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녜스가 말하는 바르다' 거장의 마지막 인사

조회수 2019. 5. 29. 14:0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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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필과 장르 마니아를 위한 이번주 개봉작 리뷰
1. 기생충 – 시시각각 변하는 흐름에 흠뻑 빠져든다
출처: CJ 엔터테인먼트

에디터 Amy: 전원 백수로 힘들게 사는 기택의 가족이 우연한 기회로 연교와 박사장 부부의 집에 점차 스며들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영화로, 칸을 휘어잡으며 한국 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사실 예고편에서 보여준 영화의 도입 부분이 지나고 나면, 영화에 대해 설명하는 모든 것이 스포일러가 될 정도로 모든 것이 중요한 요소요소다. 블랙코미디에서 시작한 영화는 어느 시점을 기반으로 스릴러에서 호러까지 여러 장르를 오가는데, 굉장히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이렇게나 깔끔하고 완벽하게 한데 모을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완벽한 위치에 빼곡히 들어차 있다. 여러 상징과 암시도 은유로만 남기는 것이 아니라 상황과 대사를 통해 설명해주어 이해하기 쉽고 술술 넘어간다. 매력적인 대사들과 연출부터 모든 배우의 연기와 무대 세트까지 박수를 보내고 싶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등장하는 OST도 놓치지 말았으면 한다.

2.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 – 압도적인 스케일로 담아낸 거대 괴수의 위용!
출처: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에디터 Jacinta: 전작보다 업그레이드된 볼거리는 괴수영화를 기다렸던 관객을 만족시킬 것이다. 육중한 체구를 자랑하는 고질라에 뒤지지 않는 기도라, 모스라, 로단과 같은 초대형 괴수들이 영화 내내 어마어마한 위용을 뽐내며 박진감 넘치는 긴장을 자아낸다. 비록 비구름을 몰고 다니며 어두컴컴한 상황에서 초대박 대결을 펼치지만, 한층 정교해진 시각효과로 괴수의 위력을 실감하기에 충분하다. 다만 아쉬운 건 이야기다. 인간보다 괴수가 자아내는 화려하고 웅장한 볼거리에 치중하다 보니 캐릭터에 대한 몰입은 떨어지고 이야기의 집중력은 흐릿하다. 특히 베라 파미가의 캐릭터는 설명이 부족해 당황스럽고, 기대했던 밀리 바비 브라운의 활약은 미미하다. 몇몇 아쉬운 지점이 있지만 요즘 블록버스터에서 느낄 수 없는 거대하고 사실적인 박력은 놓치기엔 분명 아쉽다. 영화 말미 암시하는 [고질라 VS 콩]에 대한 떡밥은 후속편의 기대감을 높인다. 엔딩 크레딧이 끝난 후에 짧은 쿠키 영상도 있다.

3. 아녜스가 말하는 바르다 – 거장의 마지막 인사
출처: 알토미디어

에디터 겨울달: 자신의 삶을 직접 되돌아보는 거장의 마지막 마스터 클래스. 누벨바그를 이끈 아녜스 바르다는 자신의 작품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팬들, 학생들, 지인들과 함께 극영화, 사진, 다큐멘터리, 설치예술을 넘나드는 필름 메이커이자 아티스트로서의 삶을 돌아본다. 바르다는 오랫동안 영화를 만들고 예술을 하면서 얻은 경험과 지혜를 진지하게,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풀어가는데, 모든 영화사 수업이 마치 이러면 좋겠다고 느낄 만큼 지루하지 않다. [아녜스가 말하는 바르다]가 그의 작품을 사랑하는 이들에겐 거장의 일생을 돌아보는 아름다운 기록이라면, 바르다를 잘 모르는 관객에게는 그의 작품 세계에 입문하는 친절한 안내서이기도 하다. 다큐를 통해 일상을 포착하고 주위의 사람들을 소중하게 바라보는 영화와 그 안에서 예술혼을 마음껏 발휘한 사람들의 존재를 알면 또 다른 영화의 세계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

