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라멘'의 비중이 크지 않은 영화
서사를 끌고 가는 주인공 마사토의 남다른 배경 때문이다. 마사토는 일본인 아버지와 싱가포르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는데, 어머니는 일찍 세상을 떠나고 이후로 마음의 문을 닫은 아버지와 서먹서먹한 관계다. 아버지의 라멘샵을 돕고 있지만 살가운 부자의 정은 나누질 못하고 있다. 정겹고 소박한 분위기의 오프닝과 전혀 다른 셈이다.
대체 무슨 이유 때문에 마사토와 아버지는 가족이란 울타리 안에서도 친밀하지 못한 걸까. 해답은 아버지마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후에 발견한 어머니의 옛 일기장에 담겨있다.
홀로 남은 마사토는 어린 시절의 행복했던 기억과 부모님의 과거가 남아있는 싱가포르로 떠난다. 마치 [리틀 포레스트]에서 도시생활에 지친 주인공이 시골 고향마을로 향했던 것처럼 마사토는 텅 빈 마음을 채워줄 무언가를 찾기 위해 자신만의 여정을 시작한다.
싱가포르의 이국적인 풍경이 여행 욕구를 자극하지만, 이상하게도 자신의 뿌리를 찾으려는 마사토의 모습이 더 강하게 아른거린다. 부모님의 과거와 어린 시절의 기억이 외삼촌과 재회한 현재를 가로지르고, 거기에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주변 아시아 국가에 남긴 상흔이 중첩된다.
아픈 역사가 결부된 영화에서 음식은 단순히 일상을 위로하고 치유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상처를 봉합하고 용서와 화해의 힘을 건네며 마사토의 마음을 따스하게 물들인다. 슬픔을 치유하고 소박한 감동을 전하기까지, 그 여정은 느릿하면서도 투박하고 작위적인 부분도 있지만, 공감과 소통, 화해의 힘이 담긴 음식영화의 매력이 담겨있다.
다만, 주연급을 제외한 몇몇 조연 배우의 미흡한 연기가 감정적인 몰입을 방해하고, 다큐를 보는듯한 정적인 연출 스타일은 그동안 친숙하게 봤던 일본의 음식영화와 결이 달라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