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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VS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소송전' 누가 옳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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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소송전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LG화학의 배터리 개발 주요 인력들이 SK이노베이션으로 대거 이직하면서 불거진 소송전이 여론전에 이어 맞소송으로 번졌다. 전기차 시장 성장에 따라 배터리 수요가 크게 늘어나자 글로벌 시장 주도권을 쥐려는 양사 간 자존심 싸움이 소송전으로 비화했다는 분석이다.


4월 29일 (미국 현지시간) LG화학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미국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영업 비밀 침해'로 제소했다. ITC에는 미국의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셀·팩·샘플 수입을 전면 금지해달라고 요청했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 미국 법인(SK 배터리 아메리카)이 있는 델라웨어 주 지방법원에는 영업 비밀 침해 금지와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6월 국내에서 LG화학을 상대로 맞소송전을 시작했다. 6월 10일 SK이노베이션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LG화학을 상대로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과 채무부존재 확인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손해배상액으로는 10억원을 청구했다. 

SK이노베이션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소송 전선을 확대해 처음 LG화학이 소송을 건 미국 시장에서도 맞소송을 전개하기로 했다. 이달 LG화학과 LG화학 미국 법인(LGMI Inc)을 ITC와 연방 법원에 제소하기로 결정했다. 명분은 LG가 SK이노베이션 배터리 특허를 침해했다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뿐만 아니라 LG전자도 끌어들였다.

윤예선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 대표는 "LG화학과 LG전자가 특허를 침해한 것을 인지하고 있었고, 국내 기업 간 선의의 경쟁을 통해 경제 발전에 기여하기를 바라는 국민적 바람과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 보류해왔으나,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LG화학의 소송에 강경 대응하며 법적 다툼을 본격화하겠다는 의미다.

LG화학은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추가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LG화학은 "경쟁사에서 소송에 대한 불안감 및 국면 전환을 노리고 불필요한 특허 침해를 제소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며 "그간 여러 상황을 고려해 ITC 영업 비밀 침해 소송 제기 외 경쟁사를 대상으로 한 자사의 특허권 주장은 자제해왔지만 이번 특허 침해 제소와 같은 본질을 호도하는 경쟁사의 행위가 계속된다면 더 이상 묵과하지 않고 조만간 법적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 소송을 담당하는 법률대리인을 교체하면 전력을 견고히 하고 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양사 간 소송이 확전 되고 있는 가운데, LG전자까지 소송 폭풍에 휘말리면서 그룹 간 다툼으로 번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LG화학 배터리 사업 핵심 인력 76명 이탈이 발단

국제적인 소송 전의 시작은 LG화학 배터리 사업 주요 인력이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하면서부터다. LG화학은 2017년부터 2년 동안 SK이노베이션이 자사 전지사업본부 연구개발, 생산, 품질관리, 구매, 영업 등 전분야에서 총 76명 핵심 인력을 빼갔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회사를 옮기는 과정에서 2차 전지 핵심 기술이 대거 유출된 구체적인 자료를 발견했다는 게 LG화학 설명이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 입사 지원 서류에 LG화학 2차 전지 양산 기술과 핵심 공정 기술 관련 영업 비밀이 아주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담겨있다"면서 "이번 사안은 개인의 '전직의 자유' 범위를 벗어났고, LG화학 2차 전지 핵심 인력을 대거 채용하면서 조직적으로 영업 비밀을 유출한 심각한 위법 행위"라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 입사 서류 관련 사진

출처뉴스1

LG화학에 따르면, 입사 지원 서류에는 LG화학에서 수행한 상세한 업무 내역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리더와 팀원 전원의 실명을 기술하도록 했다. 이직에 필요한 통상적인 개인 정보 외 LG화학의 영업 비밀을 담고 있었다는 게 LG화학 주장이다. 또 SK이노베이션으로 옮긴 인력이 이직 전 회사 시스템에서 핵심 기술 문건을 다운로드했는데, 적게는 400건에서 많게는 1900건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주장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LG화학이 제소한 소송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은 즉각 반발했다. LG화학 측 인력을 채용한 건 직원 개인의 의사에 따라 추진된 것이란 주장이다. SK이노베이션은 상시적으로 배터리 사업 인재를 채용하고 있는데, LG화학에서 옮긴 인력도 마찬가지란 뜻이다. 국내외에서 뛰어난 경력직을 채용하는데 투명한 공개 채용 절차를 밟고 있어 문제 될 것이 없다는 게 SK이노베이션 측 주장이다.

