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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살 소녀의 시선으로 바라본 부모의 이혼 '흩어진 밤'

전주국제영화제 관람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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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성년을 맞이한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최다 매진, 최다 관객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마무리를 했다. 총 85,900여 명의 관객이 다녀간 외형적인 성공만 거둔 게 아니다. 전주국제영화제만의 독특한 개성을 드러내는 '뉴트로 전주', '익스팬디드 플러스: 유토피안 판톰'과 같은 기획전과 신선한 시도로 호평을 받았다. 


2박 3일 일정으로 전주를 찾은 에디터들은 각자의 취향에 따라 영화제를 즐기고 왔다. 짧고 빠듯한 일정이라 아쉬움도 남지만, 평소 접하기 힘든 영화를 실컷 보고 왔다는 즐거움이 기분 좋은 여운으로 남는다. 영화제에서 에디터들이 관람한 인상 깊었던 영화를 소개한다.

출처전주국제영화제

흩어진 밤 (에디터 겨울달)


부모의 이혼으로 가족이 해체되는 과정을 열 살 소녀 수민의 눈을 통해 바라본 영화. 프로그램북 속 소개만으로도 흥미로웠지만, 영화는 기대 이상이었다. 가족 각각의 캐릭터가 뚜렷하고 가족 안에서의 위치와 역학 관계도 명확하다. 무엇보다 수민을 통해 가족 해체로 구성원 모두가 마음이 산산이 조각날 정도로 상처받는 모습을 담담하게 그린다. 인정이 필요했던 아빠, 커리어가 필요했던 엄마는 서로 사랑했던 시간을 잊은 채 싸운다. 수민의 오빠 진호는 부모의 이혼에 나름 대처하려 하지만, 아무리 어른스러워도 중학생이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 게 있다. 아픔을 각자 감당하는 과정에서 가장 힘없고 약한 수민은 소외된다. 영화는 수민이 학교를 가고, 친구와 놀고, 가족과 함께 친척 모임을 가는 일상에 파고든 붕괴의 영향과 상실감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캐스팅은 모두 좋았지만 수민 역 문승아는 단연 돋보인다. 영화가 처음이라는 문승아는 정말 본능에 따라 연기했다. 장편 영화는 처음인 김솔, 이지형 감독은 각본과 연출 모두 훌륭했으며, 특히 문승아의 연기를 끌어낸 디렉팅은 찬사를 받을 만하다. [흩어진 밤]은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대상을, 문승아는 배우상을 수상했다. 

출처전주국제영화제

로이 앤더슨: 인간 존재의 전시 (에디터 Jacinta)


로이 앤더슨 작품은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거둔 뜻밖의 성과다. 영화제 홈페이지에 '스웨덴을 대변하는 거장이지만 국내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한 감독'으로 소개됐듯 영화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감독이 누군지 잘 알지 못했다. 내가 본 로이 앤더슨 감독의 작품은 [자전거를 가져오다], [영광의 세계], [10월 5일 토요일] 세 편의 단편영화다. 카메라는 감정적인 개입 없이 관찰자의 시선으로 인간관계와 사회가 만들어내는 풍경을 차분하게 묘사한다.


먼저 [영광의 세계]는 시작부터 강렬한 스타일로 시선을 끈다. 시작하자마자 고통스러운 표정의 발가벗은 사람들과 점잖게 옷을 빼입고 구경하는 무심한 관중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트럭은 나체의 사람들을 트럭 짐칸에 가두고 배기관과 트럭 내부를 연결한 뒤 공터를 빙글빙글 돈다. 이 참혹한 광경에도 구경꾼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갇힌 사람들이 벗어놓은 옷가지들을 주섬주섬 챙긴다. 창백한 얼굴의 남성이 숨이 콱 막힐듯한 충격을 뚫고 관객을 응시한다. [영광의 세계]는 창백한 남성을 화제로 내세워 기묘한 분위기가 가득한 짧은 영상을 연작 형식으로 내보인다. 간결하고 실험적인 영상은 타인의 고통에 무감한 현대인의 공허한 삶을 말하는듯하다.


