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하면서도 감성적인 초현실 스릴러 '닥터 슬립'

조회수 2019. 11. 7. 13:3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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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필과 장르 마니아를 위한 이번 주 개봉작 리뷰

신의 한 수: 귀수편 - 성공하면 묘수, 실패하면 패착

출처: CJ 엔터테인먼트

에디터 영준: ★★★ 2014년작 [신의 한 수]의 프리퀄 영화. 전작에서 태석이 단 한 판도 이기지 못했다는 귀수의 이야기를 다룬다. 유일한 혈육인 누나와 스승을 바둑 때문에 잃은 귀수는 냉혹한 내기 바둑판에 뛰어든다. 귀수가 '도장 깨기'하듯이 두 사람의 죽음과 연관된 이들에게 바둑과 주먹으로 복수하는 과정 자체는 흥미롭다. 전작보다 템포가 빨라진 대국과 '권상우'라서 가능한 액션은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을 선사한다. 김희원, 김성균, 허성태, 원현준의 존재감 역시 [신의 한 수: 귀수편]에 '보는 맛'을 더한다. 다만 외톨이(우도환)를 비중이 큰 악역'처럼' 다룬 것과 달리 존재감을 보여줄 시간이 많지 않았다는 것과 스토리가 허술하고 개연성이 다소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점은 다소 아쉽다. 전작에 비해 볼거리에 치중한 선택이 누군가에겐 '신의 한 수'가 될 수도, 반대로 패착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15세이상관람가 치고는 꽤나 잔인한 편이니, 유의하길.

아담스 패밀리 - 괴짜 가족의 평범한 컴백

출처: 유니버설 픽쳐스

에디터 현정: ★★ 고약한 즐거움이 사라졌다. 여전히 보기만 해도 한눈에 쏙 들어오는 독특한 비주얼을 뽐내지만, 가족 친화적인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면서 특유의 괴팍하고 스산한 매력이 퇴색되고 할리우드의 평범한 가족 애니메이션으로 전락했다. 샤를리즈 테론, 클로이 모레츠, 오스카 아이삭, 핀 울프하드 등 막강한 목소리 배우진이 출동했음에도 스토리는 예측 가능하고 슬랩스틱 코미디와 가벼운 말장난식 개그만 반복해 반가움보다 실망감이 앞선다. 평범함을 거부하는 이 개성 넘치는 가족의 시각적인 즐거움에 안주하지 않고, 기괴하고 별난 상상력을 발휘했으면 어땠을지 아쉬움이 든다.

닥터 슬립 - 서늘하면서도 감성적인 초현실 스릴러

출처: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에디터 현정: ★★★☆ 스티븐 킹과 스탠리 큐브릭에 대한 존경과 애정의 마음을 담아 감성적인 초현실 스릴러가 탄생했다. 최근작 [제럴드의 게임], [힐 하우스의 유령]에서 봤듯 전형적인 공포 영화 문법을 따르지 않고도 캐릭터와 이야기를 촘촘히 엮어 불안한 긴장을 만들어낸 마이크 플래너건은 원작의 유명세를 자신만의 감성적인 접근으로 해결한다. 대니의 트라우마에 공을 들이고, 트루 낫의 사악한 존재감을 서서히 부각하며, 이 두 존재가 맞닥뜨릴 긴장감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152분의 긴 러닝타임이 느릿하게 흘러간다는 인상도 있지만, 이완 맥그리거의 섬세한 연기와 섬뜩한 카리스마로 무장한 레베카 퍼거슨의 고혹적인 존재감, 제이콥 트렘블레이의 비명 낭자한 깜짝 출연이 든든하게 뒷받침한다. 대체로 정적인 분위기에도 흡인력을 조성하는 음악과 샤이닝의 초자연 현상을 유려하게 담아낸 영상도 매혹적이다. 또한 팬 서비스 영화라 불려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을 오마주한 장면 장면을 발견하는 즐거움이 크다. 그게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도.

