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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마이 베이비' 달달한 로맨스 속 쌉쌀한 현실

조회수 2020. 6. 8. 14:0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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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소 나이 39세. 자궁내막증. 자연임신 확률 7%. 6개월 내에 임신하지 않으면 출산은 불가능. 39세 직장 여성 장하리(장나라)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듣는다 (그는 시한부 선고와 같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결혼을 하지 않았고, 결혼을 할 마음은 있지만 파트너는 없는 그에겐 아이를 낳을 방법은 없다. 결국 자신의 주위에 있는 ‘믿을 만한’ 남자 세 명 중 한 사람의 정자를 공여받기로 결심한다.


[오 마이 베이비]는 아이를 낳고 싶은 싱글 여성과 오랜 남사친,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해 보이는 연하남, 바람같이 자유롭지만 상처 받은 영혼, 네 사람의 사각 로맨스가 기본인 로맨틱 코미디다. 지난 2년간 [황후의 품격]과 [VIP]로 진지한 드라마 연기를 선보인 장나라가 오랜만에 로맨틱 코미디로 돌아왔고, 고준, 박병은, 정건주 등 영화와 TV를 오가며 활발하게 활동한 세 배우가 주인공 ‘장하리’가 아이 아빠로 고려하는 세 남자를 연기한다.

출처: tvN

로맨틱 코미디 장르답게 웃음이 터지는 장면과 설렘 가득한 장면 모두 있다. 장나라와 세 배우의 케미는 코믹한 장면과 로맨틱한 장면 모두 잘 맞는 편이다. 특히 어른들이 펼치는 로맨스가 풋풋한 청춘들이 펼치는 그것만큼 마음을 간지럽힌다. ‘불혹’ 언저리의 세 사람, 장하리, 한이상(고준), 윤재영(박병은)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누군가에게 가슴이 콩닥거리는 경험을 할 때마다 나도 설렘을 느낀다. 사랑을 경험하고 상처도 받아본 사람들의 로맨스는 한없이 조심스럽지만 정말 결단이 필요할 땐 과감하다. 그런 게 매력이기 때문일까? 의욕은 충만하지만 눈치는 꽝인 최강으뜸(정건주)이 하리의 마음을 착각하거나 헛다리를 짚는 게 의도한 만큼 귀엽게 보이지 않는다.


[오 마이 베이비]는 장하리의 일과 삶을 로맨스만큼 비중 있게 다룬다. 하리는 직장 생활 15년 차로, 육아 잡지 ‘더 베이비’ 편집부의 이인자다. 인이 배길 만큼 사회생활, 조직생활을 경험했다. 모두와 두루두루 잘 지낼 만큼 모난 구석도 없고, 나름 유머 감각도 있다. 하지만 직장 생활은 그렇게 잘하면서 사랑이나 로맨틱한 관계는 서툴다. 누군가와 연애를 한다는 것은 아직도 머릿속이 백지장처럼 하얘지는 경험이다. 더 늦기 전에 엄마가 되어야 하지만, 미혼 여성은 기관 등을 통해 합법적으로 정자를 기증받을 수는 없다. 그래서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그 때문에 문제가 벌어진다.


아기를 낳으면 하리의 삶은 어떻게 될까? 하리가 지금까지 한 선택 또는 앞으로 할 선택의 결과는 하리 주위의 여성들의 삶에서 엿볼 수 있다. 비혼주의자 친구 은영은 사업을 하길 꿈꿨지만 지금은 아들이 둘이고 경력은 단절됐다. 상사 정화는 두 아이를 돌보기 위해 퇴사를 선택한다(육아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게 만드는 회사에서 편집장은 아이 있는 기혼 여성을 선호하는 건 아이러니다). 반면 후배 효주는 아이를 키우면서 원하는 대로 살 수 없다 생각해 딩크를 선언했고, 재영의 아내는 이혼하며 갓난아기를 남편에게 맡기고 커리어와 성공을 택한다.

출처: tvN

아이를 키우는 데는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출산은 여성의 몫이라 해도 양육은 공동체가 달려들어도 어렵다. 제대로 된 지원 없이 개인의 능력치로 아이를 길러야 하는 주 양육자들의 결국 끝의 끝까지 몰려 하나를 선택하는 케이스가 드라마 안에서만 여러 개가 나온다. [오 마이 베이비]가 하리와 세 남자가 심쿵과 달달함을 오고 가는 로맨스에 집중해도, 일, 사랑, 가정 모두를 건사하려다 지치는 사람들이 등장하면 찬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든다.


다정한 눈빛, 따뜻한 말 한마디, 손끝이 짜릿하고 심장이 저릿한 순간들은 드라마에 즐거움을 준다. 그러나 캐릭터의 상황과 감정이 나의 그것과 맞닿고 저들의 이야기에서 내 삶의 단편을 발견하는 그 순간, 이야기는 진정한 나의 이야기가 된다. [오 마이 베이비]를 그저 가벼운 드라마로 보지 못한 것도 기본적으로 장르에 충실하면서 예상치 못한 때 주는 감정적 영향 때문이다.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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