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인표' 배우는 내려놨는데 정작 영화는 내려놓질 못했네

조회수 2021. 1. 8. 17:4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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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이미지’를 벗어나는 건 참 어렵다. 특히 배우 같은 공인일수록 대중에게 널리 퍼진 이미지를 탈피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은 물론, 실패하고 영원히 그 안에 갇히는 경우도 종종 있다. 2021년 1월 1일, 과거의 자신에게서 벗어나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려는 한 배우의 이야기가 담긴 영화가 공개됐다. 바로 차인표가 주연한 영화 [차인표]다.

출처: 넷플릭스

[사랑을 그대 품안에]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던 차인표.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과거일 뿐, 26년이 지난 지금의 차인표는 별다른 배우 활동 없이 저가형 스포츠 의류 브랜드 모델을 하며 지낸다. 대중들 역시 ‘분노의 양치질’, ‘운동 많이 하고 반듯한 모범 시민’, ‘검지 손가락 흔들기와 색소폰 연주’ 정도로 그를 기억할 뿐이다.


그런 차인표에게 의도치 않게 인지도를 단번에 올려줄 기회(?)가 찾아온다. 등산하다가 진흙탕에 빠지는 바람에 근처 여고 체육관에서 샤워를 하던 도중, 철거 직전이던 건물이 무너지면서 갇히게 된 것. 옷이라도 입었다면 좋았으련만,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라 이대로 구출되면 그동안의 이미지마저 무너지고 만다. 과연 차인표는 이 역경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주연배우와 영화 주인공의 이름, 하물며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영화는 배우 차인표에 대한 이야기다. 물론 전기 영화도 아니고 상당 부분 과장되긴 했지만, 그의 연기 인생과 삶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영화 속 이야기가 마냥 허구만은 아니란 걸 알 테다. 한때 잘 나갔지만 이제는 ‘왕년의 스타’가 되어버린 배우, 과거의 이미지에 얽매인 사람. 영화는 차인표의 실제 모습을 풍자적으로 그려낸 셈이다. 

출처: 넷플릭스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 단연 모든 걸 내려놓은 배우 차인표의 모습이다. 진흙탕에 뒹구는 슬랩스틱부터 알몸에 가까운 모습도 기꺼이 보여주는 노출, 걸쭉한 입담에 “나 때는 말이야”로 대화를 시작하는 이른바 ‘꼰대’다운 면모까지. 우리가 알던 ‘배우 차인표’와는 사뭇 다르다. 반듯하고 모범적인 이미지로만 비쳤던 차인표의 색다른 이면을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작품은 대단히 흥미롭게 다가온다.


그러나 몸을 내던지며 망가진 차인표의 노력에 비해 영화의 완성도는 아쉽기만 하다. 차인표가 무너진 건물에 갇히기 전까지의 전개는 꽤나 흥미로웠던 반면, 본격적인 사건이 시작된 이후부터 오히려 영화가 지루해지고 만다. 비슷한 재난 상황을 다루면서도 많은 이들에게 호평을 받은 작품들이 분명 있기에, 극의 주요 무대가 스케일이 제약돼 선사할 수 있는 웃음과 재미도 제한적이라고 설득하기도 어렵다. 극장 개봉을 계획했던 작품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모든 걸 내려놓은 배우와 달리 영화는 어딘가 몸을 사리는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든다.


차인표와 조달환의 티키타카나 예상치 못한 카메오들을 보는 재미가 있었을 뿐, 오롯이 배우의 이미지에 기댄 반복적이며 다소 억지스러운 유머 코드가 아쉽다. 출연자의 실제 삶에 픽션을 더해 웃음과 감동(?)을 전달한 [음악의 신] 혹은 [여배우는 오늘도]를 기대했다면 이러한 아쉬움이 더욱 크게 느껴질 것이다. 

출처: 넷플릭스

그나마 이 작품을 단순한 코미디가 아닌 ‘자아 성찰’ 혹은 ‘성장’ 영화로 바라본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한때의 영광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차인표가 마침내 과거를 떨쳐내고 현재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는 과정은 많은 공감과 동기부여를 선사한다. 특히 차인표라는 배우의 정체성과도 같았던 부위가 사라지는 장면에선 묘한 카타르시스까지 느껴진다(충분히 예상 가능하겠지만 굳이 특정하진 않겠다).


아쉬운 부분도 많지만, 영화 [차인표]가 이룬 바도 명확하다. 배우 차인표가 기존의 이미지를 깨고 새로운 모습과 가능성을 보여준 것, 그리고 지금까지 그에 대해 잘 몰랐던 젊은 시청자들에게도 한걸음 다가간 부분이다. 이번 영화를 시작으로 앞으로 더 많은 작품에서 배우 차인표의 모습을 볼 수 있길 바란다.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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