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 사진 찍힌 독일 남자와 부부가 된 ssul.

조회수 2020. 2. 27. 13: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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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한국, 독일에서 3번의 결혼식

‘앗, 허락 없이 찍어서 당황했을까? 사과해야 하나?’


신수영(여·30) 씨는 2012년 독일 뮌헨에서 열린 맥주 축제에 방문했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여기저기를 다니다 큰 맥주잔을 들고 독일 전통 의상(레더 호젠 : 가죽으로 만든 멜빵 반바지)을 입은 남자를 봤습니다.

수영 씨와 슈미드 씨와의 첫 만남

수영 씨는 순간 아무 생각 없이 그 남자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멋진 수염에다가 전통의상, 맥주 까지... 축제를 대표할 법한 모습이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 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세요? 수영 씨는 현재 그 남자 리처드 슈미드(남·30) 씨와 결혼해 독일에서 거주중이랍니다. 여기에 더해 이 부부는 덴마크, 독일, 한국 이렇게 총 세 나라에서 세 번의 결혼식을 치렀다는데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수영 씨에게 들어봤습니다. 

약속이 펑크난 덕에... 고맙다 친구야^^!

수영 씨는 아일랜드를 거점으로 유럽을 여행 중이었습니다. 대학 시절 영어 공부를 위해 영국으로 떠났지만 더 많은 경험을 위해 아일랜드로 거처를 옮긴 상황이었죠. 아일랜드에 머물면서 수영 씨는 유럽의 주변국들을 여행했습니다. 파트타임으로 일하며 돈을 벌고, 돈이 쌓이면 비행기 표를 질러버리는... 한마디로 'flex'한 생활이었습니다. 

독일 역시 수영 씨의 수많은 여행지 중 하나였습니다. 마침 뮌헨에서 맥주 축제가 열리고 있었고 수영 씨는 그곳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큰 맥주잔을 들고 레더 호젠을 입은 남자가 수영 씨의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찰칵!’ 셔터를 눌렀지요. 

사진을 확인한 순간 그 남자가 사진 속에서 수영 씨를 응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다시 그 남자를 보는 순간 수영 씨는 그 남자와 눈이 딱! 마주쳐버립니다. “순간 아차, 내가 물어보지 않고 사진을 찍어서 당황했을까? 사과를 해야 하나? 사진을 지울까? 하고 여러 생각들이 교차했어요” 그러던 중 그 남자가 수영 씨에게 다가왔습니다. 

“미안해요. 축제랑 잘 어울리셔서 찍었는데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해요. 지울게요!


“사진을 좀 봐도 될까요? 잘 나왔네요. 간직하시면 좋겠는데요?”

수영 씨와 슈미드 씨의 영화같은 첫 만남이었죠. 이를 시작으로 둘은 여행 이야기부터 수영 씨가 지내고 있는 아일랜드 이야기, 축제 이야기 등등 대화를 나눴습니다. 함께 사진 한 장을 남기고 연락처를 주고 받은 뒤 헤어졌죠. 몇 달 후... 수영 씨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다시 한번 독일을 방문했습니다. 그런데... 친구가 약속을 펑크를 낸 덕에 둘은 다시 만났고, 연인으로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덴마크, 한국, 독일에서 세 번의 결혼식

한국으로 돌아온 수영 씨와 독일에 있는 슈미드 씨는 장거리 연애를 시작했습니다. 영상 통화를 주로 했고 때로는 지구 반바퀴를 오가며 사랑을 지켜냈습니다. 수영 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여행자에서 사랑꾼이 됐다”고 말합니다. 마침내 수영 씨는 워킹홀리데이를 신청해 슈미드가 있는 독일로 떠납니다. 그리고 2017년 둘은 결혼식을 올리게 됩니다.

수영 씨와 슈미드 씨는 총 세 번의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덴마크에서의 시청 결혼식이 처음이었습니다. 비자 만료가 얼마 남지 않아 독일보다 서류 절차가 간단하고 빠른 덴마크에서 혼인 신고를 진행한 것이지요. 같은 EU국가라 덴마크의 결혼 증명은 독일에서도 통용된다고 합니다. 

“식이 끝나고 코펜하겐 시청을 나가면서 남편이 제게 처음으로 ‘여보’라고 부른 순간이 기억에 남아요. 예전에 한국에서 결혼하면 뭐라고 부르냐는 질문에 ‘여보’라고 알려줬더니 그걸 기억하고 적절한 순간에 불렀던 거에요. 쑥스럽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처음 듣는 말이라 어색했던 것 같아요...ㅎ”

몇 달 후 한국에서는 전통혼례를 올렸습니다. 식을 마친 뒤에는 신혼여행 대신에 한옥 숙소를 빌려 친구들과 1박 2일 허니문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수영 씨는 “허니문 대신 친구들과 1박 2일! 살면서 가장 잘한 일 중에 하나였다”면서 “신혼 여행보다 중요했던 건 더 자주 보지 못할 친구들과의 시간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수영씨의 마지막 결혼식은 독일에서 열렸습니다. 시부모님 댁게서 가까운 한 마을의 성에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성에서 가족들과 친한 친구들만 모여 식을 올리고, 남편 고향에 있는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파티를 열었다고 하네요.

수영 씨의 결혼 기념일은 세 번입니다. 특히 마지막 결혼 기념일엔 매년 집에서 웨딩 그레스와 슈트를 입고 남편과 함께 사진을 찍습니다. 일명, ‘인생 앨범 프로젝트’입니다.

​“1주년 날, 결혼기념일 스냅을 첫 신혼집에서 남기고 나서 너무 만족했어요. 우리의 인생 앨범 프로젝트의 첫 장이 그렇게 완성됐어요. 다음 해인 2주년도 집에서 즐겁게 결혼식 날 이야기를 하면서 사진을 남겼어요. 결혼기념일에 뭐 할지 남편과 고민할 필요도 없었고 서로 만족할 수 있는 선물이 됐어요”

수영 씨는 자신의 결혼 생활이 테트리스 같다고 말합니다. 살면서 필연적을 문화 차이, 성격 차이, 의견 차이가 발생할 수 밖에 없지만 이 틈을 메우거나 줄여가려고 끊임 없이 노력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슈미드! 우리는 이제 막 첫 걸을을 뗀 거야. 신혼을 지나 10년, 20년 평생을 함께 살다보면 어려운 순간들이 찾아오겠지만, 그래도 늘 신중하게 하나씩 맞춰가면서 살자 우리”

Ich liebe dich, mein Schatz​

썸랩 임정환 에디터

정리 오병훈 에디터

sum-l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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