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도 SF 만들 수 있다!

조회수 2019. 4. 17. 17: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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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필과 장르 마니아를 위한 이번주 개봉작 리뷰
1. 요로나의 저주(The Curse of La Llorona) – 무서운 장면이 있어도 좋으니 좀 무서웠으면
출처: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주)

에디터 띵양: [더 넌]보다는 재밌다. [요로나의 저주]는 멕시코 도시괴담 ‘우는 여인’을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다. 제임스 완이 지휘하는 ‘컨저링 유니버스’의 작품답게 공간과 음향으로 공포감을 유발하는 실력이 일품이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숨 죽이고 온 몸에 힘을 주고 봤던 ‘컨저링 유니버스’에 점프 스케어가 남발되기 시작하면서 재미가 덜해지기 시작했는데, [요로나의 저주] 역시 그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귀신의 등장은 팝콘을 던지는 게 아니라 편하게 집어먹을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예측이 가능하고, 악령의 외관도 매력적이지 않다. 물론 공포 영화인 만큼 박스오피스 흥행에는 성공하겠으나, 개인적으로는 [컨저링]을 크게 흥행시켰던 요소들이 이제는 ‘또 우려먹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날이 무뎌진 점은 아쉽다. ‘무서운 장면 없이 무섭다’라는 캐치프레이즈에 대한 믿음이 서서히 줄어들고 있다.  

2. 다시, 봄 – 잔잔하게 흘러가지만 점점 궁금하게 만드는 현실 판타지
출처: (주)스마일이엔티

에디터 Amy: 죽기로 결심한 날,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기 시작하며 눈을 뜰 때마다 하루 전으로 돌아가는 은조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은조가 죽음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어린 딸 예은의 죽음이었지만 시간을 역행하는 이 영화는 딸을 구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죽었던 딸을 다시 만나고, 아이가 태어나기 전, 아이를 막 가졌을 때로 하루씩 돌아가면서 새로운 어제를 사는 은조는 희망으로 빛나며 만났던 사람들에게 두었던 마음의 벽을 허물고 상대를 이해하게 된다. 배우들의 로맨스를 기대했던 관객에게는 실망스러울지도 모르겠다. 주연들이 보여주는 케미가 꽤 좋기도 하지만, 영화 속에서는 두 사람의 관계 변화보다는 절망에서 희망으로 점차 변화하는 은조의 감정선에 집중하고 있기에 주인공의 이야기를 조명하는 드라마에 가깝다. 잔잔하고 차분한 톤을 유지하지만, 예상을 깨고 흘러가는 서사에 점점 뒷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영화다.

3. 유랑지구(The Wandering Earth) – 중국도 SF 만들 수 있다
출처: 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에디터 겨울달: 중국 최초의 SF 블록버스터. 지구에 추진기를 달아 먼 여행을 떠난다는 과감한 발상이 핵심이다. 극적인 환경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싸운다는 점에서 흥미를, 기대 이상의 컴퓨터그래픽, 특수효과와 미술에서 놀라움을 느끼게 된다. 정교하고 체계적인 과학 세계를 그릴 만큼 중국 영화는 큰 발전을 이뤘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중국의 존재감을 키우기 위해 중국을 찬양하는 대신 미국의 비중을 줄이는 방식을 택했고, 그 덕분에 지구의 다인종, 다민족적 특성이 잘 드러나는 부분도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전 인류에게 “먹힐 만한” 블록버스터 특유의 서사 코드나 감정에 어필하는 전략은 명확히 드러나지만, 이 정도 규모의 영화라면 모험보단 안정을 택했을 것이라 이해하기로 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원작은 어떤 작품일까 관심이 생겼다. (‘류츠신’의 동명 SF 소설이 원작이다) 블록버스터를 만들기 위해 생략하기로 한 스토리, 설정, 감정은 어떤 것들이 있을지 궁금해졌다.

