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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가격을 올리는 건 누구인가?

조회수 2019. 8. 12. 14:5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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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유국 A의 국내 정치 상황은 매우 불안정하다. 독재 군부가 정권을 잡고 있는데, 반군과 충돌이 끊이질 않는다. 최근 반군이 주요 원유 시추 시설 지역을 장악했다. 국제 시장에서는 A국 원유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원유 현물 가격이 급등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원유를 예시로 둔 하나의 가정이다. 산유국 A 사례처럼 원유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때 현물 가격이 올라갈 수 있다. 그 외 산유국이 가격 조정을 위해 생산량을 조절하기도 한다. 이때도 원유 현물 가격이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실제 기업 간 거래 시장에서 가격은 조금 상황이 다르다. 산유국 A로부터 지속적으로 원유를 사들이고 있는 B 기업은 이미 몇 달 전 A국과 장기 계약을 맺었다. 급등한 원유 현물 가격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1년간 공급하기로 했다. 이를 계약 가격이라고 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앞선 예시처럼 현물 가격과 계약 가격(혹은 고정 가격)을 잘 쓰는 곳이 바로 반도체 시장이다. 원유와 꼭 맞아떨어지진 않는다. 현물 시장에서 거래되는 반도체 가격은 현물 가격, 반도체 제조업체가 대형 컴퓨터 제조업체나 서버 제조사에 납품할 때 적용하는 고정 가격을 고정 거래 가격이라고 한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안정적 수요처가 있어야 한다. 구매자 입장에서는 제품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정기적으로 협상을 통해 가격을 조정한다. 이미 사들인 반도체 재고량도 고정 거래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D램, 고정 거래 가격 하락세에 현물 가격은 상승

반도체 현물 가격과 고정 거래 가격은 변화무쌍하다. 두 가격이 따로 놀기도 한다. 최근 D램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DR4 8GB D램 고정 거래 가격은 7월 31일 기준 평균 2.94달러다. PC에 주로 사용하는 DDR4램의 전 세계 거래 가격 90% 정도가 이 가격을 따른다. 한 달 전보다 11.2% 떨어졌는데, D램 가격이 2달러대로 떨어진 건 2016년 6월 이후 처음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반면, D램 현물 가격은 급등했다. 7월 15일 기준 DDR 4 8GB는 3.26달러였다. 전주 대비 7.6%가 올랐다. 이달 D램 현물 가격은 전반적으로 20% 이상 올랐다. 고정 거래 가격과 현물 가격 변화 간 괴리는 왜 발생할까.

업계에서는 일본 수출 규제 영향으로 현물 가격이 뛰었다고 분석했다. 일본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우리나라 핵심 산업 분야에 소재·부품 수출을 규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가 현물 가격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제조사가 공식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메모리 감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복잡적 요인이 메모리 현물 가격 반등에 영향을 줬다는 게 중론이다.

출처: D램익스체인지
메모리 반도체 현물 가격 추이(7월 15일 기준)

일본의 보복성 수출 규제에 대한 영향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메모리 고정 거래 가격은 왜 상승하지 않을까. 전문가들은 D램에 대한 거품이 지속적으로 꺼지는 추세이고, 무엇보다 '재고'가 많다는 점을 지적했다. 기업별로 재고량이 어느 정도인지 명확하게 공개되진 않았지만, 작년 메모리 가격 급상승 시기 급하게 사둔 재고가 여전히 쌓여있다는 지적이다. 제조사가 만들어 둔 공급 측면의 재고량도 만만치 않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재고 수준을 고려하면 메모리 가격이 오르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과도한 재고 부담 때문에 현물 가격 상승이 고정 거래 가격으로 이어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3분기 일본 수출 규제 파급력 명확해질 것"...메모리 가격 불확실성 증가

한동안 메모리 고정 거래 가격이 반등하긴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건 확실하다. 일본 수출 규제로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메모리 생산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고정 거래 가격 변동도 배제할 수 없다.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 공장(위), SK하이닉스 이천 M14 공장

D램익스체인지는 8월 1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5개월 정도 재고를 보유하고 있어 단기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여기서 재고는 일본이 수출을 규제하는 고순도 불화수소와 포토레지스트를 의미한다. 당장 2.5개월까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생산에 큰 차질은 없을 것이란 뜻이다.


문제는 2.5개월 이후의 문제다. D램익스체인지가 양사 재고량을 분석해 8월 1일 발표한 것을 고려하면, 재고량 추산 시점은 7월 초로 예상된다. 일본이 수출 규제를 막 시작한 때다. 당시 전망으로 2.5개월이라고 했으니, 9월 중순이 되면 재고량이 바닥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 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다른 창구를 통해 해당 소재를 확보하지 못하면, 반도체 생산 차질은 현실화할 수밖에 없다. 일정 부분 감산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는 곧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 요인이 된다. D램익스체인지가 "3분기 (일본의) 수출 규제 파급력이 명확해질 것"이라고 내다본 배경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얼마나 소재를 잘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또 다른 메모리이자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에 사용하는 낸드 플래시는 128GB 멀티플레벨셀(MLC) 기준 고정 거래 가격이 평균 4.01달러다. 전달 대비 2.0% 올랐다. 낸드 플래시 고정 거래 가격이 상승한 건 2년 만에 처음이다.

삼성전자 낸드플래시

지난달 일본 도시바 낸드플래시 생산라인 정전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러나 일본 수출 규제로 인해 국내 낸드플래시 제조업체 생산이 더딜 경우, 낸드 플래시 고정 거래 가격 상승이 지속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메모리 가격도...

일반 소비자가 체감할 때는 어떨까. 앞서 언급했던 메모리 고정 거래 가격 상승과 하락은 기업간거래(B2B) 시장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PC를 구매하거나 조립하려는 기업소비자간거래(B2C) 시장과는 차이가 있다. 물론 해외에서 어느 정도 D램 재고가 쌓인 것은 B2B 시장과 유사하다. 그러나 국내 시장에 유통되는 PC용 D램 거래 가격은 급 상승세다. 글로벌 시장에서 D램 고정 거래 가격이 하락세인 것과 대비된다.

출처: 파이낸셜뉴스
삼성전자 메모리 7~8월 초 가격 추이

IT제품 유통업체인 다나와에 따르면, 지난달 초 2만9000원대인 삼성전자 8GB DDR4 램 메모리가 지난달 말에는 3만9000원대로 1만원 올랐다. 8월 2일에는 4만원을 돌파했다. 16GB 메모리도 7월 초에는 6만3000원대였다가 이달 들어 8만4000원대까지 치솟았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메모리 가격은 지난달 초 대비 약 30% 급등했다. 이유를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일본 수출 규제에 대한 불안 심리가 소비자 가에 반영돼 급등했다는 것이 첫 번째다. 아직까지 재고가 있는 상황이지만 가격 상승을 우려해 선 구입하게 되고, 수요 증가에 따라 가격 상승을 야기했다는 의미다.

두 번째는 주요 메모리 유통 업체가 가격을 의도적으로 올렸다는 의혹이다. 일본 수출 규제로 인한 메모리 가격 상승이 예상되면서 소매상들이 가격 인상 '명분'을 확보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형 유통사에서 가격을 선제적으로 올려 소매업체들이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일본 수출 규제로 인한 메모리 가격 상승을 조금씩 체감하는 듯하다. 일부 소비자 가운데 국내 가격 상승으로 인해 해외 직구에 나선다는 사람도 나오기 시작한다. B2C 시장에서도 메모리 가격 변동도 3분기에는 더욱 명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권동준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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