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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보기에 좋더라, MCU 속 식사 장면

조회수 2021. 2. 10. 11:5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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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처럼 밥심을 챙기는 데 열심인 사람들이 또 없다고들 한다. 가족을 '한 솥 밥을 나눠먹는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식구라 칭하고, 급식이든 학식이든 회식이든 먹는 밥의 종류에 따라 고등학생과 대학생과 직장인을 재미있게 호칭한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으레 건네는 인사말조차 "언제 밥 한 번 먹자"이며, 호감 있는 사람에게 넌지시 건네는 작업 멘트 역시 "라면 먹고 갈래?"이다. 세계 어느 여행지를 간다 하더라도 맛집부터 찾아내서 밥 걱정을 더는 민족. 그런 한국인의 시점으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이하 MCU) 영화를 보노라면 문득 답할 때가 있다. 세상을 지키고 외계인의 침공을 막아내고 인구의 절반을 소생시키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우리 영웅들이 과연 밥은 먹고 다니냐는 것이다. 동경해 마지않는 영웅들이 무려 밥을 곯고 뛰어다닌다 생각하니 정말이지 아찔해지고 만다. 그래서 준비했다. 한국인이 보기에 좋은 MCU 속 식사 장면이다.

어벤져스 - 슈와마 식사 장면

출처: 한국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

무언가를 먹는다는 행위는 태곳적부터 이어져온 가장 원초적인 생존 행위로, 무엇보다 안전에 직결되어 있다. 밥을 먹는 순간이야말로 나를 지키는 장벽을 모두 거둬들이고 외부 물질을 몸안에 받아들임으로써 위험에 노출시킨다는 뜻이겠다. 누군가와 한 솥 밥을 나눠먹는다는 것은 그만큼 서로를 믿는다는 신뢰의 연장선이며, 따라서 식사를 함께하며 관계가 깊어지고 돈독하게 유대를 다지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중에서도 슈퍼히어로의 식사 장면은 왜 특별한가. 밥은 생존이고 안전이며 하루 3회씩 365일 끊임없이 반복하는 일상이다. 한 손으로 자동차를 번쩍 들어 올리는 초인들일지언정, 그들이 밥을 먹는 순간 우리들의 일상에 더할 나위 없이 가까워진다. 그 순간만큼은 그들도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사람으로서 인간으로서 다가오는 것이다. 영화 [어벤져스]의 쿠키 영상으로 삽입된 슈와마 식사 장면은 그런 의미에서 소중하다. 외계인의 뉴욕 침공을 치열하게 막아낸 끝에 지칠 대로 지친 심신을 조용히 밥 한 끼로 달래는 순간이기에. 남녀노소 영화를 보는 누구라도 공감 가능한 순간이기에.

아이언맨 - 치즈버거 식사 장면

출처: 이미지: CJ 엔터테인먼트

테러리스트에게 납치당했던 군수업자 토니 스타크는 사막의 동굴에서 아이언맨 슈트를 빚어내어 극적으로 탈출에 성공한다. 그가 따뜻한 고국의 품으로 돌아오자마자 찾은 것은 다름 아닌 치즈버거다. 신선한 채소와 노릇노릇 구운 고기 패티를 차곡차곡 쌓아올려 빵으로 감싸 먹는 이 음식은 다양한 문화권을 고루 수용한 미국이라는 나라와 꼭 닮았다. 세 달 동안 캄캄한 동굴 감옥에 갇혀 지내며 자신이 걸어온 길을 반성하게 된 그는 치즈버거를 몇 개씩 ‘흡입’하면서 회견장을 찾은 기자들에게 거울을 보듯이 함께 마주 앉기를 청한다. 비록 먹는 행위를 하는 것은 토니 스타크 혼자뿐이지만, 이 순간 그는 모든 사람을 자신의 식사 자리에 초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식사 자리에선 가장 내밀한 속마음을 드러내기가 한결 더 편하다. 그동안의 신념을 완전히 저버리고 군수업을 전면 철수하겠다는 폭탄선언을 덜컥 저질러버리는 데는 치즈버거 ‘밥심’이 분명 발휘되었을 것이다. 게다가, 어찌나 야무지게 먹는지! 캐릭터가 겪었던 고생만큼이나 만족스러운 식사 장면이다.

디펜더스 - 중식당 식사 장면

출처: 넷플릭스

[디펜더스] 시즌 1 4화에서는 데어데블, 제시카 존스, 루크 케이지, 아이언 피스트 네 영웅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서 대화를 나누며 서로를 알아간다. 은근한 긴장감과 함께 중식을 나눠 먹고 목적과 계획을 교환하는 이 중식당 식사 장면은 드라마의 시그니처 장면이다. [디펜더스]의 책임 제작자 마르코 라미레즈는 할리우드 리포터에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제작 초반부터 뚜렷하게 마음속에 그려지는 장면이 하나 있었다. 주인공 4인방이 중식당에서 모여 앉아 식사를 하는 장면이었다. 시리즈의 어느 시점에 어떤 상황에서 그 장면이 들어갈지는 미지수였지만, 반드시 그 장면을 넣고 싶었다.” 데어데블의 배우 찰리 콕스는 인버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중식당 장면에 대한 소회를 남겼다. “그 중식당 안에서 몇 주를 보냈다… (우리 4인방이) 처음으로 한 팀으로서 궁합을 맞추고 유대를 쌓아나가기 시작했던 순간이었다. 촬영하기에 가장 좋아했던 에피소드다.” 중식당 식사 장면은 작품 내적으로 캐릭터들이 서로를 파악하기 시작했을 뿐만 아니라, 작품 외적으로도 배우들의 케미스트리를 북돋아주었다.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권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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