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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까지 아프면 난 누가 키워?"..딸의 울음에 난 무너졌다

출산 후 알게된 남편의 대장암, 내게 찾아온 혈액암, 그리고 사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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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관희(2018년 작고) 씨와 오은주(여·38)씨는 각각 대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만났다. 관희 씨는 엄마 친구 아들, 이른바 ‘엄친아’이자, 은주 씨 친오빠의 과외선생님이었다.

 "혼자 오빠 과외 선생님을 짝사랑했죠. 근데 오빠 수험 생활이 끝나면서 과외 선생님을 못 보게 됐어요. 고백 한 번 못하고." 

 시간이 흘러 은주 씨가 대학생이 됐을 때, 은주 씨 엄마가 미팅을 제안했다.

 상대는 예전 그 과외 선생님과 그 친구들이었다. 은주 씨는 미팅에 나가기 전 일찌감치 친구들에게 지침(?)을 하달했다.  

 "오늘 ‘이.관.희’라는 오빠가 미팅에 나올 거야. 내가 찍었으니까 건들지 마." 

 그런데 미팅 결과는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관희 씨는 은주 씨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지만, 관희 씨 친구 한 사람이 은주 씨를 향해 추파(?)를 던진 것.  

 은주 씨는 철벽남 관희 씨보다 자신에게 호감을 표현해주는 사람이 더 낫다고 마음을 바꿔 먹었다. 은주 씨가 관희 씨 아닌 다른 사람과 연인 관계로 발전해가려 할 때 관희 씨가 은주 씨에게 갑자기 연락했다. 

 "은주야, 우리 인사동 XX벅스에서 잠깐 볼 수 있을까? 널 놓치고 싶지 않아." 

 관희 씨와 은주 씨는 그렇게 연애를 시작했다. 

 하지만 연애는 오래가지 못했다. 관희 씨가 ROTC 학사 장교로 입대한 후 연락이 되지 않는 날이 늘었다. 은주 씨는 홀로 이별을 결심, 고무신을 거꾸로 신었다. 헤어지고 나서도 집 앞에 찾아오는 관희 씨를 만나주지 않았다.

 이 때까지만 해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당시 행동들이 나중에 은주 씨를 얼마나 가슴 아프게 할 것이란 사실을….

 하루는 은주 씨 부모님이 선 자리가 들어왔으니 나가 보라고 했다. 그 자리에서 다시 관희 씨와 재회했다. 둘은 양가 부모님 주선으로 다시 만나 2012년 5월 결혼했다.

 결혼 후 3년. 부부는 첫 아이 소연이를 낳았다. 앞으로 행복한 일만 가득할 거로 믿었다. 은주 씨가 산후조리원에서 나오던 날. 관희 씨는 지난밤 배가 너무 아파 응급실에 다녀왔다고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단순 복통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암이었다.

 "남편 수술 날, 의사가 1시간 만에 수술실에서 나와 보호자를 찾았어요. 개복(開腹)해 보니 심각하다더라고요. 저는 바로 실신했죠. 모든 게 제 탓 같았어요."

 연애 기간 고무신 거꾸로 신고, 집 앞에 찾아온 남편을 나 몰라라 했던 기억부터 신혼 초 돈 모으고 아이를 갖자며 고집을 부렸던 일까지….

 안 좋은 일은 겹쳐 일어난다고 했던가. 남편 항암 치료가 끝날 때쯤 이번엔 은주 씨가 혈액암 4기 진단을 받았다. 은주 씨는 죽을 수 있다는 두려움보다 자신처럼 충격받을 남편이 먼저 걱정됐다.

 "제가 느꼈던 충격과 고통을 사랑하는 사람이 똑같이 느껴야 한다는 게 제일 힘들었어요."

 2018년 9월, 관희 씨는 암이 재발해 마흔 번째 생일에 세상을 떠났다. 은주 씨는 2016년 항암 치료를 끝으로 추적 관찰 중이다.

 하루는 은주 씨가 감기에 걸려 심하게 앓았다. 이제 여섯 살이 된 딸 소연이가 은주 씨에게 울면서 물었다.

 "엄마도 아빠처럼 아파서 하늘나라에 가면 어떻게 해. 그러면 누가 나 키워."

 딸 눈물에 은주 씨는 다시 무너졌다. 그래도 은주 씨는 슬퍼하는 모습을 딸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덤덤하게 말하려 목소리를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은주 씨는 딸과 함께 펑펑 울었다. ‘엄마도 오늘 하루만, 울게.’

 "은주야, 고생했어."

 은주 씨가 남편을 다시 만난다면 듣고싶은 얘기라고한다. 

반대로 은주 씨가 관희 씨에게 하고 싶은 말은 뭘까.

 "관희 오빠, 나 잘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마. 사랑해 그리고 미안해." sum-l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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