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입자'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이 미약한 스릴러

조회수 2020. 6. 1. 17:1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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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정말 오랜만에 극장에서 보는 상업 영화였기에 기대가 컸다. 중반까지는 기대를 충족시킬 것도 같았다. 그러나 비장의 무기랍시고 꺼낸 반전이 모든 걸 망치고 말았다. 바로 영화 [침입자]에 대한 이야기다.


[침입자]는 25년 전 실종됐던 동생이 갑자기 집으로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다. 떨어져 지낸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금방 적응하는 동생 유진에게 수상함을 느낀 서진은 그의 비밀을 쫓기 시작하고, 충격적인 진실과 마주한다. 『아몬드』로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른 손원평의 장편 연출 데뷔작이자 김무열과 송지효가 주연을 맞춘다는 사실로 기대를 받은 작품이다. 

출처: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손원평 감독은 ‘집’과 ‘가족’이라는 가장 보편적인 개념을 비틀었을 때 오는 공포와 이질감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침입자]는 이러한 변화를 굉장히 알기 쉽게 묘사한다. 집의 인테리어나 가족들의 분위기까지, 서진의 아내가 얼마 전 뺑소니 사고로 세상을 떠난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유진이 돌아오고 나선 모든 게 밝고 화사하며, 평화롭다. 겉보기엔 분명 완벽한 가족이다.


어느샌가 집안의 ‘상석’을 차지한 유진과 그의 정체를 의심해 도리어 ‘침입자’ 취급을 받는 서진의 입지 변화는 영화에 서스펜스를 불어넣는다. 서진이 정신치료를 받고 있다는 설정 또한 그의 의심이 망상인지, 아니면 정말 유진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혼란스럽게 만들면서 몰입감을 더한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침입자]의 초반부는 꽤나 긴장감 넘치게 흘러간다.


안타깝게도 [침입자]는 이러한 긴장감을 끝까지 유지하는 데 실패한다. 손원평 감독은 서진과 유진 중 누가 진실이냐가 궁금할 관객들에게 수수께끼를 풀 시간을 주기보다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주입시키기 바쁘다. 노골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려니 스릴러 영화가 갖춰야 할 재미가 반감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뿐만 아니라 유진의 정체가 드러나는 중반부에서는 개연성이 급격하게 무너지기 시작한다. 어느 정도 전개가 예상 가능해지는 시점부터는 유진의 정체가 크게 중요하지도, 궁금하지도 않다. 그보다는 ‘왜 유진이 접근한 것인가’나 ‘유진과 서진의 트라우마 사이의 연결고리’에 대한 해답이 필요한 시점이 찾아오는데, 뜬금없이 등장한 ‘설명충 캐릭터’가 서진과 관객의 의문을 친절하게 설명하는 대목에서 서스펜스를 느끼기는커녕 실소부터 터져 나온다.

출처: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배우들의 연기는 나무랄 데 없다. 시종일관 불안함과 고통에 몸서리치는 서진 역의 김무열과 [여고괴담 세 번째 이야기: 여우계단] 이후 17년 만에 스릴러 연기에 나선 송지효의 연기는 보는 내내 감탄이 나올 정도다. 다만 이들의 연기만으로는 감독의 과욕과 영화의 부족한 뒷심이 만든 큰 구멍을 메우기엔 역부족이었다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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