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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세계' 얼얼할 정도로 맛깔나게 K-패치된 드라마

조회수 2020. 4. 27. 11:5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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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JTBC

요즘 가장 핫한 작품을 고르라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작품은 단연 [부부의 세계]일 것이다. 충격적인 엔딩을 선사해 첫 화부터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매회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이 작품은 영국 드라마 [닥터 포스터]의 리메이크작이다. 기본적인 설정과 흐름은 비슷하지만, 여러 지점에서 미묘하게 달라진 부분을 통해 ‘한국 드라마’의 면모를 진하게 풍긴다.


차이점이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등장인물들의 설정이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지선우는 원작의 젬마 포스터와 같이 능력 있고 당당한 인물이나, 주변 환경에 휘둘리는 와중에도 상대적으로 중심을 잘 잡으며, 훨씬 더 전략적이고 쌓아둔 감정을 더욱 강렬하게 폭발시키는 타입으로 그려진다. 이태오는 원작의 사이먼보다 훨씬 선명한 차이점을 지닌다. 사이먼이 평범한 줄만 알았던 남편의 모습이었다면, 이태오는 잘생긴 연하남 느낌을 물씬 풍기는 가정적인 애처가였다는 설정이 추가되었다. 이후 불륜 사실이 드러나고 그의 모든 행동이 거짓이었다는 점이 더욱 극적으로 그려지면서 거대한 역풍을 맞은 듯 역대급 비호감으로 등극한다.


이태오의 불륜 상대역인 여다경과 지선우의 조력자 민현서가 원작보다 비중이 늘어나면서 등장인물들의 관계에 개연성도 풍부해졌다. 여다경은 지선우와 직접적으로 대립하는 장면이 더욱더 많아져, 감정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고 이태오를 향한 감정이 점차 초기의 지선우와 같이 변해가는 양상을 보인다. 민현서는 가정폭력과 가스라이팅에 노출된 여성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출처: JTBC

설명숙은 원작과 가장 독특한 차이가 나는 인물이다. 원작의 로즈는 그저 두 친구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주로 보인다면, 설명숙은 이중 스파이 같은 면모를 보이면서 극에 심리스릴러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매번 거리낌 없이 자신에게 가장 이득이 되는 사람을 택하고 몇 번이나 뻔뻔하게 미소를 짓는 모습은 독보적일 정도로 신선하게 느껴진다.


분량이 늘어나고 세밀한 특징이 더해진 만큼, 원작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장면이 추가되거나 혹은 아예 장면이 바뀌기도 한다. 예를 들면, 충격적으로 불륜 사실이 드러난 직후 지선우가 가위를 쥐고 이태오에게 휘두르는 상상을 하는 장면을 추가해, 이태오를 향한 지선우의 분노를 여실히 보여주면서 [기생충]을 연상시킬 정도로 진한 스릴러의 긴장감을 유발하는 시작점을 찍었다. 고산시를 떠나는 이태오, 여다경과 지선우가 시선을 나누는 장면도 원작에서는 서구문화 특유의 자유주의가 묻어 나오는 듯 쿨하게 웃으며 이별하지만, [부부의 세계]에서는 복수의 칼날을 가는 느낌을 주는 등, 몇몇 장면에서는 우리나라 정서에 맞게 각색해 전혀 다른 분위기를 조성한다.


6화 이후로는 원작과의 노선이 확연히 달라진다. 지선우, 이태오, 여다경의 상황이 초반과 반전되는데, 이태오는 민현서의 남자친구였던 박인규에게 지선우를 협박하도록 요구하고, 여다경은 지선우에게 집착하는 기록이 담긴 이태오의 두 번째 핸드폰을 발견한다. 게다가 원작에서는 다른 역할이었던 정신과 전문의 김윤기가 지선우에게 접근하면서 ‘때리는 사람보다 더 미운 말리는 놈’ 역을 선보인다. 이렇게 후반부에서 원작과 방향이 달라지면서 앞일을 예측할 수 없어 즐거운 궁금증을 유발한다는 점이 [부부의 세계]가 가진 장점이다.

출처: JTBC

장점만큼 단점도 뚜렷하다. 원작의 에피소드가 두 배로 길어지면서, 늘어난 부분을 19세 등급이란 미명 하에 과도하게 폭력적인 장면들을 위주로 채워 넣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김희애를 비롯한 출연 배우들이 매번 시청자를 매료시키는 연기를 선보이는 반면에, 화제성만을 노린 듯한 과하게 자극적인 구도와 연출을 통해 작품의 매력을 반감시키고 있어 우려스럽다. 물론 초반 에피소드의 충격적인 서사와 쏟아지다 못해 펑펑 터지는 사이다로 호평을 받으며 집중된 관심을 유지하고픈 심정은 잘 알겠지만, 시청자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영상이 아니라 지선우가 난관을 멋지게 극복하고 이태오를 몰아내는 서사가 아닐까. 남은 회차에서는 시각적인 자극보다는 잘 만들어진 서사적 쾌감이 중심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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