[자전거를 가져오다]와 [10월 5일 토요일]은 젊은 연인의 일상을 관찰한다. [자전거를 가져오다]는 아침을 맞이한 연인 사이에 오가는 미묘하게 다른 감정의 흐름을 포착한다. 여자는 남자에게 장난을 치며 나름의 사랑스러운 아침을 보내고 싶지만, 무심한 남자는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다. 그렇다고 젊은 연인의 관계가 심각하게 틀어지지 않는다. 그들은 늘 그렇듯 변함없는 아침을 보낸다.


[10월 5일 토요일]은 좀 더 확장된 버전의 영화다. 젊은 남성을 화제로 내세워 여느 때와 같은 주말을 보내는 평범한 연인의 하루를 관찰한다. 다만 남성 화자가 이렇다 할 인생의 목표가 없는 무기력한 청춘이라는 데서 전하는 느낌은 달라진다. 영화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지만, 건설 노동자로 살아가는 주인공이 처한 현실이 그리 녹록지 않음을 암시한다. 사무직에서 빵집 점원이 된 여자친구도 마찬가지다. 크게 내세우며 강조하지 않아도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부조리함이 언뜻언뜻 스쳐 지나간다.

출처전주국제영화제

애칭 (에디터 Amy)


캐럴 브랜트 감독의 네 번째 연출작이며 배우이자 작가인 메레디스 존스턴이 각본,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대학원을 그만두고 아픈 엄마를 간병하며 의욕 없는 삶을 보내던 리는 어렸을 적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캠핑을 하러 떠난다. 현실의 도피처로 삼은 캠핑에서 충동적으로 전 연인과 함께 지내게 된 리는 자신이 가진 상처를 마주하며 억눌러왔던 내면의 소리를 점차 드러낸다.


과거의 행복했던 추억이 가득한 숲속에서 잔잔하며 따뜻함을 풍기는 영상미를 통해 비추는 상처를 치유하고 조금씩 성장하는 리의 모습이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허스키한 음색을 가진 매력적인 배우를 발견하게 해준 시간이었다.

출처이미지: 전주국제영화제

스타워즈 에피소드 5: 제국의 역습 (에디터 Amy)


스타워즈를 몰라도 대부분이 사람들이 알고 있는 대사를 꼽으라면 단연 ‘I am your father’일 것이다. 이 대사 하나만으로도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무조건 봐야 하는 영화인 [스타워즈 에피소드 5: 제국의 역습]은 전주 돔에서 오케스트라 공연과 함께 상영했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장면들과 여러 캐릭터의 테마곡이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돔 안에 울려 펴졌다. 약 30분의 공연 후, 돔의 커다란 스크린으로 영화를 관람했는데, 그 당시 가장 놀라운 반전이었을 이야기를 야외석으로 보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 사운드는 돔 안에서 웅웅 울리고, 외부 행사장에서 울려 펴지는 소음이 계속해서 들려왔지만 이 영화를 스크린으로 볼 수 있었다는 점에 의의를 두었다. 

출처전주국제영화제

포화 속의 텔아비브 (에디터 띵양)


솔직히 볼 생각이 전혀 없었다. 비슷한 시간대의 1순위 [악몽의 성]과 2순위 [서른]이 몽땅 매진되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고른 작품이 바로 [포화 속의 텔아비브]였다. 그리고 그 결과는? 그렇게 올해 전주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을 만나게 됐다. 이 영화, 세계적으로 민감한 이슈로 시종일관 예상치 못한 '빅 재미'를 선사했는데, 5분 간격으로 극장이 들썩거릴 정도였다.


[포화 속의 텔아비브]는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을 배경으로 한 블랙 코미디다. 드라마 제작 인턴인 살람은 출퇴근을 위해 매일같이 삼엄한 이스라엘 검문소를 통과해야 한다. 검문소 지휘관 아씨가 살람이 '포화 속의 텔아비브'(극중 드라마 제목) 스태프로 일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드라마 열혈 시청자인 아내를 위해 - 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자신의 입맛에 맞게 - 각본 수정을 요구하면서 벌어지는 각종 해프닝을 다룬 작품이다.


이 작품의 묘미는 한치도 예측할 수 없는 전개에도 있지만, 앞서 언급했다시피 굉장히 민감한 사안인 중동 분쟁을 유쾌하게 풀어냈다는 것에 있다. 영화는 어느 한쪽을 편들려 하지 않는다. 도리어 드라마 제작에 까지 영향을 미치는 양국의 치열하면서도 어이없는 신경전을 통해, 관객에게 현실의 아이러니함을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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