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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조원 펀드 굴리는 이 사람, AI 전도사 됐다

조회수 2019. 7. 5. 10:3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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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것도 없는 사람이 불가능할 것 같은 원대한 꿈을 꾸고 있다고 '허풍쟁이'


손대는 사업마다 대박을 터트려서 '신의 손'


저돌적인 베팅으로 부채도 눈덩이처럼 늘어나 '마의 손'


스스로가 소개한 트위터 별명은 '야리마쇼(합시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일본 최대 정보기술(IT) 회사이자 투자회사인 소프트뱅크를 이끄는 손정의 회장의 별명이다. 별명은 시대와 환경에 따라 자주 바뀐다. 손 회장 별명도 그만큼 폭이 넓다. 그렇다면 가장 최신 그의 별명은 무엇일까.

손정의 행보를 보면 '인공지능(AI) 전도사'가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 7월 우리나라를 방문한 손 회장. 그는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AI 시대가 도래했음을 몇 번이나 강조했다. 그는 문 대통령에게 "AI는 인류 역사상 최대 수준의 혁명을 불러올 것"이라며 "앞으로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첫째도 AI, 둘째도 AI, 셋째도 AI"라고 힘줘 말했다.

출처: 매일경제
손정의 회장은 7월 4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났다.

이쯤 되면 AI 병에 걸린 사람이 아닐까 우려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손 회장이 1998년 6월, 지금으로부터 10년 조금 전에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나 했던 발언을 돌이켜보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손 회장 입을 빌리면, 당시 김 전 대통령은 손 회장에게 '이러다가 정말 한국이 망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좋겠나, 손 사장(손정의)이 좋은 아이디어가 없느냐'라고 물었다고 한다. 당시 우리나라는 IMF로부터 구제 금융을 받는 상황이었다. 국가 부도에 직면해 수많은 산업이 무너졌다. 김 전 대통령의 절박한 요청은 이런 시대적 상황을 고려하면 당연한 것이었으리라.

출처: 광파리_IT 이야기
손정의 회장의 말에 따르면,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났을 때, 초고속 인터넷망(브로드밴드)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이때 손 회장은 뭐라고 말했을까. "나는 간단하게 세 가지의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첫째, 브로드밴드(초고속 인터넷 통신망). 둘째, 브로드밴드, 셋째, 브로드밴드라고." 말장난 같다. 그의 이 3가지 방법은 초고속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IT 인프라 투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사실 관계를 떠나 김 전 대통령은 초고속인터넷망에 적극적 투자했다. IT 산업에서 우리나라 위상을 보면 손 회장의 아이디어와 김 전 대통령의 초고속 인터넷망 정책이 어떻게 실현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에피소드를 보니 이번에 방한한 그의 'AI' 발언을 그냥 흘러 들을 수 없을 것 같다. 실제 손 회장의 AI 사랑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는 직접 만든 프레젠테이션(PTT) 자료로 AI 필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출처: estimastory.com
손정의 회장은 핵심 투자처로 AI를 지목했다. 사진은 5월에 개최된 소프트뱅크그룹 결산설명회

지난해 8월 소프트뱅크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손 회장은 "내 시간과 두뇌의 97%는 AI 분야에 바치고 있다"라고 밝혔다. AI의 기반이 되는 데이터 중요성도 끊임없이 강조한다. 그는 "미래는 AI를 거머쥔 자가 지배한다"고 선언하며 앞으로 '데이터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AI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소프트뱅크의 투자 전략도 일맥상통하다. 손 회장은 "소프트뱅크가 일관성 없이 즉흥적으로 투자하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한 가지 공통된 주제는 AI"라고 말한 바 있다.

2016년 9월 손정의 회장은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만나 45분 면담 끝에 450억달러를 유치했다. '1분에 10억달러를 유치한 ' 사례로 언급된다

손 회장이 만든 세계 최대 규모 펀드도 미래의 해답을 같은 곳에서 찾는다. 손 회장은 2016년 사우디아라비아 퍼블릭 인베스트먼트 펀드(사우디PIF)와 소프트뱅크, 아부다비 국부펀드(Mubadala), 애플, 폭스콘, 퀄컴, 샤프 등과 함께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를 만들기 시작했다. 1000억달러 규모로 2017년 5월 정식 설립했다. 우리 돈으로 계산하면 약 120조원이다.

2년도 채 되지 않은 올해 초, 손 회장은 이미 펀드 절반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그의 투자 속도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주요 포트폴리오를 보면 영국 반도체 회사 'ARM'에 82억달러(9조5000억원)를 투자했다. ARM은 소프트뱅크가 2016년 7월 35조원에 인수한 회사다.

손 회장에게 ARM은 AI 시대를 주도할 선봉장이다. ARM은 AI에 특화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데 이름은 '프로젝트 트릴리움'이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기계학습(머신러닝)을 위한 프로세서, 사물 인식을 위한 프로세서 등 AI의 하드웨어 기반이 되는 두 축을 견고히 하고 있다.

물론 손 회장의 앞선 별명 가운데 '마의 손'도 빼놓을 수 없다. 그의 투자가 언제나 성공할 것이란 보장은 없다. 비전 펀드가 투자한 기업 가운데 우버, DIDI 추싱 등은 이익이 나지 않고 있다. 손 회장이 3조원을 투자한 쿠팡 역시 적자에 허덕인다.

2016년 7월 소프트뱅크는 ARM을 35조원에 인수했다.

그러나 손 회장의 투자 전략은 '열 개 투자해 하나만 터져도 대박'이라는 벤처 투자와 결이 다르다. 업계에서 선도 기업과 시장 1위 기업만 투자하는 게 그의 전략이다. 이미 AI 분야에서 1위 기업에 투자한다는 손 회장 전술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본인은 1등만 좋아한단다. 기업을 잘 키우는 것보다는 승자독식 방식으로 시장 패권을 잡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손 회장은 문 대통령에게도 "세계가 한국의 AI에 투자하도록 돕겠다"면서 "한국도 세계 1등 기업에게 투자하는 것이 AI 1등 국가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ARM 프로젝트 트릴리움

손 회장의 AI 투자 전략이 성공할지는 조금 지켜봐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말과 행동을 종합하면, 손 회장이 두 번째로 조성하겠다는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의 핵심 투자처가 어디일지는 가늠할 수 있을 듯하다.

테크플러스 에디터 권동준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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