4. 보희와 녹양 – 작은 행복의 가치를 일깨우다
출처: KT&G 상상마당

에디터 DY: 어른이들도 치유하는 성장 모험담. [보희와 녹양]은 죽은 줄 알았던 아빠를 찾아 떠나는 보희와 그를 옆에서 돕는 녹양의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이 영화의 매력은 두 사람이 떠나는 여정이 아닌, 바로 캐릭터에 있다. 보희는 섬세하고 예민한 소년이다. 반면 녹양은 매사에 적극적이고 씩씩한 소녀다. 이름과 성별에서 오는 묘한 괴리감, 그리고 정 반대 성격을 가진 둘의 케미는 진부할 수 있는 이야기에 생명력을 불어넣으면서 100분을 알차고 싱그럽게 채운다. 하나 아쉬움이라면 녹양의 캐릭터 활용이다. 개인적으로는 녹양이 보희보다 더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전체적인 이야기가 보희가 사라진 아빠를 찾는 과정을 통해 성장하고 ‘진정한 행복은 가까이에 있다’라는 교훈을 얻는 것이기에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위안을 삼고 싶지만, 보희가 녹양과 함께 있을 때 더 살아나는 캐릭터임에도 굳이 그를 혼자 활동하게끔 만든 점은 다소 아쉬움으로 남는다. 

5. 파리의 딜릴리 – 어른이도 즐거운 황홀한 모험
출처: 오드(AUD)

에디터 Jacinta: 예술의 도시 파리가 눈앞의 풍경처럼 생생하게 펼쳐진다. 사랑스러운 소녀 딜릴리가 배달부 소년 오렐과 함께 어린아이 납치사건 미스터리를 추적하는 모험담을 환상적인 생감이 어우러진 애니메이션으로 담아내 탄성을 자아낸다. 배경 자료 수집에만 4년이 걸렸다는 제작 비화를 실감하는 정성 어린 연출은 파리 구석구석을 누비며 당대의 문화를 간접 체험하는 황홀한 기분을 안긴다. 눈과 귀가 한껏 즐거우면서도 현시대에도 통하는 메시지를 놓치지 않는다. 편견에 매이지 않고 주체적으로 움직이는 딜릴리가 아프리카 원주민 출신의 이방인이라는 점과 납치 사건의 전말이 남성우월주의에서 비롯됐다는 사실, 그리고 딜릴리의 모험을 도와주는 여성 조력자들은 보는 즐거움 이상의 여운을 남긴다.

6. 0.0MHz – 귀신 대신 짜증을 부르는 주파수
출처: (주)스마일이엔티

에디터 Jacinta: 안타깝게도 무섭지 않다. 그보다 무례한 캐릭터들에 짜증 섞인 한숨이 더 크다. 에디슨의 마지막 발명품이라는 ‘유령 탐지기’를 소재로 택하고 흉가 체험 공포 동아리를 주요 이야기로 내세웠지만, 그 어디에서도 소재의 매력을 찾을 수 없다. 비호감 캐릭터, 지지부진한 전개(작위적인 결말), 어설픈 연출, 조악한 CG, 일부 배우들의 발연기까지. 총체적 난국에 가깝다. 공포 영화 팬들의 눈은 한껏 높아졌는데 그런 관객의 기대를 무참히 져버린다. [곤지암]처럼 페이크 다큐 형식이 아닌 아닌 클래식한 분위기의 스토리를 강화한 공포로 차별화를 두고자 하지만, 몰입하기엔 스토리의 깊이는 부족하고 몇몇 공포영화를 오마주한 영화는 헛웃음이 난다.

7. 소은이의 무릎 – 대체 무릎이랑 무슨 상관이지?
출처: 이미지: ㈜영화사 그램

에디터 Amy: 농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잘하지도 못하지만 농구선수를 꿈꾸는 고등학생 소은의 성장 드라마. 농구라는 소재와 성장기 십대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스포츠 성장물을 기대하는 관객이 적지 않을 텐데, 이 영화는 오롯이 스포츠 성장물이라고 하기엔 빈약한 부분이 많다. 성장하며 완성을 향해 달려간다기보다는 성장하기 위해 한 발을 내딛기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그러나 농구 이야기보다는 소은과 얽히게 된 배우 유진, 친구 용식의 관계에 더 집중한다. 게다가 이마저도 이입하기 어려운 감정선이 대부분이고 뚝뚝 끊겨 있다.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의 진행 속에서 가장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소은 역 박세은의 빛을 발하는 연기다. 재능은 없지만 농구를 하기 위해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려는 고등학생을 잘 묘사했다. 제목을 따라서 농구 연습을 하며 다친 무릎을 통한 성장을 좀 더 잘 보여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8. 옹알스 – 감동 스토리를 가리는 아쉬운 만듦새
출처: 리틀빅픽처스