SK이노베이션 입사 서류 관련 사진

출처뉴스1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기업의 정당한 영업활동(인력 채용)에 대한 불필요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 국내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를 해외(미국)에서 제기하면서 국익 훼손 우려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첨예한 여론전, 누구 말이 맞나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제소한 뒤 양사 간 여론전은 아직까지 현재 진행형이다. 상호 비방도 서슴지 않는다. 내가 선(善)이고 네가 악(惡)이라는 프레임을 구축하기 위한 전략이다. 이러한 전략은 사실 관계가 명확해질 경우 소송 결과를 좌우할 중요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여론전에서 뛰어난 전략을 구사하는 건 SK이노베이션 측이다.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제소하자마자 '국익'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과 일본 등 경쟁 국가들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데, 우리 기업끼리 다퉈봤자 어떠한 이득도 얻지 못한다는 것이다.

출처이데일리

또 LG화학의 인력 이탈은 LG화학이 직원들에 대한 제대로 된 복리후생과 보상을 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폄하했다. 직원 처우 앞세워 이직의 정당성을 주장, 대중의 공감대를 환기하는데 주요한 전략이다.

실제 LG화학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률이 4.1% 수준이다. 최근 3년간 LG화학을 떠난 인력이 1888명에 이른다. 이는 우리나라 유가증권 시가 총액 5위(비제조업 제외)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수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퇴직률은 각각 2.3%, 2.0%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3.62%, 3.51% 수준이다. 

직원 처우의 척도가 되는 연봉에서도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보다 뒤처진다. 양사 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SK이노베이션 직원 평균 연봉은 1억2800만원, LG화학은 8800만원이다. 즉 '너희가 제대로 직원을 보살피지 않으니 우리 회사로 온 것이 아니냐'는 게 SK이노베이션 측 주장인 셈이다. 

반면,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여론전으로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재반박하고 있다. 소송의 본질은 직원 처우 문제가 아닌 '영업 비밀과 지식재산권 보호'라고 주장한다. LG화학은 양사 간 다툼으로 국익이 훼손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기업의 핵심기술과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는 것이 진정한 국익을 위한 것이란 주장이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국익' 카드를 꺼내들었을 때, 바로 입장문을 냈다. "LG화학 2차 전지 사업은 30년 가까운 시간 동안 과감한 투자와 집념으로 이뤄낸 결실"이라며 "후발업체가 기술 개발에 투자하지 않고 손쉽게 경쟁사 영업 비밀을 활용하는 것이 용인된다면 어떤 기업도 미래를 위한 과감한 투자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위법은 너네가 해놓고 왜 처우 문제를 끌고 와서 본질을 호도하느냐'라는 주장과 진배없다. 

소송전, 둘 다 "자신 있다"

사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지식재산권을 두고 다툼을 벌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1년 12월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자사의 배터리 분리막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고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했다. 그러자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가지고 있는 특허는 권리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며 특허 심판원에 '특허 등록 무효 심판'을 청구했다.

특허권을 인정할 수 있느냐 여부는 특허 심판원 무효 심판을 통해 결정된다. 2012년 8월 특허 심판원은 SK이노베이션의 손을 들어줬다. 즉 LG화학의 특허가 무효라는 의미다. LG화학은 특허 심판원의 특허 무효 심결에 대해 다시 특허 법원에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특허 심판원이 결정한 LG화학 특허 무효가 잘못된 판단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2심인 특허 법원도 SK이노베이션의 손을 들어줬다. LG화학이 제기한 특허 무효 심결 취소 소송을 기각한 것이다.

출처머니투데이

그 뒤 LG화학은 특허의 권리 범위를 정정하는 신청을 내고 대법원까지 끌고 갔다. 그 와중에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의 특허 권리 범위 정정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며 특허 정정 무효 심판을 청구했다. 대법원이 특허 무효 심결 취소 소송을 파기 환송한 뒤 2014년 2월 서울중앙지법이 "LG화학이 보유한 특허의 분리막 활성층 기공 구조는 SK이노베이션 무기물 코팅 분리막 기술과 다른 것"이라고 판결하면서 LG화학이 결국 패소했다. LG화학은 즉각 항소했지만, 4월 말 고등법원에 항소 취하서를 제출했다. 더 이상 소송을 진행하는 건 무의미한 소모전에 가깝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까지 3년이 걸렸다. 양사 간 극적인 화해가 성사됐다고 하지만, 사실상 SK이노베이션의 승리나 다름없다. 이미 한 번의 승리를 경험한 SK이노베이션은 이번 소송에서도 이길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LG화학도 만만치 않다. 이번에 승기는 LG화학이 먼저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LG화학은 올해 초 2017년 SK이노베이션으로 적을 옮긴 핵심 직원 5명을 상대로 전직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고, 승소했다. 이 판례는 이번 핵심 기술 유출 판결의 중요한 근거로 남을 것을 보인다. 

