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인왕후' 재미있어서 더 아쉬운 논란

조회수 2021. 1. 18. 13: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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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남성의 영혼이 19세기 여성의 몸에 들어간다? 영혼 바꾸기와 타임 슬립이란 소재를 신박하게 섞은 코미디 [철인왕후]는 최근 12% 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초반의 역사왜곡 논란에도 드라마가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비결은 무엇일까?

출처: tvN

[철인왕후]는 중국 웹드라마 [태자비승직기]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21세기의 허세 가득 바람둥이 장봉환이 19세기 왕비 김소용(철인왕후)의 몸에 들어간 후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다. 다른 로맨스·판타지 사극에 비해 실제 역사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끌어왔다. 세도정치의 정점을 찍은 조선 철종 조가 배경이며, 두 주인공 철종과 철인왕후는 실존 인물이다. 조선 역사상 가장 무능한 왕, 안동 김씨 가문이지만 알려진 바가 거의 없는 왕비. 정통 사극이라면 주인공은 아니었을 두 인물이 드라마의 중심이다.


현대적 사고방식과 태도를 가진 장봉환은 자기 잘난 맛에 살고, 자신의 남성성에 꽤 집착한다. 그런 자가 조선 시대 후기, 게다가 법도의 표상이자 모두의 모범이어야 하는 왕후가 되면 사건이 벌어지는 건 당연하다. 드라마 초반엔 영혼은 100% 봉환인 소용이 이전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궐의 금기를 깨고 주위 사람들이 깜짝 놀랄 일을 벌이며 웃음을 일으킨다. 청와대 조리사까지 했던 요리 솜씨를 발휘해 궐내 최고 권력자에게 아부하는 달인급 처세술, 현대 언어의 뜻을 이상하게 설명해 오해를 일으키는 광경도 또 다른 코미디 포인트다.


이 모든 장면은 소봉(소용+봉환) 역 신혜선의 ‘원 우먼 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재보다 더 아재 같은’ 말투와 태도, 자연스러운 능청스러움, 몸이 바뀌어도 변치 않는 허세는 볼 때마다 웃음을 자아낸다. 가끔 회상에 등장하는 진짜 소용과는 겉은 같아도 완전 다른 사람이라, 배우의 연기에 더 감탄한다. 다른 배우들과의 합도 좋은데, 김정현(철종)과의 케미도 좋지만, 소봉의 측근인 최상궁 역 차청화, 홍연 역 채서은과는 매 회차마다 재미있는 장면을 만들어낸다.

출처: tvN

8화를 기점으로 [철인왕후]는 로맨스와 드라마로 중심을 옮겼다. 봉환은 소용의 기억과 왕에 대한 감정에 혼란을 느끼고 성적 정체성을 유지하려 몸부림친다. 왕은 안하무인에 말투도 행동도 이상한 왕비가 자신의 적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고 점점 빠져든다. 서로를 믿지 못하지만 한 배를 탄 주인공들이 어느 시점부터 사랑에 빠지는 스토리는 전형적이지만, 한쪽이 영혼은 남자, 몸은 여자라는 설정은 웃음 가득한 재미를 선사한다. 그들 사이엔 왕을 사랑하는 화진과 소용을 짝사랑하는 사촌 오빠 김병인, 그리고 밝히지 못한 과거가 있지만, 이들을 둘러싼 권력 다툼보다 큰 장벽으로 작용하진 않을 듯하다.


아쉬운 점도 있다. 드라마 초반 왕과 김씨 가문 사이의 정치드라마와 소봉의 원맨쇼 코미디의 분위기 차이는 어마어마했다. 웃었다가 정색하게 만드는 분위기 전환은 극중 여인들의 널뛰기와 맞먹을 정도다. 최근엔 봉환이 미래로 돌아가려는 걸 포기하고 소용을 조금씩 받아들이면서 코미디는 다소 누그러지고, 왕과 중전이 중심이 된 사각관계 로맨스와 안송 김문에 대항하는 왕의 성장담의 비중이 커져서, 이제는 세 장르의 조화가 적절한 편이다.


그래서 역사왜곡 논란이 안타깝다. 원작 작가의 혐한 태도, 신정왕후 조씨의 캐릭터 설정, ‘옥타정’처럼 최근의 사건을 떠올릴 만한 네이밍 때문에 시끄러웠다. 원작의 전체적 설정과 한국사의 한 지점을 매시업한 의도는 이해하지만, 실존 인물의 성명을 쓰는 것에 대한 부정적 반향은 예상하지 못한 듯하다. 만약 역사에서 이런저런 설정을 가져오고, 장봉환의 21세기 처세술에 약간의 눈치만 더했다면, 소봉이 조선 역대 왕을 읊지 않아도 역사적 맥락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었다. 나쁜 PR도 PR이라지만, 논란을 피할 방법을 찾을 수 있었음에도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

출처: tvN

이제 12화까지 방영된 [철인왕후]는 목숨을 잃을 위기를 겪으면서 더 단단해진 철종이 안송 김문에 대항해 왕권을 찾고, 소봉이 자신의 정체성과 왕에 대한 마음을 깨달으며, 두 사람이 진정한 연인이자 미래를 함께할 부부가 되는 과정을 보여줄 것이다. 그래서 결말이 더 궁금하다. 우리가 아는 역사를 갈아엎고 태평성대로 끝을 맺을까? 원작의 엔딩을 따라가며 엇나간 역사를 교정할까?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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