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가 고급인데 맛은 밍밍한 요리 대결

조회수 2019. 2. 16. 12:0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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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국가를 대표할 만한 실력을 가진 최고의 요리사들, 화려한 스킬로 무장한 불꽃 튀는 요리 경연, 각 국가의 전통 음식과 로컬 셀럽, 파인다이닝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셰프들. 아마 음식으로 치면 각 요소들은 그 자체로 메인이 될 수 있을 최고의 식재료로 평가받을 것이다. 그럼 이것들을 다 한데 모은다면? 과연 최고의 재료가 최고의 음식 맛을 보장할 수 있을까? 귀가 솔깃한 요소들을 한데 모으면 역대 최고의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까? 여기, [파이널 테이블]을 소개한다.

출처: 넷플릭스

[파이널 테이블]은 넷플릭스의 야심이 담긴 대회다. 전 세계에 동시 서비스되는 스트리밍이라는 이점을 최대한 활용해 많은 것들을 '국제적 규모'로 만들었다. 참가자들의 국적과 이력부터 다양하고 화려하다. 미국, 영국, 벨기에, 멕시코, 네덜란드, 스페인, 일본, 중국 등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24명의 셰프가 대회에 참가했다. 런던에서 오랫동안 미슐랭 레스토랑을 운영한 오너 셰프부터 마오리족 전통 요리를 개발, 발전시킨 셰프도 있다. 각자 살아온 시간도, 배우고 맛본 음식도, 배운 요리도 다르지만 이들은 이 대회에서 단 하나의 목표를 위해 경쟁한다.


그다음엔 테마다. 매 에피소드마다 다른 나라를 주제로 삼으며, 셰프는 그 나라의 대표 음식을 자신의 방식대로 요리한다. 인도라면 커리, 멕시코라면 타코, 이탈리아라면 (당연히) 파스타처럼 요리에 큰 관심이 없어도 알 만한 음식이 있고, 브라질의 페이조아다, 일본의 카이세키, 프랑스의 토끼 요리 등 생소한 요리도 등장한다. 음식이 생소하든 유명하든, 셰프들은 그날의 주제를 해체하고 자신의 방식으로 재조합한 요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저 맛있는 재현이 아닌 셰프의 개성을 드러내는 작품이어야 한다.


음식을 심사하는 로컬 인력 또한 눈에 띈다. 기본적으로 각 국가 셀럽을 초청해 셰프들이 해석한 지역 음식을 심사하게 한다. 물론 연예인이나 운동선수가 음식을 전문적으로 심사하기는 어렵기에, 각국의 유명 음식 비평가가 함께 심사의 전문성을 챙긴다. 섀프들에게 레스토랑 비평가는 자신들의 목숨과 명성을 쥐고 흔들 만한 강력한 권력의 소유자다. 그래서 가끔 해당 주제 국가 출신 셰프가 연예인보다 비평가에 더 열광하는 것도 볼 수 있다.

출처: 넷플릭스

마지막으로 두 번째 심사를 맡는 각국 대표 셰프다. 셰프들은 예비 탈락 후보들이 각 국가의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심사한다. 참가자 셰프들은 우상처럼 존경하는 셰프 앞에서 마지막 기회를 잡기 위해 모든 실력을 발휘한다. 9개국에서 총 9명의 셰프가 소개됐는데 이미 [셰프의 테이블]에 출연한 사람도 있고 앞으로 출연할 것 같은 사람도 있다. 이들을 초청하는 데 넷플릭스의 능력치가 모두 드러나는 것 같다.


이만큼 귀가 솔깃한 요소들도 없다. 그러니 조합은 더욱 멋질 것 같다. 모든 셰프들은 프로페셔널하고, 요리는 화려하고 정갈하며, 그냥 요리사가 아닌 셰프가 가진 음식, 조리법, 문화에 대한 해석과 재창조가 매 에피소드마다 반짝거릴 것 같다. 하지만 [파이널 테이블]은 최고급 식재료로 최고의 맛을 만들어내진 못했다. 흥미로운 요소를 모두 한데 넣었는데도 밍밍한 요리 경연이 줄을 잇는다.

[파이널 테이블]의 패착은 음식이라는 주제와 참가자 캐릭터 사이에서 한 가지를 선택하지 못한 것이다. 규모는 이만큼 큰데 시간은 너무 적어서 집중하고 즐길 사이도 없이 지나간다. 초반 3개 에피소드는 참가자들의 요리를 보여주랴, 그들 각각의 사연을 보여주랴, 지역의 특성을 보여주랴 바쁘게 진행된다. 한 시간 동안 요리하는 셰프만 바쁜 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요리를 봐야 하는 시청자도 숨 돌릴 여유가 없다.


참가자만 24명이다. 모든 이들의 사연을 잠깐씩 소개하지만 매 에피소드마다 모두를 다룰 순 없는데, 인터뷰, 요리할 때 서로 나눈 대화들, 사전에 촬영한 클립들 몇몇으로는 이들의 면면을 보여주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타코, 파에야, 잉글리시 브랙퍼스트처럼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알려진 음식이 아니었다면 음식을 설명하는 것에도 엄청난 시간을 할애했을 것이다. 나중에 참가자들이 꽤 많이 떠난 후반부에서야 각 참가자들의 얼굴을 잘 확인했고 음식에 대한 설명도 귀에 들어왔다.


[파티셰를 잡아라], [대결! 맛있는 패밀리]가 소박하지만 웃음 많고 따뜻한 분위기를 전달한다면, [파이널 테이블]은 창의력의 한계를 넓히고 셰프가 전문가로서의 능력을 발휘하는 쿨하고 열정적인 요리 경연으로 위치해야 한다. 참가자들은 열정적이고 음식은 멋지며 셰프들은 쿨한데, 다 합치면 그 매력이 나오지 않는다. 게다가 다큐의 양분을 토대로 자라난 "고오급" 경연 치고는 내러티브가 효과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욕심을 버리지 못한 것이 아쉽다.

출처: 넷플릭스

그럼에도 [파이널 테이블]을 잊지 못하게 하는 순간이 있다. 캐나다인 일식 셰프 대런 매클레인은 일본 카이세키 경연에서 1등으로 호명됐을 때 흘린 뜨거운 눈물은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다. 대런의 캐릭터와 스토리는 명확했다.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요리학교를 다닌 적도 없고, 어쩌다 우연히 접한 스시에 빠져 일식의 세계에 들어섰지만 일본인이 아니기 때문에 머리로 모든 맛을 익혀야 했으며, 그의 레스토랑은 이제 겨우 캐나다에서 주목받는 수준이다. 정통을 기반으로 아이디어를 더하거나,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해 북미산 재료를 사용하는 등 요리에 관한 태도도 접근 방식도 돋보였다. 음식도, 캐릭터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파이널 테이블]에서, 대런이 심사위원들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모습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듯하다.




테일러콘텐츠 에디터. 겨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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