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닥터 김사부 2'와 매력적인 속편 만들기

조회수 2020. 2. 2. 12:2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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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부가 돌아왔다

출처: SBS

에디터의 눈물 콧물을 쏟게 했던 ‘힐링’ 메디컬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가 3년 만에 돌아왔다. 김사부는 여전히 괴짜의사, 아니 ‘낭만닥터’이고, 그와 함께 일하는 동료들도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시청자들을 반긴다. 의사 가운을 입은 한석규를 보니 처음 드라마를 봤을 때 느낀 애정이 다시 솟아나는 듯하다.


[낭만닥터 김사부 2]는 욕심을 부리지 않고, 가장 잘하는 걸 한다. 생명을 구하려 고군분투하는 김사부와 돌담병원 사람들의 일상, 솜씨 좋은 “기술자”가 아니라 마음이 뜨거운 “의사”로 거듭나는 제자들, 부와 명예 앞에서 사람의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 세상에 대한 비판. 3년 전 시즌 1에서도 필요했고, 지금은 더 필요한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속편은 예전과 같지만 달라야 한다. 1-1가 아닌 2가 되기 위해선 원전에 충실하면서 개성도 있어야 하는 법. [낭만닥터 김사부 2]는 그 답을 ‘확장’에서 찾은 듯하다.

김사부에서 돌담병원으로

출처: SBS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의 정신을 가장 잘 보여주는 소재는 ‘돌담병원’이다. 낡고 보잘것없지만 품고 있는 능력은 엄청난, 그래서 정체가 무엇일지 궁금한 공간이다. 돌담병원은 마치 김사부 같아서, 시즌 1에서 김사부의 비밀이 하나씩 밝혀질 때마다 돌담병원을 가린 커튼도 조금씩 올라가는 느낌이었다.


시즌 2의 돌담병원은 3년 전과 같진 않다. 젊은 의사들은 (어떤 사정인지 모르겠지만) 병원을 떠났다. 김사부의 뜻을 지원했던 신 회장(재단 이사장)은 세상을 떠났다. 설상가상, 김사부 때문에 거대병원 병원장 자리에서 물러난 도윤완이 재단 이사장으로 컴백했다. 돌담병원이 김사부가 바랐던 외상전문병원으로서의 모습이 제대로 갖춰지기 전에 엄청난 시련이 닥친 것이다.


그래서 이번 시즌에선 김사부뿐 아니라 위기에 처한 돌담병원과 구성원들을 함께 본다. 생명과 사투를 벌이는 최전선에서 사명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 말이다. 이들이 부와 편리함을 앞세운 외부 사람들의 침입(?)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보는 것도 드라마의 재미다. 시즌 1에 비해 김사부의 이야기와 한석규의 스크린 타임은 줄었지만, 대신 돌담병원 사람들 각각을 더 잘 알게 될 것이다.

성장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다

출처: SBS

시즌 2의 두 제자는 시즌 1의 젊은 의사들보다 더 딱하다. 빚 때문에 의술보다 돈을 중요시했던 서우진, 공부는 1등이지만 수술실에선 아무것도 못 하는 차은재. 김사부는 거대병원에서 힘들게 자리를 지키던 두 사람을 콕 찍어 돌담병원에 데려온다. 우진과 은재는 돌담병원에서 자신을 괴롭히는 과거를 마주하고, 의사로서의 사명감과 열정을 발견한다.


우진은 가족 살해 후 자살(가족동반자살) 사건의 피해자였고, 옳은 일을 한 이유로 의사 사회에서 왕따가 되었지만, 김사부와 일하면서 의사 개인의 삶이나 생각, 또는 피해자의 공과와 상관없이 ‘의사는 생명을 구해야 한다’라는 것을 깨닫는다. 언제나 1등이지만 긴장 때문에 수술실에서 쓰러지기 일쑤인 은재는 자신의 재능을 의심하지만, 김사부의 교육과 응원 아래 제 몫을 다하는 써전으로 변모한다. 시즌 1과 마찬가지로, 제자들이 마음의 장벽을 넘고 ‘낭만닥터’에 한 발짝 다가서는 순간은 언제나 짜릿하다.


‘성장’이 필요한 의사가 펠로우 두 명만은 아니다. 이번 시즌 빌런(?)으로 김사부와 대립각을 세울 새 병원장 박민국도 성장의 주인공이다. 박민국은 자본주의 무한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쓸데없는” 분쟁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생명보다 안전을 택해 왔다. 하지만 돌담병원에 도착한 첫날부터 그의 세계는 김사부 앞에서 속절없이 깨진다. 앞으로 박민국이 안전제일주의가 사실은 비겁함의 다른 말임을 깨닫고 그의 마음에서 ‘낭만’을 발견하는 과정은 젊은 의사들의 성장만큼 흥미진진할 것이다.

로맨스는 풋풋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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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는 “병원에서 연애하는 드라마”를 좋아한다. 돌담병원처럼 순간의 선택이 생명을 살리는 곳에서 인물들이 공유하는 동지애와 유대가 사랑의 감정이 꽃피우는 데 설득력을 부여한다고 생각한다. [낭만닥터 김사부]는 ‘김사부’라는 기묘한 캐릭터와 의사와의 성장담을 주로 다루기 때문에 로맨스는 두드러진 서브플롯이었다. 그래서 로맨스를 좋아함에도 시즌 1에서 가끔 튀어나오는 장치가 다소 뜬금없다고 느껴졌다.


시즌 2에선 로맨스의 비중이 시즌 1에 비해 커졌다. 김사부와 제자들의 관계만큼 두 제자의 관계도 중요하게 다룬다. 서우진과 차은재 각자의 사연뿐 아니라 서로를 알고 지낸 세월이 둘의 로맨스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우진의 사연을 알고 나서 은재가 우진을 새롭게 보는 과정이나, 팍팍하게 살았던 우진의 마음을 은재가 설레게 했다는 설정은 시즌 1의 동주-서정의 관계보다 더 공들인 듯하다. 8화 엔딩을 장식한 두 사람의 “리셋” 키스는 10년 가까이 엇갈렸던 두 사람의 감정을 한곳에 자리하게 했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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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닥터 김사부]는 역시 따뜻한 이야기를 가장 잘한다. 이번 시즌도 극적인 케이스와 환자, 보호자들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을 웃고 울게 한다. 의사 앞에서 조직폭력배들이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나 러시아 공연단 단원들이 응급실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장면을 보며 시청자도 드라마도 긴장감을 정리하고 한숨을 돌린다.


시즌 1과 마찬가지로 이번 시즌도 지금 한국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전면으로 다룬다. 7화에서 가정폭력 피해자가 가해자를 살해하는 사건은 가정폭력 현장에서 의료 전문가가 소홀하게 대응할 때 어떤 결과가 발생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8화에서 주취자의 폭력이 원인이 되어 뇌사에 빠진 구급대원 이야기는 2018년 사망한 강연희 소방경의 사연에서 영감을 얻은 듯하다. 강연희 소방경은 주취자 구조 당시 머리에 폭행을 당한 후 29일 만에 뇌출혈로 사망하였다.


[낭만닥터 김사부 2]는 메디컬 드라마라는 기본적 특성을 잘 활용해 사연과 메시지를 전하는데, 세련되기보단 ‘투박하다’는 느낌이 강하다. 예전이라면 그런 전달이 마음에 들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드라마의 함의를 분석할 시간과 여유가 부족한 시청자들에겐 제대로 전달되지 못할 비유보다는 할 말을 제대로 하는 게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3년 전만큼 지금도 생생한 김사부의 사자후가 그 능력을 발휘하길 기대해 본다.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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