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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액션 히어로의 높은 벽을 실감한 '루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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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OCN

[루갈]은 한국형 SF 액션 히어로라는 보기 드문 시도로 눈길을 끈다. 하지만 그뿐이다. 인간병기라는 국내 드라마에서 잘 다루지 않는 소재에 접근했으나 도무지 영리하게 활용하지 못한다. 전개는 빠르지만 이음새는 엉성하고, 선과 악의 경계는 뚜렷하지만 캐릭터들은 지나치게 평면적이며, 게다가 툭하면 어설픈 상황을 남발해 극의 온도는 널뛰기를 반복한다. 6화까지 본 [루갈]은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을 만큼 실망스럽다.


[루갈]은 인간병기로 구성된 특수조직 ‘루갈’과 악질적인 테러집단 ‘아르고스’의 치열한 대결을 전면에 내세운다. 루갈은 생명공학 기술을 이용해 아르고스의 잔혹한 계략에 희생당한 이들을 초인적인 능력을 가진 인간병기로 부활시키고, 그들의 복수심을 원동력 삼아 각종 범죄를 저지르는 기업형 조직 아르고스를 처단하고자 한다.

출처OCN

대결의 중심에는 죽음에서 극적으로 부활한 형사 강기범과 아르고스의 실세 황득구가 있다. 강기범은 누구보다 아르고스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며, 인공지능이나 마찬가지인 눈을 이식받아 능력 또한 대단하다. 그가 맞서야 할 황득구도 만만치 않는 인물이다. 자신의 야망에 방해가 되면 거리낌 없이 제거하며, 세상을 위험에 빠뜨릴 음모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대결은 표면적으로 나타날 뿐이다. 강기범의 절박한 복수심과 황득구의 냉혹한 야심이 극에 온전히 녹아들지 못하고 팽팽해야 할 대립구도는 헐겁게 흘러간다.


가장 큰 문제는 허술한 각본과 연출이다. 밋밋하게 나열되는 서사는 둘째 치고, 유치하고 어색한 상황이 반복되면서 루갈도, 아르고스도 좀처럼 카리스마를 갖지 못한다. 모든 것을 잃은 이들의 사적 복수심이 얽힌 정의 구현 서사를 줄거리로 삼지만, 통쾌한 쾌감과 긴장보다 얼굴이 화끈거리는 당혹감이 앞선다. 선과 악 어느 쪽이든 자신의 세계를 지키고자 맹렬하게 움직이는 게 맞는지 의문스럽고 어설프기만 하다.

출처OCN

강기범을 비롯해 루갈 멤버들은 진지한 순간에 산통을 깨는 유치한 대사(=아재 개그)를 늘어놓고, 긴박한 상황에서는 무분별하게 움직이기 일쑤다. 인생의 두 번째 기회나 마찬가지인 조직에 책임의식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말과 행동의 깊이는 한없이 얕다. 아르고스도 마찬가지다. 비밀조직이 생길 만큼 위협적인지 의구심이 들게 하는 경박한 언어를 일상적으로 사용해 살벌한 카리스마보다 조폭 영화에서 흔히 봤던 피로감만 쌓인다.


개연성 없이 속도감만 붙은 전개도 몰입을 방해한다. 배우자를 잃고 살인범으로 몰렸다가 루갈에서 부활한 강기범이 심리적, 육체적 고통을 극복하고 동료들과 우애를 쌓으며 황득구를 추적하는 과정이 일사천리로 전개되면서 인물의 변화에 이입할 여지를 주지 않는다. 강기범은 인공눈을 이식받은 후 달라진 신체와 새로운 동료들과의 관계를 꽤 빠르게 받아들이며, 황득구와 아르고스에 대해서는 맹목적이고 단순한 복수심만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액션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라 해도 토요일 같은 시간 방영되는 [부부의 세계]가 치밀한 심리 묘사로 주목받은 것과 무척 대비된다.


강기범이 맞서는 황득구는 아르고스의 실세라고 하지만, 내부의 견제 세력이 전무해서 긴장감을 자아내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중간 보스들은 너무 빨리 쉽게 제거되고, 아르고스의 새로운 후계자 자리에 오른 최예원은 황득구의 베일에 가려진 동기 것처럼 아직까지는 모호하고 막연하다. 그러니 더더욱 강기범과 루갈의 목표에 이입하기 힘들다. 상대의 목적이 뚜렷하고 강해야 복수의 쾌감이 자연스레 따르는 법이다. 여기에 전략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루갈도 긴장을 늦추는 데 한몫한다.

출처OCN

[루갈]은 지난달에 종영한 [이태원 클라쓰]처럼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삼고, 한국형 히어로의 새 장을 열려 했지만, 현재까지의 행보로 봤을 때 실망스러운 드라마로 남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SF 액션 히어로 장르를 개척하기에는 납작하게 눌린 캐릭터와 유치한 전개가 발목을 잡으면서 액션마저 볼품 없어졌기 때문이다. 과연 남은 이야기에서 초반의 실망을 만회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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