또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자사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 침해 소송에서도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이미 특허 등 지식재산권 분야에서는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LG화학에 따르면, 국제 특허 분류 H01M 관련 등록·공개 기준 특허는 LG화학이 1만6685건, SK이노베이션은 1135건이다. 단순 숫자만 보더라도 LG화학이 14배 많다. R&D 투자 규모에서도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앞서고 있다. 

LG화학은 공격 수단으로써는 대법원 전직금지 가처분 소송의 승소 사례를, 방어적 측면에서는 특허를 들고 전쟁에 임하고 있는 것이다.

폭풍의 중심에 있는 '폭스바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전은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양사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한 결과다.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배터리 수요가 확대되는 만큼 시장을 선점하려는 양사 간 경쟁이 낳은 게 이번 소송전이다. LG화학이 미국 시장에서 소송전을 전개하는 까닭도 미국 전기차 시장을 노렸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소송전의 중심에는 폭스바겐이 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자사 인력을 빼갔기 때문에 기술 유출 관련 소송을 제기했는데, 결과론적으로는 폭스바겐을 잃지 않기 위한 포석이다.

폭스바겐 전기차 플랫폼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11월 폭스바겐의 '전략적 배터리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최근 수주받은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해 미국 조지아에 생산 공장을 착공했다. 2025년까지 연간 20GWh 규모 파우치형 배터리를 생산한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자사 인력을 빼가면서 배터리 핵심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다면, 폭스바겐 배터리 공급 사업을 수주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미국 델라웨어 주 지방법원이 공개한 LG화학의 소장에는 "폭스바겐의 미국 전기차 사업 (수주전에서) SK이노베이션이 이긴 것이 LG화학 사업을 제약하고 있다"라고 명시돼 있다.

LG화학의 소송장 일부

출처조선일보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3월까지만 하더라도 폭스바겐 배터리 사업을 수주할 능력이 없었지만, LG화학 인력을 빼가고 기술을 탈취한 다음 폭스바겐 사업을 수주할 수 있었다는 게 LG화학 측 주장이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한 직원들은 폭스바겐 관련 제품과 기술을 다루는 곳에서 일했다"라고 강조했다.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업체가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최대한 자사 사업을 확대하고 상대방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소송전을 활용하는 것이다. 다만 이 경우 양사 간 치킨게임이 되면서 중국이나 일본 배터리 업체가 이득을 볼 공산이 크다.

합의 없을 시 빨라야 내년 말이나 결론...경쟁 국가만 미소

ITC는 최근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조사가 개시되면 통상 45일 이내 조사 완료 목표일을 결정한다. 미국 사법 절차대로라면 예비 판결은 2020년 6~7월 경, ITC 최종 판결은 그 뒤 11월이나 12월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빨리 진행해도 내년 말에야 결론이 난다는 뜻이다. 미국 델라웨어 주 지방법원에 제기된 소송은 길게는 3년까지 소요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극적 화해, 합의가 없으면 장기전이 불가피하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먼저 조건 없는 사과를 하면 대화에 응할 생각이 있다고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은 "사과할 이유가 없다"면서 맞서는 상황이다. 소송 취하 등 극적 타결은 멀어 보인다.

SK이노베이션 미국 조지아 공장 착공식

국내 대표 배터리 제조사 2곳의 피 터지는 싸움을 미소 지으며 바라보는 곳이 중국과 일본이다. 양사 간 소송전이 단기간에, 누군가의 승리와 패배로 점철될 경우, 패한 기업의 피해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LG화학이 이길 경우, 미국에 있는 SK이노베이션 조지아 공장 가동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양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소송이 장기전으로 빠져들 경우다. 이 경우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모두가 타격받는다. 우리나라 주요 배터리 공급업체의 피해로 중국 CATL과 BYD, 일본 파나소닉 등이 반사이익을 얻게 될 것은 자명하다. SK이노베이션이 언급한 '국익 훼손'이 허풍만은 아닌 것이다. 

향후 양사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불분명하다. 두 기업의 행보는 여전히 안갯속에 있다. 기업은 자존심과 실리, 기업 브랜드 이미지, 국익 등 다각적인 요소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옳은 선택지가 나오길 기대할 수밖에 없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권동준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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