리라 추정할 수 있다. 

휴대용 컴퓨터는 말 그대로 스마트폰이 됐다. 책 제목이 '컴퓨터와 산업'이지만, 오늘날에는 스마트폰이 컴퓨터 자리에 함께 앉아 있다.

'미래의 컴퓨터' 상상도에서 나온 기기는 폴더블 폰에서 한발 더 나간 것을 보인다. 디스플레이 자체에서 정보를 표시하는 기기인데, 이 또한 어느 정도 구현된 상태다. 실제 출시될지는 시장성 문제라 두고 봐야 할 것이다.

(3) 컴퓨터를 이용한 의료 시스템

상상도처럼 뇌 자기공명영상(MRI) 장치로 정보를 읽어 컴퓨터로 분석하고 영상으로 표현하는 건 이미 일상이 됐다. 지금은 수많은 병원에서 컴퓨터를 통해 의료 행위를 주도 혹은 보조하는 상황이다.

의료 기록은 모두 전자의무기록(EMR)으로 관리된다. 특정 병원에서만 컴퓨터로 의료 정보를 처리하지 않고, 인터넷으로 연결해 다른 병원과 보험 기관과 공유한다. 병원을 바꿔 진료를 받을 때도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만 말하면 의료 기록을 어디서든 확인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법적으로 제한되어 있지만, 원격 의료도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산간오지에 있는 환자가 의사를 직접 찾아갈 필요 없이 간단한 진료 행위를 할 수 있다.

이제는 컴퓨터를 뛰어넘어 인공지능(AI) 의료 시대다. 대표적인 게 IBM 왓슨이다. 세계 최초 의료용 AI인 왓슨은 클라우드 플랫폼 기반으로 환자 데이터를 입력하면 과거 임상 사례 등을 분석해 의료진에게 치료 방법을 제시한다. 수많은 의학 서적과 논문, 저널 등의 자료를 데이터베이스(DB) 화하고 이를 토대로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 방법을 찾을 수 있다.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AI라는 첨단 기술의 집합체와 같다.

아직까지 의료 현장에서 IBM 왓슨 활용 사례가 많진 않다. 그러나 병원과 의사, 그리고 IT 업체 간 긴밀한 협력으로 시장이 확대될 전망이다.

(4) 가정과 정보 센터를 컴퓨터로 연결하는 영상 정보 시스템

스마트 홈이다. 어디까지가 스마트 홈인 것인가 정의하긴 쉽지 않다. 그러나 부분적으로 떼어놓고 보면 '가정과 정보 센터를 컴퓨터로 연결하는 영상 정보 시스템'도 미래가 아니고 현재다.

대표적인 것이 전력 관제다. 스마트 미터링 시스템으로 한 가정에서 얼마나 많은 전기를 사용했는지, 한국전력 등 관제소에서는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이를 다시 가정에 있는 디스플레이로 보여주기도 한다. 전월 대비 혹은 전년 대비 얼마나 많은 전기를 사용했으며, 전기료가 얼마인지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 특히 전기저장장치(ESS) 등이 등장하면서 가정에서도 전력을 사고팔 수 있는 시장이 열렸다.

전력 외에도 인터넷 데이터 이용 현황 등을 한곳에서 파악할 수 있다. 최근에는 통신사가 데이터를 분산 처리하기 위한 엣지 컴퓨팅 기술 구현에 집중하고 있다. 단순히 스마트 홈과 정보 센터를 연결하는데 그치지 않고 보다 효율적으로 통신할 수 있는 기술을 구현 중이다.

(5) 컴퓨터를 이용한 학습 CAI(시에이아이) 시스템

친절하게 CAI 뒤에 우리말로 '시에이아이'라고 까지 적어줬다. CAI는 'Computer Assisted Instruction'의 약자다. 컴퓨터 기반 교육 시스템이란 의미인데,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미래의 컴퓨터' 역할에 교육 시스템을 빼놓을 수 없다.

가장 오래된 기억 속 교보재로 '괘도'가 떠오른다. 교과서에서 볼 수 없는 사진이나 도표 등을 커다란 전지에 인쇄하고 이를 여러 장 엮은 교보재로 괘도라고 불렀다. 여러 학생이 한 번에 볼 수 있도록 악보 같은 것도 그려 놓았는데, 일종의 '스크린' 역할이다. 종이 시대였다.

이후 OHP가 등장했다. 오버헤드 프로젝트라고 해서 투명 슬라이드 필름에 글이나 그림을 인쇄한다. 이를 광학계 투영 기기에 비춰 커다란 흰색 스크린에 비춘다. 선생님이 설명을 끝내면 OHP 기기 옆에 앉은 학생이 필름을 바꿔 올려놓기도 했다.

이후 각 학급에 컴퓨터가 들어왔다. 1990년대 말쯤이었던 것 같다. 지금은 자취를 감춘 CRT 모니터가 책상 속에 있었고, 컴퓨터와 커다란 TV를 연결해 수업을 했다. 

지금은 스마트 칠판까지 등장했다. 당연히 컴퓨터와 연동할 뿐만 아니라. 스마트 칠판 자체에 컴퓨터가 내장돼 있다. 커다란 화면을 터치해 글을 쓰거나 지우는 것도 가능하다.

또 원격 교육이 확산되면서 집에서도 컴퓨터를 이용해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1994년 상상했던 '미래의 컴퓨터'는 이제 현재의 컴퓨터가 됐다. 오히려 과거의 유물이 된 것도 있다. 앞으로는 어떤 '미래의 컴퓨터'가 등장할까. 25년 뒤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하는 것은 '현재 진행형'이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권동준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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