모리스 - 다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그 시대의 사랑 이야기

출처: 알토미디어

에디터 원희: ★★★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각본가 제임스 아이보리의 1987년 연출작. 20세기 초 영국을 배경으로,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 모리스와 클라이브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국의 신사로서 오랫동안 플라토닉에 가까운 사랑을 한 두 사람은 동성애를 금지하고 법으로 다스리는 시대의 벽에 직면한다. 그 결과를 직접 대면한 클라이브는 모리스를 향한 마음을 억누른 채 엇갈린 선택을 하고, 모리스는 자신을 속이지 않고 결국 진정한 사랑을 찾는다. 잔잔하고 서정적인 감성이 물씬 드러나는 아름다운 풍경도 볼만하고, 애틋한 감정을 표현하는 배우들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특히 젊었을 적 휴 그랜트의 영상 화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영상미와 그를 영화계의 스타 반열로 올라가게 한 섬세한 연기력이 돋보인다.

왓 데이 해드 - 친숙하지만 뻔하지 않게, 공감할 만한 가족 드라마

출처: (주)영화사 그램

에디터 혜란: ★★★ 치매를 앓는 어머니가 함박눈 내리는 밤 가출을 감행하면서 한자리에 모인 가족들이 서로에 대한 갈등을 마주하는 과정을 그린 가족 드라마. 평생 한 사람에 헌신하는 삶이 정답이라 생각하는 노버트, 아버지의 기대대로 가정을 이루고 살았지만 불행한 딸 비티, 아버지의 기대대로 살지 않는 아들 니키, 어머니 비티의 소원대로 따라주지 않는 엠마 등 다양한 인물들의 현실 같은 관계들이 영화를 엮어간다. 미국 중산층 가족의 이야기이지만 한국 가족의 삶이라 해도 믿을 만큼 내 이야기나 내가 봤던 상황 같아서 더 흥미롭다. 힐러리 스웽크, 마이클 섀넌, 로버트 포스터, 블리드 대너, 타이사 파미가 등 배우들의 앙상블 연기도 정말 훌륭하다. 영화는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전하기보단 위기를 겪는 개인과 가족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꼼꼼하게 묘사한다. 캐릭터 중 누구의 처지에 더 공감하는가에 따라 영화에서 읽어낼 메시지도 다를 듯하다.

타이페이 스토리 - 홍콩에 ‘중경삼림’이 있다면, 대만에는 ‘타이페이 스토리’가 있다

출처: (주)드림팩트 엔터테인먼트

에디터 홍선: ★★★☆ 대만 뉴웨이브의 대표적인 감독 에드워드 양의 1985년 작품으로, 34년 만에 국내에서 최초로 개봉한다. 1980년대를 배경으로 미국으로 이민을 가고 싶은 중년 커플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담았다. 홍콩에 [중경삼림]이 있다면 대만에는 [타이페이 스토리]가 있다고 할까? 도시의 화려한 불빛과 적막한 골목, 과거에 안주하는 남자와 미래를 바라보는 여자, 시끄러운 일터와 조용하다 못해 쓸쓸한 집 등을 대비해 당시 대만의 빠른 발전과 더불어 불안한 분위기를 영화 속에 녹여낸다. 드라마틱한 사건과 확실한 기승전결이 없어 지루할 수도 있지만, 영화 곳곳에 있는 허무하고 고독한 정서가 오히려 빠져들게 한다. 참고로 주인공 ‘아롱’ 역을 맡은 배우는 에드워드 양과 더불어 대만 뉴웨이브를 이끌었던 명감독 허우 샤오시엔이다. 지금은 쉽게 만날 수 없는 그의 젊은 시절 명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시간이 될 듯하다.

패트와 매트: 우당탕탕 크리스마스 - 마음은 맥가이버인데 현실은 슬랩스틱 코미디

출처: (주)팝엔터테인먼트

에디터 홍선: ★★★ 1970년대 후반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체코의 국민 애니메이션 [패트와 매트]의 극장판. 10분 정도 분량의 에피소드를 모아 놓은 것이라 부담 없이 볼 수 있다. CG가 보편화된 최신 애니메이션과 다르게 장인 정신과 손맛이 느껴지는 인형극으로, 매 에피소드마다 패트와 매트가 무언가를 만드는 과정을 코믹하게 담아낸다. 힘들게 만들었던 발명품이 원래 의도와 다른 결과를 낳는 반전 요소는 보너스. 디테일한 소품들과 이야기의 흐름에 알맞게 변주되는 배경음악, 계속 보면 은근히 빠져들게 하는 ASMR급 효과음도 매력적이다. 원작 자체가 대사가 거의 없는 작품인데 더빙판은 유튜버 마이린의 해설이 있어 아이들도 보다 즐겁게 볼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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