에디터 겨울달: 코미디언이 긴 커리어를 이어가기 힘든 대한민국에서 ‘코미디’ 하나만을 위해 험로를 개척하는 넌버벌 퍼포먼스팀 ‘옹알스’의 이야기. 연습과 공연으로 채워진 일상과 이들의 궁극적 목표인 라스베이거스 진출을 모색하는 과정을 그리며 힘든 일이 있어도 툭툭 털고 일어나 하루를 사는 감동적 이야기를 전한다. 그리고 차인표 감독은 이들의 일상과 도전을 기록할 뿐 아니라 그 과정을 물심양면으로 돕기도 한다. [옹알스]는 성공 또는 실패에 주목하지 않는다. 오히려 옹알스가 모두가 어렵다고 보는 라스베이거스 진출을 목표로 삼은 이유와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는 ‘도전 정신’을 담았다. 다만 영화의 만듦새 자체는 다소 만족스럽지 못하다. 만드는 데 우여곡절이 있던 것이 영화 자체에 잘 드러난다. 라스베이거스 도전 스토리이든, 한국에서 코미디를 하기 어려운 환경이든 한 가지만 중심 내용으로 끌고 가야 하는데,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게 눈에 보인다. 하나에 집중해도 다른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에 아쉬움이 더하다.

9. 우리 지금 만나 – 가슴 아픈 현실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이야기들
출처: (주)인디스토리

에디터 띵양: 다양한 시선을 통해 분단의 아픔을 그린 옴니버스 영화. [우리 지금 만나]는 ‘기사선생’, ‘우리 잘 살 수 있을까?’, 그리고 ‘여보세요’라는 세 편의 단편 영화로 구성된 작품이다. 개성공단에서 꽃 피는 남남북녀의 애틋한 사랑을 그린 ‘기사선생’은 세 작품 중 가장 직접적으로 ‘분단의 아픔’이라는 영화의 주제를 관객에게 전달한다. 반면 결혼을 앞두고 있지만 항상 투닥거리는 커플의 갈등과 화해를 그린 ‘우리 잘 살 수 있을까?’는 상당히 은유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그래서 무슨 이야기가 하고 싶은 거야?”라는 생각이 잠시 들 정도로 모호한 감도 느껴져 아쉽기도 했지만 세 작품 중에서 단연 독보적인 비주얼을 자랑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단편은 치매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주인공이 북한에서 온 전화를 받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의 ‘여보세요’였다. 셋 중 가장 ‘영화’같기도 하고, 극을 이끌어가는 이정은 배우의 존재감이 굉장히 컸기에 메시지와 감동의 무게가 앞선 두 편에 비해 묵직하게 느껴져 여운이 오래도록 이어졌다.  

10. 서스페리아 1977 – 감각적인 공포란 이런 것!
출처: ㈜더쿱

에디터 Jacinta: 루카 구아다니노의 [서스페리아]를 봤다면, 당연히 다리오 아르젠토의 오리지널 영화가 궁금해질 것이다. [서스페리아 1977]이란 제목으로 개봉한 아르젠토의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강렬한 시청각 체험으로 인도한다. ‘지알로’라는 이탈리아 특유의 공포양식과 할리우드의 오컬트가 만나 첫 살인사건이 벌어지는 오프닝부터 섬뜩한 긴장으로 압도한다. 헐거운 이야기와 갑작스러운 결말은 보는 이에 따라 아쉽고 당황스러운 기분도 들 수 있지만, 악몽처럼 강력한 인상으로 휘어잡는 고블린의 음악만 봐도 알 수 있듯 철저히 체험을 우선시하는 영화임을 감안하고 봐야 한다. 요즘 영화와 결이 다른 화려하고 다채로운 색감의 미장센과 독특한 촬영 기법도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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