4. 왓칭 – 총체적 난국을 ‘왓칭’했다
출처: (주)리틀빅픽처스

에디터 띵양: 총체적 난국이다. [왓칭]은 사이코패스 살인마와 지하 주차장에 갇히게 된 주인공의 처절한 생존 사투를 그린 공포 스릴러…지만 어디에서도 공포나 긴장감을 느낄 수 없었다. CCTV와 지하 주차장이라는 공간은 특히 오늘날 우리에게 공포감을 심어주기 충분한 소재다. 그러나 시도’만’ 좋았다. 공간과 도구가 선사하는 공포감은 처참한 캐릭터 설정에 전부 묻히고 말았다. 말 끝을 ‘-거든요’로 마무리하는 살인마의 말투는 공포가 아닌 짜증과 웃음을 유발하면서 몰입을 방해하고, 밉상짓만 골라하다가 나중에 가서는 ‘살고 싶은 의지는 있는 건가?’ 싶을 정도로 답답한 행동만 반복하는 캐릭터를 보면서 한숨만 나왔다. 뻔한 클리셰, 뜬금없이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듯한 결말은 백 번 양보해서 참을 수 있지만, 캐릭터마저 매력적이지 않은 영화를 과연 관객들이 선택할까 싶다.

5. 러브리스(Loveless) – 차갑게 응시한 상실의 시대
출처: 그린나래미디어(주)

에디터 Jacinta: 처음부터 끝까지 지독하게 차갑다. 서로에게 증오와 분노만 남은 부부와 절망적인 현실에 스스로 자취를 감춘 어린 소년의 이야기는 실종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대신 남아있는 서늘한 풍경에 주목한다. 일그러진 욕망과 어리석은 이기심이 자초한 황량하고 냉랭한 적막감이 시종일관 무겁게 짓누른다. [러브리스]는 제목 그대로 붕괴된 가족을 통해 사랑(더 나아가 인간성)을 상실한 시대의 비정한 모습을 드러낸다. 끔찍할 정도로 자신의 욕망에 충실했던 부부는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사랑이 부재한 현실을 직시하지만, 영화는 끝까지 차가운 시선으로 응시하며 어떤 온기도 비추지 않는다. 더 깊은 겨울이 찾아와 울음이 터졌던 흔적마저 지워냈을 때 공허하고 처연한 감정에 압도된다.

6. 크게 될 놈 – 2019년에도 신파를 위한 신파가 필요한가
출처: (주)영화사 오원

에디터 겨울달: 아들을 위해 헌신하는 어머니와 사랑을 뒤늦게 깨달은 아들의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감동 스토리. 효와 내리사랑을 다루는 이야기에 눈물샘을 콕콕 찌르는 장면이 적재적소 들어가 있고, 배우들의 절절한 눈물 연기도 더했으니 보다보면 저절로 코끝이 시큰해질 것이다. 한국인이라면 싫어하기 어려울 만큼 모든 걸 다 갖췄지만, 유감스럽게도 에디터에겐 어떤 것도 마음에 다가오지 않았다. 신파 전략이 눈에 보일 만큼 뻔하다는 것, 에디터의 특성상 어머니도 아들도 아닌 딸에게 감정 이입하는 것쯤은 가장 큰 문제점 앞에선 아무 것도 아니다. 영화는 엔터테인먼트로서의 역할이 크지만 무엇보다도 ‘이야기할 가치’가 있어야 하며, 동시대의 관객들에게 소구하며 존재 가치를 획득한다. ‘끝없는 희생’의 상징이 된 어머니, 어머니를 잃고서야 자신의 잘못을 깨닫는 아들의 이야기가 2019년의 관객에게 필요한 것일까?

7. 스탈린이 죽었다!(The Death of Stalin) – 뒤통수가 서늘해지는 살벌한 코미디
출처: M&M 인터내셔널

에디터 Jacinta: 악명 높은 독재자 스탈린 시대의 살벌한 풍경이 황당하고 익살스러운 유머로 되살아났다. 잔혹하고 무자비한 공포정치가 배경이지만, 배우들의 능청스러운 연기(모든 배우가 뛰어나지만 스티브 부세미는 단연 최고다)와 단짠단짝 완급조절이 능숙한 각본을 만나 한 편의 우스꽝스러운 부조리극을 탄생시켰다. 사악한 독재자의 허상을 거침없이 발가벗기고, 스탈린 사후 음모와 계략이 난무했던 권력다툼을 실소를 자아내면서도 섬뜩한 여운이 남는 어두운 블랙 코미디로 그려낸다. 낄낄거리며 웃다가도 갑자기 분위기 살벌해지는 게 관람의 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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